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커피콩 사탕

달콤 쌉싸름한 맛, 그 한 알의 가능성

by 황사공



나는 카페인 중독자이다.

아니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독자이다.

한국인들이 집단으로 걸려있다는 그 얼죽아 병에 걸린 한 명의 시민이다.


매일 아침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셔야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 들고,

식사 중에도 식사 후에도 꼭 이 시원한 카페인을 먹어야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니니네 스위트 매장을 오픈하던 날,

개업을 축하한다며 전 직장 동료들이 필요한 선물을 사주겠노라 제안했다.

그때 주저 없이 말했던 것이 전자동 커피머신이었다.

그리고 그 작은 가게에 얼음정수기도 들여놓았다. 커피는 아이스로 먹어야 하니까.


아침부터 분주히 어린아이들을 등원시키고 출근해서 사탕을 만들고 택배를 싸고,

마치고는 또 부지런히 집에 돌아가 아이들을 하원시켜 놀아주고 먹이고 씻겨 재웠다.

아이들이 잠들면 빨래를 개고, 인스타와 사이트를 점검했다.

늘 한두 시가 되면 잠에 들고 7시 반이면 기상하는 나날이었다. 하루는 정말 짧았다.


예전에는 커피를 마시면 밤에 잠을 못 자 오전에 한 잔만 먹는 게 당연했는데

고된 노동이 동반된 탓인지 오후에 커피를 마셔도 밤이면 기절한 듯 잠에 들었다.

오후에 커피를 마셔도 밤에 잠을 자게 되자 커피를 더 자주 먹게 되었다.


출근하는 차에서 커피를 마시고, 매장에서 아아를 내려 먹고, 퇴근하면서 커피를 마셨다.

그래야 하루가 버텨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커피는 나에게 습관처럼 자리 잡았다.





자일리톨 답례품이 잘 팔리던 어느 날,

아이들 답례품을 구매하는 김에 선생님 선물도 함께 챙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굳이 선생님 선물을 따로, 배송비까지 들여가며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면 고객들이 분명 좋아할 것 같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일리톨 사탕은 아이들 간식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충치 예방 목적으로 소비되는 사탕,
아이들용 간식,

그 정도의 포지션으로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자일리톨은 오히려 건강을 염려하는 어른들에게도 꽤 잘 맞는 간식이었다. 살이 찌는 부담도 적고, 충치 걱정도 덜하고, 당에 대한 부담도 상대적으로 낮은 사탕이라니.

이런 사탕이 또 어디 있나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을 도와주러 온 언니에게 커피를 내려주고 있었는데

언니가 툭, 이런 말을 했다.


"커피맛 사탕을 만들어 보면 어때? 너무 맛있을 거 같은데?"


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엥? 무슨 커피맛이야. 난 너무 싫어 별론거같아. "


라고 대답하곤 그냥 잊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동안 먹어본 커피맛 사탕들은 대부분 당분이 과하거나 인공 향이 너무 강해서
먹고 나면 입안만 더 텁텁하고 찝찝했던 기억뿐이었기 때문이다.

내게 커피는 향과 맛이 살아 있는 에스프레소 자체로 즐겨야 하는 것이지, 사탕으로 옮겨 담을 수 있는 맛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커피 마니아였으니, 어쩌면 더 고집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번 들었던 그 말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말도 안 된다고 넘겼던 그 아이디어가 선생님 선물과 연결된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래. 한번 만들어나 보자!'


하지만 인공 향료가 범벅된 그런 사탕을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평소에도 내가 즐겨 타 먹던 가루커피들을 넣어 자일리톨 커피맛 사탕을 만들게 되었다.


진짜 커피가 들어간 사탕.

인공 향료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은 사탕.

건강을 염려해 사탕을 끊은 부모님께 권할 수 있는 사탕.

내가 먹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탕.


그리고 결과는, 정말 뜻밖에도 대성공이었다.



내가 싫어하던 커피맛 사탕의 맛이 아니었다.

커피의 쌉쌀함과 자일리톨의 청량한 달콤함이 잘 어우러져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맛이 났다.

차갑지도 않은데 아이스아메리카노 같은 느낌이 났다.


그 순간 알았다. 이 건 그냥 커피맛 사탕이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자일리톨 사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졸음과 싸우는 수험생들에게는 충치 걱정 없이 잠을 깨울 수 있는 한 알을,

꽉 막힌 도로 위 지루함을 견뎌야 하는 운전자들에게는 졸음과 지루함을 깨워주는 한 알을,

나른한 오후, 자리에 앉아 업무와 씨름하는 직장인들에게는 배부르지 않은 커피 한 알을.


커피맛 자일리톨은 그렇게 탄생하자마자 상품 그 자체보다 먼저,
쓰임과 장면이 보이는 사탕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제품이 만들어지자마자 마케팅 아이디어들이 한꺼번에 따라붙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언제, 어떤 순간에 권하면 좋을지가 너무 선명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때 처음 제대로 배웠다.

