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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Dec 30. 2020

천하무적 (天下无贼)

착한 사람은 나쁜 사람 덕에 산다


■ 원어 제목: 천하무적 (天下无贼, 톈씨아우제이)

■ 영어 제목: A World without Thieves

■ 장르 : 액션 / 범죄 / 드라마

■ 년도 : 2004

■ 감독 : 冯小刚

■ 주요 배우 : 刘德华,刘若英,王宝强,葛优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04년 중국에서 개봉한 신년 블록버스터(贺岁片,허쑤이피엔) 영화 <천하무적(天下无贼)>입니다. 한국어로 '천하무적'이라 하면 보통 한자로 天下無敵, 그러니까 세상에 상대할 자가 없는 강함을 일컫는 말 입니다만, 이 영화의 제목인 '천하무적'은 '세상에 도둑은 없다'는 뜻입니다. 한자음은 같지만 중국어 발음은 다르죠.


이 영화를 소개드리려면 우선 감독인 펑샤오강(冯小刚, 풍소강)을 먼저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겠네요. 주로 중국식 블랙 코미디 작품을 많이 찍은 감독인데, 한국에선 아시는 분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에서는 대학 수업 시간에도 그의 작품이 다뤄질 만큼 유명한 감독입니다. 대표작으로는 <불견불산(不见不散)>, <쉬즈 더 원(非诚勿扰)>, <대지진(唐山大地震)> 등이 있습니다. 이 작품들은 저도 다 봤는데, 이후 차근차근 리뷰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펑샤오강이 이미 몇 개의 작품을 히트치고 난 후 개봉된 작품이라 대중들의 기대가 꽤 컸습니다. 펑샤오강의 남성 뮤즈(?)인 유명 배우 거요우(葛优, 갈우)도 출연했기 때문에 개봉 전부터 크게 화제가 되었죠. 그러나 큰 기대가 독이었을까요? 전작들을 통해 그가 보여준 유머러스한 블랙 코미디와는 다소 다른 느낌의 영화에 혹평도 좀 받았습니다.



영화는 자오번푸(赵本夫, 조본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하였습니다. 사실 소설 <천하무적>의 판권은 진즉 어떤 회사가 샀는데,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 계속 영화화가 되질 않았죠. 그때 펑샤오강 감독이 이 소설을 접하게 되었고,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당장 판권을 삽니다. 그리고 바로 영화화 작업을 시작하죠. 그 결정이 이 흥행작을 만들었습니다. 역시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바로 시작해야 하나 봅니다.


'도둑 없는 세상(A World without Thieves)'이라는 뜻의 영어 제목과는 달리, 영화에는 도둑이 판을 칩니다. 일단 주인공 커플부터 강호의 사기꾼이자 도둑들이죠. 언제 어떻게 큰돈을 가진 누군가를 잡아서 그 돈을 내 것으로 만들지만 고민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합니다. 곧 부모가 되게 된 겁니다. 여자 주인공은 곧 태어날 아기를 위해서라도 손을 좀 씻고 싶지만, 남자 주인공은 영 안 내킵니다. 이렇게 빠르고 편하게 돈을 벌 수 있는 길이 없거든요.


그때, 이들의 앞에 성선설 신봉자 농민공 샤껀(傻根, 배우: 왕바오챵)이 나타납니다. 그의 손에는 6만 위안이라는 거금이 들려 있죠. 훔친 것 아닙니다. 피와 땀을 흘려 번 전재산입니다. 샤껀은 그 돈을 들고 고향으로 돌아가 집도 짓고 결혼도 할 예정입니다. 그는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믿습니다. 도둑이라뇨! 그런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믿지 않는 것이 하나 있으니, 은행입니다. 은행 송금을 통해 수수료를 떼이느니 차라리 내 손으로 돈을 들고 돌아가는 게 훨씬 안전하다고 믿는 아날로그 신봉자죠.


영화는 거금을 들고 고향으로 가는 기차를 탄 성선설 신도 샤껀과, 그의 돈을 노리는 수많은 늑대들, 그리고 샤껀의 어리석은 신념(눈앞에 도둑이 이렇게 많은데!)을 지켜주려는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스토리가 기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연기자들의 연기에 크게 의존하는 영화죠. 물론 배우들은 그 기대치를 충분히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유덕화(刘德华) 팬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요 ㅎㅎ


혹자는 이 영화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합니다. 현실 속 코미디를 극화했던 펑샤오강의 기존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다는 이야기죠. 일정 부분 동의합니다. 6만 위안을 보고 눈이 뒤집혀야지 고작 아이 부모가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만으로 목숨 바쳐 그 주인을 지켜내는 도둑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요? 하지만 어쨌든 영화니까, 이미 극으로 만들어진 이야기에 너무 현실성을 강요해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이 영화의 진정한 발암캐는 샤껀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어리석은 믿음을 가지고 스스로를 지켜낼 실력도 없으면서 기차를 탔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발생하는 것이니까요. 한편으론 눈이 부실 것 같은 밝음 앞에서는 그 어떤 어둠이라도 그를 집어삼킬 수 없다는, 착한 사람도 결국은 나쁜 사람들 덕에 산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중화권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는 류더화(刘德华, 류덕화)와 영화 <인생(活着)>의 주인공 거요우(葛优, 갈우) 외에도 이 영화에는 주목할만한 배우들이 더 있습니다. 그 첫 번째 배우는 천진난만한 샤껀 역을 맡은 왕바오챵(王宝强, 왕보강). 고향이 허베이성(河北省, 하북성)이라 그런지 영화 속 사투리도 찰떡입니다. 본래 무술의 길로 가려고 소림사에 들어가 무술을 연마했던 그는 성인이 되고 나서 단역배우부터 배우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의 두 번째 작품에 불과하지만 당당하게 주조연급 역할을 맡게 되죠.


봐라! 내가 바로 왕바오챵이다!

이후 <사병돌격(士兵突击)>이라는 전국적으로 사랑받은 드라마의 주연을 맡으면서 왕바오챵의 연기 인생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집니다. <인재경도(人在囧途)>를 필두로 한 囧(지옹) 시리즈, <당안가탐안(唐人街探案)> 시리즈 등 흥행작들엔 모두 그가 있습니다. 외모나 풍기는 분위기, 완벽히 고치지 못한 사투리 등으로 인해 맡을 수 있는 역할의 스펙트럼이 다소 한정적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중국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국민 배우라고 할 수 있죠. 이 영화에서는 그의 풋풋했던 초기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소개드릴 배우는 대만 출신으로 중화권에서 유명한 가수이기도 한 리우뤄잉(刘若英, 유약영)입니다. 커리어는 가수로 시작했는데 찍는 작품마다 대박이 났고, 기세를 몰아 감독으로 참여했던 영화도 대박이 난,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입니다. 중국의 국민가요인 <후래(后来)>를 부른 가수이기도 하고, <먼 훗날 우리>라는 제목으로 한국에도 번역된 영화 <후래적아문(后来的我们)>의 감독이기도 하죠. 이 영화에서는 아이를 갖게 되어 갑자기 개과천선을 하고 싶어 진 여자 주인공으로 나옵니다. 아마 아래 영상을 보시면 그녀를 좀 더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리우뤄잉(刘若英, 유약영)의 <후래(后来)>

https://youtu.be/g14Yrlogux0


꽤 옛날 영화이긴 하지만 감독, 배우, 스토리 어느 것 하나 빠질 것 없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왕바오챵(王宝强)의 허베이(河北) 사투리 진짜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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