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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이단아들

공유사회와 자발적 기여자의 탄생 <발제> (1)

 오늘날의 시장경제는 전적으로 사람들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는 생각에 기초해 있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지금껏 우리가 사는 사회를 지탱해온 이 뿌리 깊은 관념을 흔드는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이 나타납니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시스템을 공유사회 Commons Society 라고 합니다.



1. 하딘 VS 오스트롬


모두가 함께 사용하는 목초지에 누구나 마음대로 양을 풀어놓을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1968년 개럿 하딘은 사이언스지에 강력한 논문을 하나 발표합니다. 누구나 공유하는 풀밭에서는 모두가 다른 목동들이 오기 전에 최대한 많은 양을 풀어놓으려 할 것이고, 공유지는 결국 황폐화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유지의 비극> 이라 불리우는 이 논문의 핵심입니다. 이것은 토지와 같은 공유재의 사유화를 정당화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불평등이 황폐화보다 낫다' 는 진단과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2009년 노벨 경제학을 수상한 어떤 논문이 20세기를 지탱해왔던 이 사고방식에 반격을 가합니다. 그것은 엘리너 오스트롬의 <공유의 비극을 너머 Governing the Commons> 라는 논문입니다.


엘리너 오스트롬과 Gorverning the Commons 논문 


엘리너 오스트롬은 하딘이 결정적인 지점을 간과했으며, 그것은 사람들이 협의를 통해 비극의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바다라는 공유지에서 물고기를 잡을 권리를 공평하게 관리하는 필리핀의 어부들, 삼림과 목초지를 공동 관리하는 스위스의 퇴르벨 마을, 아마존의 고무 채취자, 에티오피아의 공동 지주 등, 오스트롬은 공유지를 오랫 동안 유지하고 있는 수백 개의 공동체들의 사례를 소개합니다.
 오스트롬의 논문에 의하면, 공동체들은 거버넌스를 자율적으로 조직했고 협력 윤리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이하게도 공유재 기반의 사회에서 개인들은 사리사욕을 억제하고 더 큰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했습니다. 처벌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공동체를 위한 규칙을 어기지 않는 성향을 띄었습니다. 그들은 규칙을 위반해서 개인의 이익을 더 챙기는 것보다, 공동체에서 퇴출되지 않는 것을 더 원했습니다.
오스트롬은 인간에게 '협력적이고 호혜적이며, 다른 이와 공존하며 공평성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녀는 성공적인 공동체들이 다음 8개의 원칙을 갖고 있었다고 정리했습니다.


1.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계를 확실히 정한다.
2.공유재 관리 법칙을 수립한다.
3.법칙의 영향을 받는 사람이 해당 법칙의 변경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4.외부 당국(정부나 지자체)이 공동체 회원의 규칙 작성 권리를 존중하도록 한다.
5.공동체 회원들끼리의 회원 감시 시스템이 존재한다.
6.규칙 위반자에 대한 등급별 제제 항목이 존재한다.
7.이용이 편리하고 비용이 저렴한 논쟁 해결 수단이 존재한다.
8.다중심 거버넌스(polycentric) 가 존재한다. 소규모 조직에서 큰 시스템까지 여러 단계에서 공유재를 관리하는 책임 제도가 있다.



2. 빌 게이츠 VS 리처드 스톨만


"여러분은 소프트웨어를 훔쳐서 쓰고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돈을 내고 사야한다고 생각하면서 왜 소프트웨어는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죠? 여러분이 소프트웨어를 훔치면 더 훌륭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는 길이 막힐 것입니다. 무보수로 일할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소프트웨어를 만드느라 수고한 사람들이 대가를 받는 일에는 왜 다들 무관심하시죠?"

1976년, 베이직 소프트웨어를 복사해서 쓰고 있던 사람들에게 제작자인 빌 게이츠는 공개 서한으로 분노를 표시했습니다. 빌 게이츠는 MS를 설립한 후 지속적으로 불법 다운로드를 막기 위해 불법 복제자들과 법정에서 싸웠습니다.


한편 MIT 인공지능 연구소에서 개발자로 일하던 괴짜 해커 리처드 스톨만은 제록스 프린터를 쓰다가 불편한 점을 발견합니다. 그는 인쇄기에 종이가 낀 것을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프린터 담당자에게 제어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알고 싶다고 요청하자, 담당자는 기밀이라 말하며 거절합니다. 이에 리처드 스톨만은 도의적으로 참을 수 없다며 격분합니다. 어째서 더 모두를 유익하게 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해 버리는 걸까? 그리고 그가 시작한 것이 바로 GNU 프로젝트입니다.


