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빠이(PAI), 태국

by 황사공





태국 북쪽 끝의 작은 마을 빠이. 여행자들의 마을 혹은 예술가들의 마을. 치앙마이에서도 차량으로 3시간여를 구불구불한 길을 달려 가야 만날 수 있는 작은 마을이다.



태국이 여행자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된 것은 아주 오래전부터이고 그중에서도 여행자들의 쉼터로 각광받고 있는 작은 도시가 바로 빠이이다.


유명세를 증명하듯 빠이에는 세계 각 국에서 온 다양한 인종의 여행자들이 한가득인데, 길거리를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이 외국인으로 현지인보다 외국인수가 더 많아 보이기도 한다. 여행자 인지 이 곳에 사는 사람인지 알아채기가 어려울 만큼 그들의 표정에서는 여유가 한껏 묻어있다.



왜 빠이를 찾아가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진 않는다. 하지만 빠이는 순식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빠이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아기자기한 소품을 판매하는 소품샵과 고급 원두로 유럽 스타일 커피를 만들어 내는 작은 커피숍이다.



아주 작은 커피숍엘 들어가도 그 안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신경 쓴 듯한 세심함이 가득하다. 어느 곳에 앉아도 소소한 매력을 발견하고야 마는 신기한 커피숍들이 이 곳 빠이 구석구석 숨어있다.






하릴없이 거리를 거닐다 마음에 드는 가게가 있으면 들어가 보는 게 전부였던 시간.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곳이라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있는 것이 아무렇지 않았던 곳.



여행자의 사치일 수도 있는 그 빈둥거림의 시간이 가득한 빠이.


사실 무엇이든 할 수도 있는 곳이기도 했지만,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고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뭘 할지 정하지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냈을 뿐이다.


별 말없이 걷고 별 말없이 앉아 있는 것.

그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도 시간은 빠르게 또 천천히 흘러갔다.





Come away with me.



작은 것들 하나하나가 감사하고 모든 것이 소중했던 그 시간들 속엔 그가 있었고 또 내가 있었다.


'우리' 라기엔 멀고

'너와 나' 라기엔 가까운 그런 상태로.



우리는 무엇을 원했던 걸까?

너와 나는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아무것도 결정할 용기도, 바꿀 자신도 없는 그와 나는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 하염없이 앉아 있었다.



그 멈춘 듯 흘러가는 빠이의 시간이 우리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다, 괜찮다 위로를 보내준다.




EVERY DAY IS HOLIDAYS, if you love what you do.



모든 것은 내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

너무 잘 알지만 때론 내 마음을 알아채기조차 쉽지 않다.


아무것도 결정할 수도 바꿀 수도 없는 현실의 시간 속에서 나는 늘 빠이를 꿈꾼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그 시간들을.






[ photos ]


현지인들의 수공예품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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