1부 제5화 같은 것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
어느덧 자전거의 뒷좌석은 좁아졌다. 아이는 자랐고, 이제는 누군가의 등에 기대어 풍경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성인이 되었다. 남자는 자전거를 다시 고쳤다. 아기 안장을 떼어낸 자리에는 성인용 안장과 또 하나의 페달이 생겼다.
이제 자전거는 두 명의 엔진을 가진 거대한 전차가 되었다. 남자는 이것이 지극히 자연스럽고도 완벽한 진화라고 믿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다. 두 개의 페달이 같은 박자로 돌아갈 때마다 자전거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길을 갈랐다. 남자는 자신이 있었다. 이 자전거는 자신이 평생을 바쳐 깎고 조인 걸작이었고, 눈앞의 길은 눈을 감고도 읽어낼 수 있는 자신의 영토였기 때문이다.
남자는 아들에게 자신이 터득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힘을 쏟아야 할 지점, 속도를 줄여야 할 찰나, 돌부리를 피해 가는 기교까지. 하지만 아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자꾸만 다른 곳을 보았다. 아들의 시선은 길 위의 풍경이 아니라, 발밑에서 돌아가는 페달의 회전수와 체인의 장력에 머물러 있었다.
"아버지, 이 구간에서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게 에너지를 아끼는 길이에요. 굳이 무리해서 밟지 않아도 관성으로 갈 수 있는 규칙이 있어요."
아들은 페달링에 자신만의 '규칙'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남자의 경험과 직관에서 오는 것과는 또 다른 데이터와 논리에 기반한 효율적인 제안이었다.
남자는 아들의 말이 못내 불편했다. 그는 쇠막대기 하나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면서 단 한 번도 규칙 따위를 계산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규칙이란 것이 없다. 같은 길을 수백 번 다녀도 매번 다른 여정이었다. 남자에게 페달질이란 계산기가 아닌 심장이 시키는 일이었고, 길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처절한 본능의 영역이었다.
"규칙 같은 건 필요 없다. 길은 몸으로 타는 거야. 물웅덩이가 나오면 피하고, 오르막이 나오면 다리가 끊어져라 밟는 것, 그게 전부다."
남자의 눈에 아들의 행위는 불필요한 겉멋이자, 현장의 거친 숨결을 모르는 풋내기의 오만으로 보였다. 아들이 "지금은 밟지 않아도 움직여요"라며 페달에서 힘을 뺄 때마다, 남자는 오히려 핸들을 더 꽉 쥐고 더욱 힘차게 발을 굴렀다. 남자는 자신의 몸이 배우고 기억하는 것만 믿었다. 자신이 일군 본능의 제국이 아들의 차가운 규칙에 의해 부정당하는 것이 못마땅하고 말이 안 되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아들이 걱정스러웠다.
아들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들의 머릿속에 세워진 규칙들은 사라지지 않고 침묵 속에 고여갔다. 자전거는 여전히 빨랐고 튼튼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공기는 묘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생각했다. '결국 이 자전거는 내 것이고, 아들은 그저 내 리듬을 따라오면 된다.' 아들은 생각했다. '이 페달은 내 발밑에 있지만, 정작 나에겐 아무런 결정권이 없구나. 나의 자전거가 아니야.'
자전거는 나란히 달리고 있었지만, 두 남자는 서로 다른 여행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아들이 자신의 방식을 흡수해 더 멀리 가기만을 꿈꾸며 밤낮없이 페달을 밟았지만, 정작 아들의 마음속에서는 자신만의 자전거를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시들어가고 있었다.
두 개의 페달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었으나, 자전거의 무게중심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서서히 기울고 있었다.
[JW] 선배 세대의 '경험'과 후배 세대의 '시스템'은 늘 충돌합니다. 개척자는 자신의 생존 방식이 진리라 믿고, 계승자는 그 방식의 비효율을 개선하려 하죠. 갈등은 대개 여기서 시작됩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라는 확신이 상대의 "이렇게 하면 더 나은데"라는 가능성을 지워버릴 때, 자전거는 속도를 얻을지언정 방향을 잃게 됩니다. 당신은 지금 누군가의 리듬을 강요하고 있나요, 아니면 새로운 규칙을 경청하고 있나요?
[다음] 1부 제6화 '이 자전거를 물려줄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