 1984년 AT&T사가 독점 규제에서 풀려나면서 유닉스가 상업화가 되기 전까지 유닉스의 소스 코드는 대학이나 기업에서 자유롭게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나 상업화 이후 이러한 모든 것이 어려워졌습니다. 리처드 스톨만은 이에 저항하여 모두에게 공유될 수 있는 유닉스의 무료 버전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자유로이 수정되고 재배포될 수 있는 새로운 라이선스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GPL이라 불리는 이 라이선스는, 누구나 자유로이 소스 코드를 가져다 쓸 수 있지만, 그것을 섞어서 만든 프로그램은 똑같이 자유롭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GPL을 적용한 코드를 가져다 쓴 프로그램은 누구도 소유하거나 독점할 수 없고, 배포를 제한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누구나 다른 사람이 만들어둔 요리 레시피를 이용해서 새로운 요리법을 개발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그것을 본 다른 사람들이 또 그것을 참고하여 새로운 요리를 응용합니다. 이런 식으로 코드의 세계는 풍요롭게 축적됩니다. 스톨먼은 GNU 선언문에서 자유소프트웨어운동을 시작한 이유를 밝히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들 사이에 우정을 나타내는 가장 기본적인 행동은 프로그램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코드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전형적인 마케팅 협정은 프로그래머들이 다른 프로그래머를 친구로 대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자는 우정과 준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한다.
- 스톨만, GNU 선언문
우리는 관련 자료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계약서에 서명해야만 했다. 이것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초기 단계부터 주위 사람들을 돕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같다. 내가 만약 동료 해커들을 돕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돈을 받았다면,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도 다른 이를 돕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나는 나 자신이 세상을 더 나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 스톨만, 오픈소스 혁명의 역사


 스톨만은 여러 프로그래머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유닉스와 호환되는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운영체제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커널'을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리처드 스톨만과 리누스 토발즈



이때 1991년 핀란드의 대학생인 리누스 토발즈는 공개된 코드들을 이용해서 독자적인 커널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이것이 리눅스입니다. 토발즈는 온라인 그룹에 자신이 개발한 소스를 내놓았고, 몇달만에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코딩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이것이 스톨먼의 GNU와 결합하면서 GNU/Linux가 완성됩니다.

 오픈소스의 가장 탁월한 장점은 버그를 찾아내기가 쉽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딩하는 데 있어서 디버깅 (오류를 찾는 것)은 가장 고된 작업중 하나입니다. 만 줄에 가까운 코드의 오류를 프로그래머 한 사람이 찾으면 고되고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코드를 공개하면 수 많은 프로그래머들이 오류를 찾아내는 데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는 리눅스가 만들어지는 방식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프로그래밍, 오류 찾기, 결과물의  문서화 등을 무료로 하는 취미 같은 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스티브 말머는, 오픈소스가 마치 지적 재산권에 달라붙는 암과 같다고 여겼습니다.

그들은 이를 바이러스처럼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오픈 소스 라이선스를 가져다 쓴 코드를 사용한 프로그램은, 오픈 소스 라이선스를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독점 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사이에 전쟁이 시작됩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가들은 리눅스가 결코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리눅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고, MS는 그것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리눅스를 쓰지 않도록 캠페인을 벌였고, 리눅스는 어렵고 불완전한 프로그램이라며 사람들을 설득해야만 했습니다.

 리눅스 기반 운영체제는 오늘날 서버 시장의 약 30프로를 차지하고 있고, 탑 10000개 사이트의 웹 서버의 약 76퍼센트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리눅스는 무엇보다도 오늘 여러분의 손 안에서 매일 접하는, 안드로이드폰 운영체제의 기반이기도 합니다.

2014년 MS는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를 사랑한다'는 발표와 함께 오픈소스와 협력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2014년 마이크로소프트는 '리눅스를 사랑한다'라는 선언과 함께 오픈소스와 협력할 필요를 인정했다.


3. 사유화와 싸우다


오늘날 모든 디지털 세계의 기초가 된 '소프트웨어' , ' 코딩 언어' 의 상당수가 이러한 공유지 운동으로 탄생했습니다. www 라는 인터넷 프로토콜  표준을 만든 팀 버너스리는 그것으로 특허를 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누구나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었고, 이것은 인터넷 세계에서 전례 없는 풍요를 낳았습니다. 오늘날 구글 트래픽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는 위키피디아 백과사전은 12000명의 사람들의 상시적인 기여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이 사실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누구나 또다른 위키 백과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위키 프로그램은 공개되어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또다른 위키를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로써 상상도 못할 다양한 협력 콘텐츠 플랫폼들이 탄생했습니다.


