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완벽함이라는 신화를 믿어왔는지도 모른다.
흠 하나 없는 사람, 틀림없는 판단, 모두의 기준에 맞는 선택이야말로 바람직한 삶의 형태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며, 조금의 흔들림도 허락하지 않으려 했던 시절이 있었다. 나는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릴 때마다, 마치 숨을 억지로 참으며 물속에 오래 머물던 사람처럼 답답함이 느껴진다. 완벽함은 나를 빛나게 만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 빛 아래에서 나는 점점 그림자처럼 희미해져갔다. 완벽하려는 욕망은 나를 정제시켰지만, 동시에 나를 소거했다. 나는 완벽해지기 위해 나의 결함을 지우려 했지만, 결함을 지운 자리에는 나의 생동감마저 사라져 있었다.
살아가며 나는 깨닫게 되었다. 세상은 본래 불완전하고, 사람은 그 불완전함 속에서야 비로소 온전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서로의 균열 속에서 비추어 보고, 서로의 부족함을 통해 위로를 받으며, 그 미완의 감정과 사유를 통해 관계를 이어간다. 완벽한 인간은 아름답지만 차갑고, 불완전한 인간은 서툴지만 따뜻하다. 나는 이제 완벽함보다 따뜻함이 더 큰 진실이라는 걸 안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건, 흠 없이 사는 일이 아니라, 흠이 난 채로도 계속 나아가는 일이라는 걸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한때 나는 ‘나답다’는 말의 의미를 몰랐다.
나는 늘 남들이 보기에 괜찮은 사람, 실패하지 않는 사람, 실수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자 했고, 그 안간힘이 나를 얼마나 지치게 했는지를 뒤늦게야 알았다. 그때는 몰랐다. 완벽함을 향한 열망이 사실은 불안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것을. 누군가의 시선 속에서만 존재하는 나, 평가받기 위해 조심스레 다듬어진 나, 그것이야말로 가장 왜곡된 형태의 나였음을 깨닫는 데엔 많은 시간과 상처가 필요했다. 나는 완벽하려고 애쓰는 동안, 단 한 번도 온전히 ‘나’로 살아본 적이 없었다.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것은 두렵다.
그것은 마치 어두운 물속으로 몸을 던지는 일과도 같아서, 어디까지가 나인지, 어디부터가 흔들림인지를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불확실함 속에서만 진짜 숨이 트인다. 나는 완벽하려 애쓸 때보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서툴러도 괜찮다고, 그럼에도 여전히 나로 남을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수 있을 때, 내 마음은 비로소 안정되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그 말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불완전함은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이며, 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형태이다.
금이 간 도자기가 새빛을 머금듯, 틀어진 문장이 오히려 시가 되듯, 인간의 불완전함은 우리를 더욱 인간답게 만든다.
완벽은 닫힌 세계이고, 불완전함은 열린 문이다. 그 문을 통과할 때마다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난다.
이제 나는 알 것 같다.
나다움이란 완벽하게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부서지고 회복되는 과정 속에서 만들어지는 한 사람의 결이라는 것을. 그 결은 매끈하지 않다. 거칠고 불규칙하며, 때로는 엉성하다. 그러나 그 거칠음 속에 내 삶의 체온이 묻어 있다. 나는 더 이상 그것을 감추지 않는다. 나의 서투름, 나의 흔들림, 나의 모순, 그 모든 것들이 모여 ‘나’를 이루고 있다면, 그 불완전함이야말로 내가 살아있다는 표식이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자주 흔들린다.
무언가를 잘못 선택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할 것 같은 불안에,
또는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불확실함에 휩쓸릴 때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흔들림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그 흔들림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나는 완벽해지는 대신, 나를 이해하려 한다.
흠결 속에서도 반짝이는 진심을, 실패 속에서도 자라는 단단함을, 두려움 속에서도 나아가려는 용기를 믿으려 한다.
결국, 불완전함을 끌어안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다.
그 용서 속에서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지고, 비로소 사랑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에게 이해받지 못해도 괜찮고, 때로는 주저앉아 울어도 괜찮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조금씩 나답게, 조금씩 온전히, 조금씩 더 자유롭게 살아간다.
불완전함 속에서도 삶은 계속된다.
그리고 어쩌면, 그 불완전함 덕분에 삶은 더 아름다워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