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대화 시작

day20-26. facebook

by 황사공



J 10-1 오전 01:52

안녕, 잘 지내?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은 어땠니? 난 지금 포르투에 있어. 산티아고에 혼자 남고 싶지 않아서 빨리 떠나왔는데 그건 정말 잘한 선택인 것 같아. 여긴 완전히 다른 동네라서 여기선 혼자 있는 게 그렇게 나쁘지 않거든. 이제 포르투의 석양을 보러 가려고 해. 물론 거긴 별로 특별할 게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가보려고.

네가 부디 우리가 함께했던 아름다운 카미노를 오래오래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잘 지내! With Kiss and love


A 10-1 오전 08:06

안녕. 비행은 조금 길었지만, 순례자가 아닌 사람들이 뭔갈 찾아 뛰어다니는 걸 보는 게 제법 재밌었어. 뭔가 쓸모없는 걸 찾아 뛰는 것 같이 느껴지더라. 지금 나는 소프론이라는 곳에 있어. 하지만 여기에서 머무르고 싶지 않아서 그냥 내일 부다페스트로 가려고 해. 그다음 날은 아마 집에 도착할 거야. 지금 생각에 내가 얼마큼 달라졌는지는 집에 가야만 알 수 있을 것 같아. 카미노가 나를 얼마나 변하게 했는지 지금은 크게 와 닿진 않거든.

공항에서 친구들이 나를 보고선 막 웃었어. 카미노 이전보다 10살은 어려 보인다고 말이야. 잘된 일이지.

네가 포르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길 바라. 그리고 그 뒤에 꼭 연락하자. 모레면 나는 집에 도착할 테니 인터넷 사용이 자유로울 거야. 그땐 더 많은 얘길 나누자.

난 정말 우리의 카미노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 네가 정말 그립다. 젠장(Basszameg)!


J 10-1 오후 04:48

젠장(Basszameg)! 이라니, 뭔가 낯선 스펠링이다. 맨날 말하기만 해서 쓸 줄은 몰랐는데 저렇게 쓰는 거였구나. 신기하다. 너 그거 알아? 난 지금 완전 관광객이야. 순례자가 아니고. 그리고 포르투갈 사람들은 혼자 걷는 여자에게 너무 친절해. 젠장. 암튼 너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온전한 너의 시간을 즐기게 되길 바라. 난 네가 너만의 화살표를 곧 만들어 낼 수 있길 기도하고 있어. 아, 그리고 네 페이스북에서 예전 사진을 봤어. 와… 너 꼭 지금 몸무게를 유지해야겠더라. 꼭!


A 10-3 오후 08:57

-6kg.. 그래. 꼭 유지해볼게. 와우.. 집에 다시 온다는 건 정말 흥미로운 일이야. 모든 것이 예전과 똑같아.

돌아와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눴어. 난 지금부터 뭔갈 변화시키길 기대한다고 말씀드렸지. 뭔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일을 시작해보겠노라고. 그런데 그 말을 아니, 그런 말을 하는 나를 이해하지 못하시는 것 같아. 내 생각엔 그들에게 내가 너무 솔직했던 것 같아.

암튼 이런 기분은 처음인데, 지금 나는 뭔가 향수병에 걸린 것 같아. 분명 나는 집에 돌아왔는데 그곳에 다시 있고 싶어. 내 진정한 집은 길이었던 걸까? 아 그립다 정말.

이런 것들을 빼고는 집에 있는 건 정말 좋아. 여기서 화살표를 찾는 것은 조금 어렵겠지만, 계속 찾아보려고. Never give up & no pain no gain.

넌 어때? 어디에 있어 지금은? 시간은 어떻게 보내? 관광객의 일상은 어때? 부엔 카미노! 그리고 kisses!


