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슬라임이 싫다고 하셨어
내 인생의 즐거움을 찾으라고 하면 유튜브를 빼놓을 수 없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시간은 어찌나 빨리 순삭되던지... 특히 츄팝의 슬라임 만드는 영상을 보면 미치겠다. 목소리를 변조하여 귀엽기까지 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스케일이 달랐다. 슬라임을 소량만 만들지 않았다. 그리고 중간중간 효과음도 넣어 재미를 보장했다. 이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인터뷰하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다. 츄팝이 슬라임을 만들어 바풍을 만들 때 특유의 웃음소리가 날 기분 좋게 했다. 더불어 나도 만들고 싶다는 욕구도 함께 치솟았다.
슬라임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겠다. 액체 괴물이라고도 불리는데 반액체 장난감으로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흐르는 슬라임을 보곤 울엄마는 콧물 같다고 더럽다고 했다. 난 기분만 좋던데...
여담으로 바풍은 바닥 풍선이라 하여 슬라임을 쭈욱 늘려 바닥에 치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걸 뜻한다. 꾹꾹이는 슬라임을 꾹꾹 누르는 행동을 뜻한다. 이 정도면 슬라임을 좋아하는 조카와 대화할 수 있는 습자지 같은 슬라임 지식을 터득한 거다. 아, 팁은 거둬둬라.
슬라임을 만들 사부작력이 부족하다면 문구점이나 플리마켓, 인터넷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제작이 쉬워 직접 슬라임을 만들 수 있다.
준비물 : PVA가 들어간 물풀, 베이킹소다, 물, 렌즈세척액, 그릇, 숟가락
PVA가 들어간 물풀은 성분표를 보면 알 수 있다. 나는 다이소에서 물풀에 구매했다. 베이킹소다는 집에 있는 걸로 썼다. 만약 집에 베이킹 소다가 없다면 다이소에서도 판매한다. 이렇게 쓰다 보니 다이소를 홍보하는 꼴이군. 전혀 상관이 없는데... 렌즈세척액은 리뉴가 최고라고 하지만 비싸다. 나는 중외제약의 프렌즈 B5를 인터넷에 구매했다. 리뉴보다 훨씬 저렴하다. 백수가 돈이 어딨다고. 저렴이로 담판 지을 거다.
슬라임은 과학이다. 자칫 잘못하면 탱탱볼을 만들 수 있고, 콧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니 신중하게 재료를 넣어야 한다.
먼저 베이킹소다를 물에 푼다. 따뜻한 물을 쓰면 잘 녹지만 차가운 물이어도 상관없다. 그릇에 물풀과 물을 1:1 비율로 넣는다. 그리고 잘 섞는다. 물풀이 물에 녹는 모양이 헤엄치는 투명한 실지렁이 같다. 실지렁이가 사라지면 물풀과 물이 잘 섞인 거다. 그러면 숟가락으로 베이킹소다 푼 물 한 숟가락, 렌즈세척액 한 숟가락을 넣는다. 넣는 직후 열심히 저어야 한다. 베이킹소다가 한 곳에 뭉친 망친 결과물을 보기 싫다면 말이다. 저었는데 뭉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면 다시 베이킹소다 푼 물, 렌즈세척액 한 숟가락씩 첨가한다. 그렇게 슬라임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뭉치기 시작하면 이제 슬라임님께서 탄생하는 경이로운 광경을 볼 수 있다. 계속 저어라. 슬라임님의 심기가 많이 불편하시다. 만약 더 안 뭉친다면 다시 베이킹소다와 렌즈세척액 한 숟가락씩 넣는다.
완성되었는가? 그거다. 그게 바로 슬라임이다. 울엄마는 콧물 같다고 싫어한 반액체 장난감. 하지만 만지면 기분이 좋은 걸 어떻게 하란 말인가. 꾹꾹이도 해 보고, 바풍도 만들고, 조물조물 슬라임을 만지작거리면 백수의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보관할 때는 슬라임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뚜껑이 있는 그릇에 보관하면 된다. 만약 더러워져서 버리고 싶다면 말려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 물컹거린다고 변기, 세면대 등에 버리면 배수관에 붙어 수리공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심지어 미세플라스틱처럼 바다에 떠다니다가 해양 생물이 먹을 수도 있다고 한다. 그걸 내가 먹는다고 생각하면 끔찍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