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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지혜 Mar 12. 2020

4. 에디봇, 안쓰니만 못합니다

스타트업 마케터, 네번째 잡담


까페 24에는 에디봇이라는 기능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여러가지 사진을 한 번에 올려서 배치할 수 있으며, 포토샵 없이도 디자인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며 홍보하는 기능이죠. 우리처럼 작은 온라인 쇼핑몰로서는 굉장히 듣기 좋은 소리처럼 들립니다. 게다가 저는 포토샵으로 간단한 수정 정도만 가능한 사람이라 처음에는 무척 좋은 기능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써보니 편리함만큼 불편함이 많은 기능입니다. 인터넷에는 에디봇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기에 초보 마케터 및 샐러들의 공익을 위해 써 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실 판매용에 쓰기에는 미숙한 기능입니다. 

아예 디자이너가 없는 1인 샐러, 초보 셀러들께나 추천드립니다.


(1) 우선, 에디봇은 이미지를 정렬할 수 없습니다. 


이미지와 글자 레이어를 정렬할 수가 없습니다. 레이어 안에서는 정렬이 가능하지만 다양한 이미지나 문자들의 경우 직접 손으로 끌어다 가운데/왼쪽/정렬을 하셔야 합니다. 별거 아닌것 같지만 쓰다보면 불편해서 사람 미치게 하는 기능입니다. 미묘하게 정렬이 안맞는거 같은데 내 손은 기계가 아니니 완벽한 정렬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온라인으로 포토샵을 표방하면서 정렬이 없다니. 파워 포인트보다 못한 부분입니다. 


(2) 방향키로 이미지와 글자 레이어를 옮길 수 없습니다.


'조금 위로 갔으면 좋겠는데... 정렬이 안 되니 처음 이미지, 스티커를 불러올 때는 가운데 정렬인 상태니까 방향키로 위, 아래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겠지?'


그러나 슬프게도 에디봇에서는 방향키로 레이어가 움직이지 않습니다. 방향키로는 오로지 회전만 할 수 있습니다. 대체? 소리가 절로 나오는 기능입니다. 막상 써보면 회전은 각도별로 정도별로 플로팅바로 한번에 바꿀 수 있는 기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렬도 안 되는 마당에 왜 회전 기능일까요? 깊은 뜻을 알 수야 있나요. 가운데 정렬을 유지한 채 위치를 바꾸고 싶다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쉼호흡을 하고 오른손을 곧게 쥐고 위 아래로 움직입시다. 


(3) 에디봇으로 작성한 내용은 복사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심각한 문제입니다. 보통 의류와 패션 잡화는 봄/가을 철에 같은 상품을 다시 팔기도 하고, 작년 상품을 이번 년에 또 파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외에도 시기를 잘못맞춰 올린 상품을 지우고 다시 올려서 파는 경우도 종종 있죠. 그런데 상세 페이지 내용이 복사가 안됩니다. 에디봇으로 한번 만들면 끝이고 똑같은 내용을 다시 올리기 위해서는 직접 손으로 똑같이 만들어 줘야 합니다. '21세기에?'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어쩌겠어요 에디봇을 쓰기로 결정한건 난데. 모니터 두개를 띄워놓고 내가 원래 올렸던 것과 똑같이 만들어 줍시다. 방법이 없어요.


사실 이 문제로 까페24에 문의한적도 있으나 '고쳐야 될 사안이 많으니 네가 중요하게 생각해도 우리의 중요도에 따라 언제 고쳐질지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만일 에디봇을 안쓰고 계신다면 당신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쓰지 않는게 좋겠습니다.


(4) 이미지 간격을 아무리 조절해도 다른 곳에 연동하면 엉망이 됩니다.


이미지 간격이 너무 붙어있다 생각해도 떨어뜨리시면 안됩니다. 아무리 붙여놔도 자기들끼리 조각조각 떨어집니다. 그러니 최대한 붙여서 올린 후에 이정도 간격은 소비자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미지간 간격 조정은 대체 왜 있는걸까 싶지만 묻지 맙시다. 어차피 까페24는 그리 중요히 생각하는 문제가 아닐테고, 에디봇을 쓰는 제 잘못입니다.


(5) 이미지 자동분류? 사실 거의 안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에디봇을 선전하면서 했던 말 중 하나는 "사진만 업로드하면 우리가 알아서 분류해준다" 인데 써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우선 알아서 색상을 파악해서 컬러 파트를 만들어준다는데 색 인식률이 낮습니다. 사람이 흰색 신발을 신고 있으면 이미지상 비율이 큰 발목이 색을 인식해 베이지 컬러라고 분류하는 식이죠. 결국 스포이드로 하나하나 찍어서 만들어야 하는데 품이 두번 듭니다. 이 기능을 잘 쓰고 싶다면 마네킹도 없이 흰 배경에 (너무 희어도 흰색으로 인식하니 안됨) 물건만 덩그러니, 그러나 크게 놓고 찍어야 합니다. 제약이 많아요.  


또한 모델컷과 상세컷 등 에디봇의 자체적인 분류는 제 생각에 에디봇 자체의 가이드 라인이 있고 그대로를 따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지를 제작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는지 거의 의미없이 작동합니다. 에디봇으로 제대로 만들고 싶다면 이미지를 손으로 다시 분류해줘야 합니다. 불편해요. 저는 결국 에디봇의 분류는 무시하고 알아서 하고 있습니다.


에디봇 배너도 똑같은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정렬안됨, 키보드 방향키 이용하면 레이어가 회전함 등) 대충은 만들 수 있지만 전문적인 사이트의 판매용으로 쓸만한 물건은 아닙니다. 단점만 쓰자니 너무 편협한 글처럼 보일수 있지만 실제로 장점보다 단점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장점을 뽑아보자면 까페 24에 올렸을때 적당한 배너 사이즈를 예시 배너들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점, 포토샵을 잘 못해도 어느정도 디자인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양한 스티커 디자인으로 정말 디자인을 1도 못할때도 어떻게 시작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피티에서도 만들 수 있는 디자인 수준이고 기능은 피피티 보다 떨어집니다. 


게다가 용량이 큰지 내가 전에 만든 것도 가끔 수정이 안 되는 경우도 파다합니다. 임시 저장하다가 날라가는 경우, 미리보기 하려다가 날라가는 경우도 많구요. 그냥 HTML을 배우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번씩 합니다. 지금도 사실 과거 올렸던 에디봇 이미지를 수정하기 눌렀더니 도저히 수정창으로 들어가지지 않아 결국 상품을 지우고 괴로움에 차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미지를 어떻게 보이는게 좋구나 정도만 익히고 HTML로 넘어갈 생각입니다. 에디봇은 디자인의 기본 이해가 있다면 아예 쓰지 않아도 좋을 기능입니다. 


아직 에디봇을 쓰지 않으신다구요? 당신은 운이 좋은 편입니다. HTML이나 공부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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