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이 애비가 솜씨 발휘해볼 테니 가서 닭 한 마리 사와라.
토실토실 살 오른 놈으로다가.
여자들이 떼로 있으면 뭐 하나.
닭 하나 제대로 삶아내는 인사가 없으니 원."
귀찮게 뭔 백숙이대요.
감자탕 전골이나 시켜 묵자니까.
어차피 아부진 입으로 다 하시고
죽어나는 건 엄마를 비롯한 우리 여자들인 것을.
궁시렁 궁시렁.
입 쭉 내밀고 지갑을 챙겨 들고 나오니
아버지가 불쑥 손을 내미십니다.
"?"
"이걸로 사오라고. 네 돈 쓰지 말고."
"돈 있어요."
"어허, 이걸로 사오라니까."
"정서방이 맛난 거 사드리라고 챙겨줬다니까요."
"그건 나중에 너 쓰고 이걸로 사와.
남으면 맛난 과자 사 먹고. 요즘도 산도 좋아하냐?"
날이 추우니 빵빠레는 사 먹지 말라고 신신당부.
아이고, 아부지 제 나이가 몇인데요.
자식은 늙어도 베이비인가 봅니다.
오른손에 쥐어진 만원 덕에
비죽비죽 웃음이 새어나와요.
까까는 남우세스러우니
간만에 문방구 방문이나 해볼까나?
이모오~
엄청스레 잘 지우지는 지우개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