잘 만든 상품은 단순히 맛있는 상품이 아니라,
고객의 일상으로 들어갈 가능성을 가진 상품이라는 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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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탕의 이름은 에스프레소가 될 예정이었다.
내 마음이 자꾸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맛만으로는 조금 단조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두 가지 맛을 더 만들기로 했다.


그 시절 내가 즐겨 마시던 오렌지 커피를 떠올리며 만든 오렌지프레소,
그리고 민트의 상쾌함을 더한 민트프레소까지.


그렇게 니니네 디저트 캔디 론칭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니니네의 시그니처 미니반달 사이즈의 디저트 캔디로 출시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지만, 어른들이 먹기에는 사탕 크기가 너무 작았다.

한 번에 두세 개를 먹어야 한다며, 크기를 조금만 키워 달라는 후기들이 이어졌다.


그때부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됐다.

맛은 잡았는데, 이제는 크기와 모양을 다시 고민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니니네 재료를 사 오던 재료상에서 커피콩 모양 몰드를 발견한 순간 모양에 대한 고민은 끝이 났다.


커피콩 사탕.

커피콩 모양의 커피맛이 나는 사탕.


이보다 직관적일 수는 없었다.

맛도 모양도 내가 원하던 방향과 너무 잘 맞았다.


그렇게 커피콩 사탕은 나의 최애 사탕이 되었다.


나는 이 사탕을 차에 늘 한 봉지씩 넣어두고 운전할 때 먹었다.
커피콩 사탕 한 알을 먹고 물을 마시면, 정말 아이스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덕분에 얼죽아였던 내가,
하루에 커피를 세 잔씩 마시던 내가,
운전할 때만큼은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될 때가 생겼다.

정말 고마운 사탕이 아닐 수 없다.


내가 매일 먹는 사탕이라면 분명 다른 이들의 일상에 들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용 사탕이 아닌, 어른들의 간식 시장을 향한 작은 도전이 시작됐다.





어른들이 사탕을 사는 날, 3월 14일 화이트데이.


커피콩 사탕을 론칭한 이후의 첫 화이트데이.

역시나 커피콩 사탕은 아주 잘 팔렸다.


대량구매를 문의하는 분들에게는 먼저 맛을 볼 수 있도록

커피콩 사탕을 보내주기도 했다.


그렇게 커피콩 사탕은 유리병에 담겨, 리필팩에 담겨,

리본상자에 담겨 고객들에게로 떠나갔다.


건강한 커피맛 사탕에 대한 수요를 제대로 맞췄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뿌듯했다.


어른들은 사탕을 내가 먹기 위해서 사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매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나는 그때부터 선물하기 좋은 패키지를 계속 고민하게 되었다.


가성비 좋아야 하는 패키지,

고급스러움을 담아야 하는 패키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패키지,

심플한 기본 패키지까지 말이다.



한편, 민트맛과 오렌지맛은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히 좋아했지만 호불호가 있는 편이었다.
그래서 꾸준히 잘 팔릴 수 있는 다른 맛을 계속 고민했다.


그렇게 코코넛라테 맛이 탄생했고,
가장 최근에는 말차프레소 맛까지 라인업에 추가되었다.


그렇게 니니네 디저트 캔디는 론칭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이 과정은 단순히 맛의 종류를 늘린 일만은 아니었다.

고객의 구매 이유를 관찰하고, 그 이유에 맞춰 상품과 패키지를 확장해 간 과정에 더 가까웠다.

거기에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 아는 음식과의 연관성까지 포함되니

그 어떤 상품보다도 애정 어린 상품이 아닐 수 없었다.


거기에 충치예방, 졸음방지, 당이 덜 오르는 건강한 간식이라는 콘셉트가 확고하니

선물용으로 자리잡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이 답례품을 사다가 함께 사는 선생님 선물에서

졸음과 싸우는 수험생의 공부 파트너로,

운전할 때 함께 하는 입 안의 내비게이션으로,

직장인의 책상 위 필수 아이템으로,

운동하는 러너들의 입마름 방지 사탕으로,

당뇨가 있는 어른에게도 부담이 없는 사탕으로 까지.


커피콩 사탕은 그저 단순한 사탕이 아닌

분명한 쓰임이 있는 사탕이 되어갔다.


그 덕에 맛의 확장도 패키지의 확장도 더 쉽게 이뤄질 수 있었다.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재탄생을 거듭한 커피콩 사탕은

고객의 일상의 작지만 달콤한 변화가 되어 분명히 자리를 잡은 듯하다.

꾸준히 판매되는 데이터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


결국 상품의 확장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지만,

고객이 이 상품을 사는 이유를 넓혀가는 일이라는 것을

커피콩 사탕을 만들어가며 배웠다.


아이 사탕 전문 가게로 시작한 니니네 스위트는
커피콩 사탕을 계기로 조금 더 넓은 방향을 보게 되었다.

아이만을 위한 간식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건강한 간식 가게로.

그렇게 지금의 니니네 스위트는 커피콩 사탕과 함께 한 발짝 더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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