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제8화 나의 안장과 나의 페달, 그리고 아버지의 자전거
남자의 안장은 언제나 아버지의 안장 바로 앞에 위치했다.
자전거에 올라타 여행을 시작하면, 아버지는 늘 남자의 등을 보며 달렸다.
고개를 조금만 숙이면 남자의 손이 핸들을 어떻게 쥐고 있는지, 남자의 발이 어떤 박자로 페달을 밀어내고 있는지 아버지는 한눈에 읽어낼 수 있었다.
아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남자를 '보고' 있었다.
그 시선은 거친 비바람을 막아주는 따뜻한 외투인 동시에,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투명한 감옥이었다.
남자는 가끔 아버지의 시선을 등으로 느꼈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느껴졌다.
페달 박자가 조금만 달라져도, 손이 조금 느슨해져도, 그 시선이 등을 건드렸다.
남자는 그럴 때마다 등을 곧게 폈다.
자신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은 남자의 안장과 페달을 보며 부러움 섞인 축복을 건넸다.
"아버지 바로 앞에서 길을 배우고 있으니 얼마나 든든하니. 너는 넘어질 걱정도,
길을 잃을 염려도 없겠구나. "
"남들은 평생 걸려도 갖지 못할 자전거를 넌 처음부터 가졌잖니."
남자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믿으려 애썼다. 아버지가 고른 길은 언제나 평탄했고,
자전거는 흔들림 없이 나아갔다.
남자는 아버지가 속도를 줄이는 타이밍을 보며 '아, 이쯤에서 멈춰야 하는구나'를 배웠고,
아버지가 핸들을 틀 때의 미세한 진동을 느끼며 '저런 길은 피해야 하는구나'를 눈으로 익혔다.
하지만 그 배움은 결코 남자의 근육에 새겨지지 않았다.
남자는 그저 아버지가 이미 다 풀어놓은 정답지를 필사하는 열등한 학생에 불과했다.
아버지의 시선이 남자의 등에 박혀 있는 한, 남자는 더 바르게 앉아야 했고,
더 정확한 박자로 페달을 밟아야만 했다. 실수하지 않는 것, 흔들리지 않는 것,
그리고 아버지의 시야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
그것이 여행의 유일한 목적이자 생존 전략이 되어가고 있었다.
남자는 혼자 있을 때면 자주 상상했다.
'이제 곧 나만의 자전거를 만들 수 있을 거야. 안장도 있고 페달도 있으니 바퀴만 만들면 돼.'
'아버지에게 배운 대로 하면 나도 충분히 할 수 있어.'
하지만 날이 가고 계절이 바뀌어도 남자의 자전거는 태어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더 튼튼하게 고쳤고,
더 정교한 기어를 달아 더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만들었다.
그 모든 눈부신 진화는 남자의 등 뒤에서, 오직 아버지의 손을 통해서만 이루어졌다.
어느 날 자전거가 멈춰 서 있는 동안 남자는 연장통을 꺼냈다.
기어 부분이 조금 느슨한 것 같아서였다.
렌치를 집어드는 순간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하는 거야."
돌아보면 아버지가 서 있었다.
"고치려고요."
"됐어. 내가 할게."
아버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렌치를 가져갔다.
남자는 손을 거두었다.
아버지는 자전거를 고칠 때조차 남자가 연장을 잡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위험하다", "너는 아직 모른다", "내가 해주는 게 빠르다"는 말들이 방패처럼 가로막았다.
아버지는 단 한 번도 남자에게 "이제 내려서 네 바퀴를 굴려 보렴"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아버지는 더 단단하게 핸들을 쥐었고,
남자는 그 핸들 위에 손만 얹은 채 아버지의 속도에 맞춰 발을 굴렸다.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이 안장은 남자가 여행을 주도하기 위한 출발점이 아니라,
아버지가 일군 제국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며 박수치기 위해 마련된 관람석이었다는 사실을.
남자의 페달은 아버지의 페달과 톱니바퀴로 연결되어 있었다.
겉으로는 함께 밟는 것처럼 보였지만, 동력의 주도권은 언제나 남자의 등 뒤에 있었다.
아버지가 힘을 주면 남자의 발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 내려갔고,
아버지가 멈추면 남자의 다리도 허공에서 굳어버려야 했다.
남자의 몸의 리듬이 타인의 손길에 의해 규정당하는 기분은 묘한 수치심과 무력감을 불러일으켰다.
남자는 아직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남자를 위해 이 안장을 특수 제작했고,
남자를 위해 이 거대한 자전거를 혼자 힘으로 버텨내고 있었으니까.
그 숭고하고도 무거운 사랑에 대고
"내 자전거를 만들고 싶으니 나를 내려달라"라고 말하는 것은,
아버지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는 배은망덕한 반항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남자는 오늘도 다시 아버지의 시선 앞에 앉는다.
등을 꼿꼿이 세우고, 아버지가 원하는 박자로 페달을 밟는다.
내 안장과 페달이 독립을 위한 준비물인지,
아니면 영원히 이 자리에 머물라는 결박의 상징인지 알지 못한 채로.
남자는 그렇게 자신만의 출발점을,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형체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JW] 우리는 때로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소중한 사람의 등을 너무 오랫동안, 너무 가까이서 지켜봅니다. 그 시선이 누군가에게는 안심이 되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단 한순간도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대한 압박이 되기도 합니다. 보호와 감시 사이, 그 미묘한 경계에서 당신은 지금 누구를 바라보고 있나요? 그리고 그 시선 아래 놓인 사람은 숨을 쉬고 있나요, 아니면 연기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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