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안전공단의 실험에 따르면, 시속 50km로 빙판길을 주행했을 때 화물차의 제동거리는 110m로 마른 노면(14.8m)보다 7.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에서 제동거리가 4.4배 늘어난 승용차보다 빙판길에 더 취약한 모습이다. 무거운 짐을 싣고 달리는 화물차일수록 겨울철 운행에 더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겨울철 미끄러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여러 방법이 활용된다. 눈길이나 빙판길에선 규정 속도보다 천천히 주행하고, 급정거를 자제하며, 타이어에 스노우체인을 장착하는 식이다. 윈터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국내엔 유독 윈터 타이어를 사용하는 화물차주를 찾아보기 힘들다.
윈터 타이어는 추운 날씨에도 최상의 접지력을 발휘하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일반 타이어보다 더 부드럽고 탄력적인 소재의 고무로 만들어져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굳지 않는다. 보통 기온이 영상 7°C 아래로 떨어지면 타이어는 굳기 시작하며, 접지력이 급격히 낮아진다. 타이어 표면(트레드)에 새겨진 홈과 무늬도 일반 타이어보다 더 깊고 복잡하게 설계돼 높은 제동 성능을 발휘한다.
실제로 국내 한 타이어업체가 승용차를 대상으로 윈터 타이어와 사계절용 타이어의 제동거리를 실험한 결과, 영하 5°C의 눈길에서 시속 40km/h로 주행할 경우 윈터 타이어와 사계절용 타이어의 제동거리는 각각 18.5m, 37.8m로 차이가 발생했다. 트럭과 버스용 타이어로 실험해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이유로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겨울이 되면 윈터 타이어를 의무 장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기후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독일은 겨울철이 되면 차량총중량 3.5톤이 넘어가는 차량에 대해 윈터 타이어를 의무화 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벌금 60유로(한화 약 8만 원)를 부과하고 있다.
산악 지형이 많은 스웨덴과 핀란드, 노르웨이 등도 마찬가지이며,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 기온이 온난한 국가는 표지판이 있는 구간에서만 윈터 타이어를 장착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반면에 국내에는 윈터 타이어 규정이 따로 없다. 산악 지형이 많고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의무화 규정은커녕 윈터 타이어에 대한 인식과 홍보마저 미진한 편이다.
물론 윈터 타이어가 만능은 아니다. 그럼에도 윈터 타이어는 겨울철 미끄러운 노면에서의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