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9월 12일 오후 강원도 춘천 강원창작개발센터에서 '강원의 마음을 듣다' 타운홀미팅을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방청객으로 참석한 원주시설관리공단 직원은 "장관님하고 대통령님이 강원도에서 제일 자랑할 수 있는 게 자연경관이고 천혜의 자연이라고 하시는데 저는 자연의 입장에서 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며 "자연경관이 자원인 강원도에서 자연을 자꾸 뺏어가고 망가뜨리려고 하시면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서 "문체부 장관님께서 공격적으로 발굴하시겠다고 하셨는데 저는 공격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며 "강원도의 자연은 공격받아서 안 된다. 좀 쉬어야 되고 자연 나름대로의 상태를 유지해야 된다. 공격하지 말아 달라"라고 호소했다.
이후 양양에서 왔다고 밝힌 방청객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공사를 지금 당장 중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에 이 방청객의 말을 끊은 이재명 대통령은 방청객들에게 반대하는 사람 손을 들어보라고 하고 이어서 찬성하는 사람 손들어보라고 말했다.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이재명 대통령은 '반대하는 사람들이 더 많네요'라고 말했고, 자신할 수 없지만 검토해 보겠다며 응답을 마쳤다.
이런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색을 한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해명을 하려고 나서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은 도민의 말을 듣는 시간이라며 저지했다. 그럼에도 이 와중에 김진태 지사는 설악산 케이블카가 현재 공사 중이라 중지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 양양 주민은 현재 각종 소송 등으로 벌목도 하지 못한 채 중단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맞받아쳤다.
▲지난 4월 24일 오후 강원도와 양양군 관계자 등이 강원 양양군 서면에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1번 지주가 들어설 곳에 첫 삽을 뜨고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21세기에 들어서 한반도의 반도 되지 않는 땅에 정부 주도로 수많은 도로와 철도가 깔았고, 지자체에서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경치 좋다는 산과 강에 잔도, 출렁다리, 데크길 그리고 케이블카 등을 설치했다. 현재 그런 인공물들이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대한민국 땅을 뒤덮고 있는 실정이다.
자연을 이용한 지역경제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자연생태계를 파괴하고 환경을 오염시킬 수밖에 없다. 이런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국립공원을 물론이고 지자체에서 지정한 일정한 규모 이상의 도립공원에서도 개발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환경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그러니까 환경부는 자연생태계를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임 샘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토목공사 측면에서 예를 들어보겠다. 기본 조감도를 보면 케이블의 총거리는 3.3km, 하부지주 2개소, 상부지주 1개소, 중간지주 6개소이고, 중간지주 높이는 30m~45m이다. 또한 상부 정류장은 끝청 아래 해발 1430m에 설치하고, 건축면적은 1826㎡이다. 이밖에도 상부 공원조성과 데크 설치 등이 별도로 있다.
험준하기로 정평이 난 설악산 능선부에 이런 시설을 만든다는 곳은 그에 상응하는 만큼 자연생태계를 훼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지주마다 각종 건설기계와 장비를 이용하여 굴착공사를 하고, 뒤이어 철근콘그리트공사과 기초공사를 행하고 그 위에 거대한 철탑을 세워야 한다. 10층~15층 건물 높이의 철탑을 세우기 위해서는 그만큼 공사의 규모도 커야 함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희귀종 식물들이 손상되고 채벌 되어야 한다.
이후에도 상부정류장 건축.토목공사가 뒤따른다. 1826㎡ 규모의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서도 역시 땅을 파고 철근을 배근하고 콘크리트를 붓고 그 위에 크레인을 설치하여 철골조 건물을 올려야 하다. 또한 무장애 산책로도 만들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그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필연적으로 훼손되기 마련이다. 더구나 그곳은 눈잣나무, 털진달래, 분비나무, 만주송이풀 등 학술적 가치와 보존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고산 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해발 1430m, 국립공원 보존지구 핵심능선에 그만한 크기의 건축물이 들어선 곳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없다. 아마도 케이블카가 준공된다면 우리나라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가장 큰 규모의 건축물이 될 것이다. 그것은 그 이상의 자연생태계가 파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구나 험악하기로 소문난 설악산에 이런 대형 구조물을 설치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난공사이기도 하다. 그런 난공사는 설악산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의 변화가 겹쳐져 산업재해 위험률을 높일 것이다.
설악산은 국립공원이면서 천연기념물 제171호, 천연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백두대간 보호지역 핵심구역 등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만큼 자연생태계의 보고라는 뜻이다. 이런 설악산에 되돌릴 수 없는 큰 생체기를 남기면서까지 굳이 케이블카를 설치해야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개발론자들은 권금성 케이블카를 들먹이며 자연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하지만 오색케이블카는 차원이 다른 규모이다. 권금성 케이블카는 1.1km에 불과하고, 중간지주도 없고, 상부 정류장 건물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작다.
국립공원은 자연생태계 보존의 마지막 보루이며 국가가 자연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산물이다. 기본적으로 그 안에서는 개발이 허용되지 않고 최소한의 길과 시설물을 설치하고 심지어 임도도 만들지 못한다. 미국의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 따위의 인공물은 아예 설치할 수 없고, 케이블카 설치론자들이 항상 거론하는 스위스에서도 국립공원에는 케이블카가 없다. 일본도 수십 년 전에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설치했지만 그 후에는 추가로 만들지 않고 요즘은 철거하는 추세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고 자부한다. 삶의 질이 향상되면 자연과 환경에 시선을 돌리는 것이 일반적인 공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자연과 환경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철학을 가지고 있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고 있다. 이제 지자체에서도 적자가 만연하는, 가성비 낮은 관광사업을 지양하고 다른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할 때이다. 자연을 파괴하는 관광사업은 후진적 발상이다. 진정한 선진국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관장들의 자연에 대한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한다.
하지만 환경부장관은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재고할 의사가 없는 것 같고, 문체부 장관도 관광사업을 공격적으로 발굴하겠다고 천명했는데, 자연생태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두 장관에게서 기대를 접어야 할지도 모른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현 정부에서 이렇게 자연생태계 문제 해결에 미온적인 것은 사실 전혀 뜻밖이다.
몇십 년 전부터 설악산과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놓는다는 말들이 많았지만, 그때마다 산을 좋아하는 일인으로서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치부했었다. 하지만 현재 초현실적이었던 그 소문이 현실이 됐다. 두 해만 지나면 상상할 수 없었던 케이블카가 설악산 상공을 떠다닐 것이다. 다른 국립공원에서도 케이블카 설치 책동을 막을 수 있는 명분도 없어질 것이다. 그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풍경이어야 할까?
*오마이뉴스에도 실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