J 10-4 오전 02:51

응. 그게 바로 현실이겠지? 카미노는 그냥 꿈이었던 것 같아. 하지만 우리는 매일 카미노를 다시 떠올리려고 노력을 해야 할 거 같아. 난 정말 두려워. 나의 카미노를 잊게 될까 봐. 카미노에 내가 느꼈던 모든 감정, 행복, 즐거움 등 어떤 것도 잊고 싶지 않아. 난 정말 카미노가 그립고 네가 그리워. 어쩐 일인지 매일매일 점점 더 네가 그리워 지기만 해. 매일 난 네 생각을 정말 자주 하고 있다는 걸 네가 알까? 내 사랑.

지금 나는 포르투갈에 있는 작은 마을에 머무르고 있어. 친구가 여기로 날 초대했거든. 어제 친구가 날 리스본에서 픽업해서 이 곳 에보라로 데려왔어. 여긴 정말 놀라운 공간이야. 마치 파라다이스 같아. 그냥 자연 속에 덩그러니 버려져 있어. 이 곳에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도 많아서, 그때마다 널 생각하게 돼. 네 생각만 자꾸 난다. 내가 여기에 얼마나 머무를지는 아직 잘 모르겠어. 계획을 더 이상 못 짜겠어. 젠장!

우린 아마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야. 도전하자! 그리고 넌 이미 너의 세상을 변화시켰잖아? 넌 정말 놀라운 사람이야. 그리고 좋은 사람이고. 걱정하지 말고 행복해지자!


10-4 오후 05:41

J 굿모닝!

A 안녕! 어디니?

J 네 마음속! 넌 어때? 어제 잠은 잘 잤어?

A 잠은 잘 잤어. 더 이상 코골이가 없거든!

J ㅎㅎㅎ

A 넌?

J 응 아주 잘 잤어. 난 아직 에보라에 있어. 근데 카미노 이후에 거의 매일 꿈을 꿔.

A 그 꿈들이 좋은 꿈들이었으면 좋겠다.

J 뭐.. 괜찮아. 여긴 정말 좋은 곳이야. 카미노의 작은 마을에서 지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야. 그렇지만 내가 너 없이 어떻게 잘 지내겠니?

A 휴.. 상상할 수 없어. 난 이제 너를 내 삶에서 다신 보지 못하겠지. 정말 잊기 힘든 꿈이다.

J 응 그래.. 그래도 뭐... 괜찮아. 난 행복한 것 같아.

A 그래. 그거면 됐어.

J 내 마음은 언제나 너랑 함께 하고 있는 거 알지?

A 응.

J 아, 그리고 나 예전보다 덜먹어! 너랑 같이 있을 때 너무 많이 먹었던 것 같아.

A 이런.. 나 진짜 우리가 항상 먹었던 참치 샌드위치가 그리워!

J 핫소스도! 근데 포르투갈은 빵이 맛이 없어. 예전에 너랑 먹던 그 맛이 안 난다.

A 난 요즘 매일 초콜릿 같은걸 먹고 있어. 집에 오니 음식은 입에 잘 맞아. 근데 이래서 살 뺀 걸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J 오오오 안돼 안돼.

A 그래도 날 보는 모든 사람들이 살 정말 많이 빠졌다고 얘기하는걸?

J 그럼~ 6킬로를 뺐는데, 사람들이 너한테 더 멋있어졌다고 그러지?

A 응! 모두가 떠나기 전보다 젊어졌다고 말해.

J 음.. 아마 네가 나의 젊은 에너지를 뺏아간 것 같아. 내 친구들은 나보고 전보다 늙어 보인데..ㅠ

A 응?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넌 그럼 이제 한 16살 정도로 보이려나?

J 오 이런. 젠장!

A 아... 너의 젠장도 그립다.

J 나도. 나 정말 너에게 젠장!이라고 소리 내서 말하고 싶어. 아 정말 그립다. 난 아직 꿈속에서 사는 것 같아. 그래서 난 정말 네가 그리워. 너 다음번 카미노는 언제 할 거야?

A 응? 나 아직 첫 번째 카미노도 못 끝낸 것 같은데? 음.. 근데 30년은 너무 긴 것 같아. 난 오래 기다리는 데는 소질이 없거든.

