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自傳居) 여행 (7)

2부 제7화 아버지처럼

by JW

제7화 아버지처럼


물려받은 지도에는 남자의 목적지가 없었다


여기 한 남자가 있다. 그 역시 자전거 여행을 시작하려 한다.

하지만 그의 손에는 아버지가 들었던 차가운 쇠막대기가 없다.

대신 그의 눈앞에는 아버지가 평생을 바쳐 일군,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완벽한 자전거가 서 있다.

그리고 그 자전거를 만든 아버지가 함께 있다.


다른 이들은 쇠막대기 하나를 들고 바퀴를 엮는 고생부터 시작한다는데,

남자는 이미 완성된 엔진 위에 올라타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이 얼마나 축복받은 시작이냐고.


하지만 남자의 가슴속엔 설렘 대신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차오른다.

남자는 그 공허함의 이름을 몰랐다. 다만 자전거를 처음 마주했을 때,

그 거대함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섰다는 것을 기억했다.

두려움인지, 경외인지, 혹은 부담인지.

그것은 뒤섞여 있어서 하나로 부를 수가 없었다.



선언, 그리고 엇갈린 기대


남자는 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다. 쇠막대기를 두드려 불꽃을 튀기고,

엉망진창인 바퀴를 굴리며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멋진 여행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서 남자는 아버지에게 선언했다.

나도 아버지처럼 나만의 자전거를 만들어 여행을 떠나겠노라고.

아버지가 쓰고 남은 부속이라도 좋으니, 그것으로 나만의 뼈대를 세우고 싶다고 말이다.


"아버지, 저도 시작해보고 싶어요.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요."


아버지는 잠시 침묵했다. 그 침묵 속에서 남자는 기대를 품었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낡은 부속 하나를 건네줄 것이라고. 어쩌면 쇠막대기 하나라도.


하지만 아버지가 한 일은 달랐다.

아버지는 남자가 앉아있던 작은 아동용 안장을 떼어내고,

그 자리에 번듯한 성인용 안장과 눈부신 페달을 새로 달았다.

그것은 아버지가 아들에게 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이자 사랑의 형태였다.


"고생할 것 없다. 여기 앉아서 나와 함께 밟으면 된다."


남자는 그 안장을 바라보았다. 반짝였다. 아버지의 손길이 닿은 것은 분명했다.

정성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남자는 이상하게 그것에 앉기가 싫었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다. 그냥 싫었다.

자전거를 만드는 법은 누구보다 아버지가 잘 알 테니,

남자는 아버지가 자신의 조력자가 되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여행의 첫날,

남자가 마주한 것은 자신의 자전거가 아닌 '여전히 아버지의 자전거'였다.



빼앗긴 출발점


남자는 의아했다.

직접 안장을 깎고 바퀴를 맞추는 고통을 기꺼이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 모든 수고를 '생략'해 버렸다.

남자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그래, 이건 엄청난 기회야. 아버지 덕분에 더 윤택하게 시작하는 것뿐이야.'


남자는 상상했다.

이 안장에서 아버지의 기술을 완벽히 배운 뒤,

곧 자신만의 자전거를 만들어 아버지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때로는 아버지의 뒤에서 묵묵히 따르고, 때로는 아버지보다 앞서 나가는 자유로운 여행을.


남자는 아버지처럼 멋진 여행자가 되고 싶어 혼자 있을 때면 몰래 자전거를 연구했다.

페달링에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힘을 전달할 수 있을지 분석했다.

노트에 도면을 그렸다 지우기도 여러 번. 숫자를 적고 각도를 재보았다.

그 무모하고도 풋풋한 연구들이 남자를 행복하게 했다.

마치 자신도 쇠막대기를 쥐고 고군분투하던 젊은 날의 아버지와 연결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헛수고


하지만 남자의 그 반짝이는 시도들은

실제 자전거 위에서 '불필요한 헛수고'로 치부되었다.

자전거 물정 모르는 풋내기의 치기 어린 장난일 뿐이었다.

아버지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는 길 위에서, 남자의 규칙과 분석은

자전거의 속도를 늦추는 방해 요소에 불과했다.

남자는 어느 날 저녁 노트를 아버지 앞에 내밀었다.


"이렇게 하면 오르막에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버지는 노트를 보았다.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덮었다.


"이론이 다 무슨 소용이야. 실제로 타보면 달라."


남자는 노트를 집어넣었다.

남자는 깨달았다. 이 자전거 위에는 두 개의 페달이 있지만,

방향을 결정하는 핸들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남자는 아버지의 거친 손 안쪽으로 나란히 자신의 손을 얹고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는 빠르게 나아갔고, 길은 평탄했다.

하지만 남자는 자꾸만 고개를 돌려 길가에 핀 작은 이름 없는 꽃들을 보고 싶었다.

시냇가에 잠시 발을 담그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핸들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고, 자전거는 아버지가 정한 '가장 좋은 길'을 향해 묵묵히,

그리고 무정하게 달려갈 뿐이었다.




[JW]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꿈이었을 '완성된 자전거'가, 누군가에게는 시작조차 할 수 없게 만드는 '거대한 장벽'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는 종종 자녀나 후배에게 최선의 환경을 제공했다고 자부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이 스스로 넘어지고 일어설 '여행의 권리'를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물려받은 안장은 편안하지만, 그곳에서 우리는 결코 우리만의 지도를 그릴 수 없습니다.


[다음] 2부 제8화 '나의 안장과 나의 페달, 그리고 아버지의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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