2011년에 엘베카얀이라는 컴퓨터과학자는 과학 논문 DB의 너무 비싼 이용료에 항의하면서 이를 해킹하여 무료로 공유했습니다. 그녀는 상업 논문 저널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대학 도서관들과 개인 연구자들로부터 비싼 이용료를 받고, (대학 도서관 예산의 65%가 논문 DB구독료에 지출됩니다.) 지식의 공유와 확산을 저해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의 행위는 '불법'이었지만 수 많은 연구자들이 그녀가 개설한 사이트에 무료로 계정을 제공하고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핵티비즘 (해킹+액티비즘) 은 꾸준히 오픈 액세스 운동을 활성화시키고 있습니다. 국가의 돈으로 연구된 결과물이 상업 출판사의 영리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에 수 많은 이들이 공감했고, 2012년 하버드대는 유료 저널에 논문을 싣지 않기를 권고했습니다.

 오픈소스는 도구와 제품의 제작/디자인에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에콜로지라는 네트워크 커뮤니티는 제작 설계가 오픈소스로 이루어진 트랙터인 <라이프트랙> 이라는 공유 가능한 장비를 제작중이고, 15개 국가의 협업자들이 참여하는 저렴한 모듈식 자동차 프로토타입을 제작하는 <오픈 스피드> 라는 프로젝트도 생겨났습니다.

 코드와 지식, 설계와 디자인을 공유하는 운동은 꾸준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국제 저작권 조약인 <위조 및 불법복제 방지 협약> 이 자유소프트웨어 해커들, 오픈 플랫폼 기업들의 연합에 의해 무효화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개발자들의 커뮤니티인 깃허브에는 현재 수십만 개의 프로젝트가 존재합니다. 각 프로젝트는 재사용될 수 있고, 누구나 개조할 수 있으며 다른 프로젝트에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기업은 코드를 상품으로 여겼지만, 프로그래머들은 코드를 공유자산으로 여겼습니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도울 때 전체적인 풍요가 늘어난다는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른 이의 코드를 쓸 수 있고 이를 고치고 덧붙여 새로운 코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공유된 소프트웨어 자산은 마치 전세계 프로그래머들의 노력의 총합과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4.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종말


토지에 대한 접근권이 사회적 관습과 분리됨에 따라 새로운 종류의 인간형이 생겨났습니다. 시장 질서에 부응하기 위해 모든 것이 상품화된 후, '여기저기 떠도는, 자존심과 절제력이 부족한 사람들, 잔인하고 냉혹한 존재' 가 되었다고 칼 폴라니는 묘사합니다. 안젤리스라는 학자는 정부나 사회가 시장 원리에 모든 자원의 분배를 의존하는 현실을 보며, '욕망을 좇기 위해 돈과 시장에 의존하면 할수록 사람들의 생계가 서로 대립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지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애덤 스미스 이후로 줄곧 20세기 경제학자들은 인간은 합리적이며, 사익을 추구하며 또한 그로 인해 사회 전체의 부가 증가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 이 작동해 자연스럽게 부를 창출하고 분배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사람의 호혜적이고 비합리적인 행동이 '경제적 합리성' 만큼이나 중요한 힘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빌 게이츠는 무료로 프로그래밍을 해주는 사람은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대가 없이 생산하는 사람들을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은 오픈 소스 생태계를 보며 사람들이 어째서 대가 없이 자신의 노동을 기여하는지 혼란스러워 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시대에 이기심이 부를 창출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시장이 물리적인 재화의 교환에 바탕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빵집 주인이 자신이 먹을 것보다 빵을 더 많이 만들면 남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만든 남는 재화와 더 많이 교환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빵집 주인은 더 많은 빵을 만들고자 노력하게 되고, 더 많이 교환하면 서로 만족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애덤 스미스의 시대에는 물물교환이 기초였고, 화폐는 물물 교환을 돕는 보조 수단으로 여겼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에 따르면 개인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 개인이 더 많은 돈을 버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의 사익을 추구한다는 것은 더 많은 물품이 생산되고 더 많은 교환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사회 전체의 부가 증가한다고 본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의 시대의 돈은 교환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또한 애덤 스미스는 사람들의 이기심이 풍요의 동력이라고 하면서도, 이기심이 타인을 착취하거나 해치게 된다면, 사람들은 공감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고 도덕 감정론에서 썼습니다. 또한 부자들의 위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끝없이 생산물을 먹을 수가 없어서, 결국 남는 것을 농부와 노동자 등 모두에게 나누어 줄 수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지 않는 공감 능력과 욕심의 한계가 있다는 조건 하에서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이를 끝없는 이윤 추구를 정당화하는 철학적 기반으로 오해하고 있었습니다.