J 3일은 어때?

A 오! 좋은 생각인데?

J 음.. 3일은 너무 짧다..

A 왜? 너 헝가리 좋다고 그랬잖아. 한번 다시 와 보면 어때?

J 음..

J 그런데, 내가 거기 다시 가게 된다면 너 때문이지 헝가리 때문은 아니야.

A 알아. 정말 특별한 헝가리 가이 때문에 정말 특별한 코리안 걸이 오겠지.

J 특별한 너와 나라고 하자. 나 정말 진지하게 고민을 해 볼게. 지금 생각 중이야.

A 아.. 네가 여기 오면 나 정말 행복할 것 같아.

J 젠장.. 너 근데 괜찮겠어? 거긴 너의 삶인데 내가 거기에 가는 게 정말 괜찮을까?

A 음.. 사실 거기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 봤는데, 처음엔 이 곳에 너를 부르는 게 조금 망설여졌는데, 지금은 너를 다시 보는 게 훨씬 더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J 오.. 나 정말 네 곁으로 가고 싶어. 그런데 그게 너에게 괜찮은 일인지 모르겠어.

A 난 정말 너를 원해. 그리고 나 다른 사람들 별로 신경 안 써. 부모님이나 친구들이나. 그러니까 만약 네가 여기 올 수 있다면, 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난 정말 행복할 것 같아. 한번 잘 생각해봐 줬으면 좋겠어. 아마 너도 좋지 않을까?

J 사랑해 아틸라. 그렇지만 아직 대답하지 못하겠어. 나도 정말 원해. 네가 어디에 있든 네 곁에 있길. 하지만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아.

A 난 카미노에서 정말 많이 배웠어. 뭐가 중요하고 뭐가 아닌지 말이야. 그리고 넌 나에게 정말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하지만 생각해 볼 시간을 갖자! 잊지만 마. 내가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J 응 알겠습니다! 하지만 난 또 네가 날 기다리는 걸 원치 않아. 길에서 이미 많이 기다렸잖아?

A 알겠어. 기다리진 않을게. 하지만 서두르지 마, 알지? 신의 속도가 너의 속도인 걸.

J 응.

A 좋아. 이제 아무 말도 하지 말자. 그리고 우리의 만남에 대해 생각해 봐. 그리고 한번 보자고.

J 응! 너 그거 알지? 우리가 뭔갈 원하면 꼭 이뤄진다는 거.

A 당연하지!

J 좋아! 아, 나 지금 나가봐야 할 것 같아. 좋은 하루 보내 내 사랑. 그리고 행복한 아침을 만들어 줘서 너무 고마워.

A 사랑해. 어제보다 더!

J 여전히 너를 사랑해! 어제보다 더!

A 멋진 하루 보내! 널 다시 보게 되길.. 부엔 카미노.

J 응 나도 그러길 바라!


J 10-4 오후 09:56

안녕, 내 사랑? 음.. 혹시 너에게서 가장 가까운 공항이 어딘지 나에게 알려줄 수 있어? 그리고 혹시 헝가리로 가는 저가항공사 홈페이지를 알고 있으면 좀 알려줄래? 너에게 갈 비행기를 예약하려고.


A 10-5 오전 01:48

와 진짜지? 넌 부다페스트로 와야 할 거야. 그리고 거기서 내가 너를 기다리고 있을게. 그리고 항공사는 네가 어디서 출발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 라이언 에어, 위즈에어를 체크해봐. 아... 여긴 근데 헝가리어로만 되어있네. 넌 사용하지 못하겠다. 내가 나중에 체크해줄게!


J 10-5 오후 08:04

부다페스트 가는 걸로 체크해볼게. 만약 내가 거기 가게 된다면 아마 다음 주 주말 정도가 될 것 같아. 그렇지만 아직 예약을 못해서 정확하진 않아. 오늘도 사랑해.


J 10-5 오후 09:14

나 예약했어!! 10월 16일부터 10월 21일까지 있을 수 있을 것 같아. 네 스케줄은 어때? 너만 괜찮으면 내가 저 기간 동안 너와 함께 해도 될까?


