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自傳居) 여행 (6)

1부 제6화 이 자전거를 물려주려 한다.

by JW

제6화. 이 자전거를 물려주려 한다.



완성이라는 이름의 무거운 유산


남자의 자전거는 이제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쇠막대기 하나로 시작했던 고독한 여행은 어느새 성인 두 명의 힘을 싣고도 흔들림 없이 질주하는 장엄한 행렬로 변해 있었다. 촘촘해진 기어와 단단한 프레임, 그리고 한 번도 빠진 적 없는 체인까지. 남자는 이 거대한 기계 덩어리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이것은 단순히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그의 젊음이었고, 고통이었으며, 그가 세상을 향해 증명해 낸 단 하나의 결과물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결심했다. 이 자전거를 아들에게 통째로 물려주기로. 그것이 아비로서 줄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사랑이자 보상이라 믿었다.



처음으로 놓아본 핸들


남자는 아들이 이제 충분히 준비되었다고 생각했다. 아들은 성실하게 페달을 밟아왔고, 자전거의 복잡한 구조도 이해하는 듯 보였다. 아들이 선택하는 길도 가끔은 남자의 생각과 겹치기도 했다.

“이제 네가 한번 이끌어 보렴.”

남자는 아주 잠깐, 평생 놓지 않았던 핸들에서 손을 떼 보았다. 심장이 요동쳤지만 기대를 품었다. 자전거는 곧바로 쓰러지지 않았다. 몇 번 비틀거리는 듯했지만 아들의 손끝에서 다시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아갔다. 남자는 안도했다. ‘그래, 내 아들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그 찰나의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남자가 방심한 사이, 자전거는 아들의 의지에 의해 갈라지는 길목으로 들어섰다.



자갈길로 접어든 자전거


아들이 선택한 길은 남자의 눈에 ‘틀린 길’이었다. 멀리서 보기엔 그럴싸해 보였지만, 조금만 들어가자 이내 거친 자갈밭이 나타났고 길은 가파른 오르막으로 변했다. 남자의 본능이 경고음을 울렸다. 이 길은 에너지 낭비일 뿐이며, 결국 다시 되돌아 나와야만 하는 소모적인 경로였다.


남자는 참지 못하고 다시 핸들을 낚아챘다. 그는 특유의 기지와 근력으로 자갈밭을 헤쳐 나와 자전거를 다시 탄탄한 대로 위로 올려놓았다. 속도는 되찾았고 안전은 확보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남자는 아들의 눈에서 무엇인가가 꺼져가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단순히 길을 잘못 든 민망함이 아니었다. 자신의 선택이 단 1분도 존중받지 못했다는 절망감, 그리고 평생 이 핸들을 온전히 쥘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무력감이었을까.



예견된 불안과 고독한 페달링


남자는 불안해졌다. 자신이 아들에게 길을 읽는 법을 제대로 가르치긴 한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이 고른 길 위를 따라오게만 했던 것일까? 남자는 아들을 위해 돌부리를 대신 치워줬고, 웅덩이를 미리 피해 줬다. 아들은 자전거 위에 있었지만, ‘자전거 여행’은 해본 적이 없었다.

“이건 아니다. 더 완벽한 자전거를 물려줘야겠어. 아직은 내가 그럴 능력이 있어.”

남자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었다. 자갈길을 완전히 벗어나고, 아들이 더 단단해질 때까지 조금 더 밟아주기로 했다. 사실 그는 두려웠던 것이다. 자신이 핸들을 놓는 순간, 자신이 일군 이 거대한 세계가 아들의 서툰 손질에 망가져 버릴까 봐.


남자는 여전히 자신이 있었다. 지금까지 모든 것을 홀로 해냈고, 지금도 그는 누구보다 좋은 길을 찾아내는 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자전거의 앞자리에 나란히 얹힌 아들의 손에는 더 이상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남자는 잠도 자지 않고 페달을 밟는다. 언젠가 이 멋진 자전거를 물려받을 아들이 더 빠르고 멀리 가기를 꿈꾸며. 그러나 그 꿈이 깊어질수록, 아들의 시선은 점점 더 자전거 너머 희미한 곳을 향하고 있었다.


[1부 끝.]



[JW] 완성된 시스템을 물려주는 것은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선배는 후배가 고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모든 장애물을 제거해 주지만, 그 과정에서 후배는 '문제를 해결하는 근육'을 잃어버립니다. 완벽한 자전거는 준비되었지만, 정작 그 위에 앉은 여행자는 길을 잃었습니다. 당신이 물려주려는 유산은 혹시 상대의 성장을 막는 거대한 벽이 되어 있지는 않나요?


[다음] 2부 제7화 '아버지처럼...'

또 다른 한 남자의 자전거 여행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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