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월 27일 ..end

꼭 29번의 잠 - 30 로마 Arrivederci .. 안녕또만나

by 윤에이치제이

꼭 29번의 잠, 로마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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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날이지만 아직은 여느 아침과 다르지 않다

종류는 가끔 바뀌고 가짓수는 그대로인 한결같았던 아침식사 테이블이

오늘도 차려져 있다 아저씨는 내가 식탁 앞에 앉는 걸 확인하고

커피를 끓여 내 앞에 놓아주신 후 볼일을 보러 들어가신다


다른 것 하나가 생겼다

아주머니가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앞에 앉아 이 얘기 저 얘기를 해 주셨다


이제 어디로 가? 토리노로 가요 다른 계절은 몰라도 그곳은 지금이 좋지

밀라노와 토리노 중에 고민했었는데 그 도시는 큰가요?

밀라노가 작은 도시지 토리노는 그에 비하면 큰 도시야 로마보단 작지만

이렇게 오래 여행하면 집이 그립지 않아? 그리워요 집으로 돌아가고 싶기도 해요


아주머니는 영어를 잘하시네요 저도 그랬으면 좀 더 소통하기도

지내기도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쉬워요 맞아 그럼 친구도 더 많이 사귀고 좋았을 텐데

그런데 나도 영어를 독학으로 배웠어 앱으로

굳이 앱 이름을 알려 주신다 (나는 몰랐던 듀오링고는 앱을 잘 활용하는

사람들은 알만한 앱이라는 걸 한국에 와서 알게 됐다)


한 달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는데 잘 지내다 가요 이것저것 신경 써 주셔서

감사했어요 아주머니에게 건네는 인사는 진심이다

수십 번의 잠을 자야 했는데 그 잠이 가장 문제였지만 그건

로마 중심부의 문제고 나의 선택의 결과지 아주머니가 미안할 부분은 아니니까

토리노 근교의 좋은 곳도 추천해 주셨지만 거기서 머무는 기간은

5일뿐이라서 나는 도시에 충실하기로 한다


두 달의 여행이 마무리되었으니 버릴 것들을 트렁크에서 비운다 주로 옷들이다

옷 수거함이 따로 있는지 물었더니 아주머니가 큰 비닐을 주시며 넣어두면

자신이 버리겠다고 하신다 가방을 비웠지만 채워야 할 것들도 늘어

짐이 아주 가벼워지진 않았다


am11시 45분 기차를 예매해 두었고

이탈리아는 플랫폼이 수시로 바뀌기도 해서 시간을 넉넉히 두고

집을 나서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방 구석구석을 잘 둘러보고 나와

작별 인사를 드리려는데 아주머니가 아저씨는 개 산책시키러 나가셨단다

그냥 가면 서운해할 거라며 전화 통화라도 하라고 하신다

그런데 어차피 아저씨와는 번역기 없이는 대화가 힘들어서

아주머니에게 감사했고 건강히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고 전해달라고

부탁드렸다 good luck! 감사했습니다, ciao

창문을 열어 문을 나선 나를 향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신다

아마 지금보다는 나중에 더 그리울 거다





기차 시간보다 여유 있게 도착해 발권까지 마친 건 좋았는데

시간이 남아 역 내 상점들을 구경하러 다니다가 큰 일을 냈다

기차 시간 20분 전에 플랫폼으로 가는데 기차표를 찾아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손을 넣었다 뺐다 하면서 주머니에 있던 기차표를 어딘가에 흘린 것 같다

막판에 대형 사고를 치다니 너무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길을 거슬러 표를 찾아다녔지만 보이지 않았다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간 info 앞에서 울상이 되었고 그 모습을 봤던 건지

먼저 순서를 양보해 주신 신사분 덕분에 직원에게 서둘러 상황을 설명할 기회를 얻었는데

천만다행의 대답이 돌아왔다

문제없어 이름이 뭐지? 토리노 가는 거 맞아?

초조해하는 나를 침착하게 안심시키며 바로 티켓 예약 페이지를

프린트해 준다 아... 천당과 지옥은 늘 이렇게 한 끗 차이지

참! 시간이 없다 받은 종이를 꽉 쥐고 확인한 4번 플랫폼으로 냅다 뛰었다 그런데

기차가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된 거지? 직원으로 보이는 아무나 붙잡고 물었더니

그 짧은 순간에 5번 플랫폼으로 바뀌어 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래...

기차에 올라타고 선반에 짐을 대신 올려주신 또 한 명의 신사분의 친절에 감사한 후에야

자리에 앉아 큰 숨을 몰아 쉬었고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Italo prima

1등석 & 1인 전용 좌석

am 11:45 출발 - pm 16:25 도착

두 번의 간식 서비스가 있고 좌석은 매우 편하다 그리고

유럽의 기차는 (영원히 내 것 아닌 풍경 때문이겠지만) 늘 시간이 빨리 간다


2시간 정도가 지났을 때 기차는 피렌체에 도착했고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처음의 계획대로였다면 집을 통째로 빌려 피렌체에서 한 달을 지냈을 것이다

다시 시간이 흘러 기차는 밀라노에 정차했다

토리노를 최종으로 선택하지 않았으면 나도 여기서 내렸을 것이다

기차가 지나는 두 도시 모두 숙박까지 예약해 두었었다

그렇다고 미련이 남은 건 아니다 기차가 역에 정차했을 때 그 이름이 반가웠을 뿐


기차는 이탈리아의 북쪽을 향해 달리고 있고 로마의 따뜻했던 날씨를

거슬러 다시 추운 1월을 향해 자진해서 가고 있다

그리고 곧 아직도 겨울이 깊은 토리노에 도착한다

동계 올림픽 쇼트 트랙 때문에 알게 된 이탈리아의 도시 토리노

아예 생각해 본 적이 없어 아무 정보도 없는 이 도시가 그래서

더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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