해커들이 단지 돈을 벌기 위해 공동체를 떠나 자신들이 만든 코드를 사용하는 데 제한을 두었다면, 오늘과 같은 풍요로운 소프트웨어의 발달은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의 풍요를 만든 건 해커들의 이기심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코드를 만드는 즐거움, 공유함으로써 얻는 호혜적인 즐거움, 기여한다는 보람이었습니다


만약 보이지 않는 손을 디지털 공유자산에 빗대어 해석한다면 이렇게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즐거움, 호혜성, 보람이 사회의 부를 증가시킨다"


이것은 더 이상 20세기를 지배해왔던  '호모 이코노미쿠스' 가 아닙니다. 디지털의 시대는 경제적 인간에서 협업적 인간으로, 보상이나 처벌로 움직이는 인간에서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인간으로, 전면적인 인간적 정체성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시장에서 흥정하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개인들의 상호작용만이
부를 창출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20세기에 건설사와 자동차 회사는 사람들이 근로자로 가장 많이 근무한 회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산 획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 또한 집과 차였습니다. 사람들은 집과 차를 생산하는 회사에 들어가 자신의 노동을 기여한 뒤 돈을 벌어 그것으로 집과 차를 샀습니다. 이것은 20세기의 노동과 부의 창출, 분배를 정의하는 보편적인 방식이었습니다. 노동을 조금 기여한 사람은 작은 집과 작은 차를 갖고, 더 크게 기여한 사람이 더 큰 집과 더 큰 차를 사게 되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것은 자본주의가 자리잡던 시기에 존 로크가 이야기한 재산권 개념과 일치합니다.

 존 로크는 '각자가 자원을 만드는 데 투자한 노동력에 따라 그 자원에 대해 다른 사적 자격을 갖는다' 며 오늘날의 사유 재산을 정당화하는 중요한 틀을 제공했습니다.

 사유재산권에 기초한 자본주의 시스템은 같은 방식으로 공유재가 될 수 있는 수 많은 것들 - 토지, 자연 자원, 물, 생물 다양성, 해양, 그리고 인터넷과 주파수, 지식과 코드, 디자인, 설계에 이르기까지 - 에 대해서도 사유화를 주장해왔습니다. 사유재 개념은 너무 강력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지적 재산권과 특허권만이 창작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보상을 주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만약 21세기에 부를 창출하는 것이 물질적 재화가 아니라 지식과 디자인, 설계와 같은 무형 자산이라면 어떠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할까요? 우리에겐 사유재산을 뛰어넘는 개념이 필요하게 됩니다. 해커들은 사유재산에 기초한 시장적 시스템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것입니다.


 자본주의는 희소성의 설계에 대한 것입니다. 나누는 데 사실상 비용이 들지 않는 지식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접근을 제한함으로써 수익을 낼 수 밖에 없습니다. 레시피로 장사를 하려면 레시피를 공개하지 말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공유인들은 풍요의 시스템을 설계하고자 합니다. 사유재산과 시장에 의해 모든 것이 지배되고 있는 세상에서, 비시장적 공간을 얻어내기 위해, 많은 공유인들이 협력하고 애쓰고 있습니다.


리처드 스톨만은 GNU 선언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만약 보상을 받아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회에 대한 기여다. 창의성은 사회에 기여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사회가 그 결과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야만 한다. 사용자들의 돈을 끌어모으기 위해 프로그램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파괴적인 방법이다. 그 제한 때문에 프로그램이 활용되는 횟수와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것은 프로그램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인간의 풍요로움을 전체적으로 감소시키는 행위다. ..선량한 시민이라면 자신이 보다 부유해지기 위해서 그러한 수단을 쓰지 않는다. 그 까닭은, 만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면 상호간의 유해한 행위로 인해 결과적으로 우리 모두는 보다 빈곤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데이빗 볼리어는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에서 다음과 같은 강력한 선언을 합니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열린 네트워크와 디지털 공유재가 가져오는
자유와 혁신, 책임성을 맛본 이제
더 이상 20세기식 지휘 통제의 비즈니스 모델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관련 토론 보기:

https://brunch.co.kr/@jinggeomdari/5




- 징검다리 미래교육원 -


참고: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 데이빗 볼리어

GNU 선언 (번역문) https://www.gnu.org/gnu/manifesto.ko.html / 리처드 스톨만, 송창훈 역


자유소프트웨어의 영원한 지도자, 리처드 스톨먼 / 공병훈

 http://hobbitwizard.cafe24.com/archives/1765 


유닉스, 리눅스, 자유 소프트웨어의 역사

 https://wiki.kldp.org/HOWTO/html/Secure-Programs-HOWTO/history.html


커먼즈 개념과 자본주의의 미래 - 착취적 자본주의를 넘어서 / 요하이 벤클러, 신하영 역

http://slownews.kr/50036


오픈소스, 혁명의 역사 / 리처드 스톨만, 리누스 토발즈 외 4명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 / 김수행 

공유의 비극을 너머 / 엘리너 오스트롬

프리 Free / 크리스 앤더슨

펭귄과 리바이어던 / 요차이 벤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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