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미궁 (心迷宫)
유명한 배우가 없어도 이렇게 멋진 영화가
■ 원어 제목: 심미궁 (心迷宫, 씬미궁)
■ 영어 제목: The Coffin in the Mountain
■ 장르 : 드라마 / 범죄 / 스릴러
■ 년도 : 2014
■ 감독 : 忻钰坤
■ 주요 배우 : 霍卫民，王笑天，罗芸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5년 10월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심미궁(心迷宫)>입니다. 제목을 굳이 풀이하자면 '마음의 미궁'인데, 영화 내용을 감안해 약간 의역하자면 '마음이 얽힌 미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영화에는 유명한 배우는 전혀 나오질 않습니다. 처음 이 영화에 흥미가 생겼던 것도 바로 이 점 때문이었습니다. 중국 영화 랭킹에서 상위권에 위치한 작품인데, 유명한 배우가 전혀 등장하지 않으니 왠지 신기하더라고요. 어떤 매력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중국의 한 시골 마을에 갑자기 나타난 신원 미상의 시체로부터 시작됩니다. 마을 사람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생각했던 이 시체 한 구가 알고 보니 마을 대부분의 사람과 모종의 관계를 가지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던 그 관계성들이 드러나는 내용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 흐름입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인물들이 대처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 본성을 드러내는 작품입니다. 감독은 영화 제작자의 부모님으로부터 허난성(河南省) 시골에서 일어났던 실제 사건을 듣고 작품 촬영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감독인 신위쿤(忻钰坤) 감독은 이 영화를 촬영할 당시 이렇다 할 작품이 없는 무명 감독이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기가 어렵자 그는 이 작품마저 잘 안 되면 감독이라는 직업을 접을 생각이었죠. 그런 감독에게 영화 촬영에 필요한 자본이 충분했을 리가 없겠죠. 촬영에 필요한 자본이 워낙 부족해서 제작자의 부모님께서 직접 촬영장에서 뒤치다꺼리를 해주신 덕분에 겨우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감독과 제작자의 마음을 하늘이 알았던 걸까요? 예산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영화는 크게 흥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저 같은 한국인도 이 영화의 명성을 듣게 되었죠.
앞서 말한 것처럼 화려할 것이 전혀 없는 영화입니다. 나오는 배우도 유명한 사람이 없고, 촬영 기술도 세련되지 못합니다. 화면도 자꾸 흔들리고, 굉장히 거친 느낌이죠. 하지만 스토리가 굉장히 탄탄하고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매력이 있습니다. 방금 말한 거친 화면도 오히려 몰입해서 보게 하는 요소가 되죠. 영화의 음산하고 음침한 분위기를 보고 있으면 내가 실제로 그 마을의 한 사람이 되어 사건에 휘말린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제야 느끼죠. 아! 이래서 중국인들이 이렇게 높은 평점을 줬구나.
이런 멋진 작품도 사실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원래 감독이 이 영화의 제목을 "관짝(殡棺)"으로 지었기 때문인데요. 심의를 진행하던 부서에서 영화 제목이 너무 우울하고 부정적인 느낌이라(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중국도 '죽음'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편) 통과를 시켜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떻게든 심의를 통과하려고 바꾼 제목이 지금의 <심미궁>. 감독이 좋아하던 코엔 형제의 처녀작 <블러드 심플>의 중국어 제목인 <혈미궁(血迷宫)>에서 따왔다고 하네요.
내세울만한 화려함은 없지만 스토리의 매력으로 중국인들을 사로잡은 영화, <심미궁(心迷宫)>이었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인사드리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시체 한 구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들. 극본 서술이 나쁘지 않고 인간 본성을 드러내는 느낌이다. 영화 자체는 굉장히 거칠게 찍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것이 영화 감상에 안 좋은 영향을 주지는 않고, 오히려 마을의 어두운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