A 10-5 오후 11:15

좋아!!!!! 나 저 기간 동안엔 다른 일정 없어. 자 그럼 나는 이제 네가 머무를 숙소를 알아볼게. 사실 나는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여기서 함께 지내는 건 조금 그럴 것 같아. 그들과 마주쳐서 서로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거든. 난 너와 온전히 둘이서 있고 싶어. 저 기간 동안 난 완전히 네 거야.

음.. 우린 부다페스트에 있을 수도 있고 우리 집이 있는 에게르에 있을 수도 있어. 한번 보자.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우리가 다시 함께 있게 된다는 것 같아! 정말 미칠 듯이 기쁘다. 어서 와!!


10-5 오후 11:22

J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생각하자. 뭔가 너무 빨리 돌아가는 느낌이야. 서두르지 말고 다시 한번 잘 생각해봐. 진지하게. 이건 너의 공간이고 너의 생활이니까. 나도 정말 다시 함께 있고 싶지만 너를 위해 옳은 선택인지 잘 모르겠어.

A 응 그래. 네가 옳아. 사실 나도 알고 싶어. 네가 나의 현실에 들어온다는 게 어떨지 말이야. 꿈이 아니잖아 이건.

J 응. 그건 너의 삶이야. 그래서 잘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

A 난 그저 너를 다시 볼 수 있어서 행복할 뿐이야.

J 어쩐지 나는 조금 걱정이야. 내가 거기에 가는 것이 너에게 좋을지 확신이 안서.

A 나도 잘 모르겠어. 정말.

J 알겠어. 어쨌든, 난 정말 너를 다시 보고 싶어.

A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

J 그리고 너의 삶이 궁금하기도 해. 가보고 싶어.

A 나도 그래.

J 좋아. 그럼 진짜 간다?

A 응, 넌 그냥 관광객이잖아? 그렇게 편히 생각하자. 관광하러 간다고.

J 응 알겠어! 나중에 다시 연락하자!


J 10-7 오전 12:40

나 항공편 정해졌어. 10월 16일 23시 45분에 도착할 것 같아. 괜찮겠어?


J 10-7 오전 01:14

아니야. 스케줄 바꿨어. 10월 15일 17시 30분 도착이야. 이게 훨씬 낫지? :)


10-7 오전 01:28

A 당연히 더 좋지. 하루가 더 빠르잖아. 몇 일 몇 시에 오든 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말만 해.

J 아마 난 15일 17시 30분에 도착할 것 같고, 나는 부다페스트보단 너의 동네에서 지내고 싶어. 내가 지낼 공간 찾는다고 했지? 너무 많은 걸 신경 쓸 필요는 없고, 욕실만 딸려 있었으면 좋겠어. 그거면 충분해!

A 응. 적당한 곳을 찾아볼게. 이제 걱정하지 마 내가 다 알아서 해볼게!

J 예약했어! 결국.. 가게 되는구나. 헝가리를 다시 가는구나.

A 좋아!. 근데 너 지금 어디에 있니?

J 나? 포르투갈이지. 아직 그 친구네에서 지내고 있어. 다음 주까지 있다가 헝가리로 갈 거야.

A 좋아! 나 정말 네가 모로코에 혼자 있는걸 원치 않았거든. 정말 잘됐어.

J 응.. 모로코엔 가지 않기로 결정했어. 스페인도. 왜냐면 만날 사람이 있어서 헝가리엘 가야 하거든. 나를 위해 좋은 선택이겠지?

A 최고의 선택일걸? :D

J 아, 너랑 순례자가 아닌 관광객으로 만나게 되는구나! 설렌다.

A 나도 더 이상 순례자가 아닌 거 알지? 기다릴게 네가 오기만을. 나 이제 나가봐야겠어. 나중에 다시 만나.

J 응!

A 키스! 내 작은 치키티타.

J 키스!








이전 18화안녕, 한여름밤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