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누나에게서 어른 냄새가 난다.
나만큼이나 오동통했던 볼살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
마주치는 동네 어른들마다 꼭 한 마디씩 건네곤 한다.
"아이고, 율이 처녀가 다 됬구먼. 시집가도 되겠어. 요즘 애들은 잠깐 눈 뗀 사이에 부쩍 큰단 말이지.
서양 음식을 먹어서 그런가?"
여기까진 그러려니 하겠는데
허구한 날 애 취급이던 영배 형까지 은근슬쩍 친한 척하며 곰살맞게 구는 꼴은 도오저히 못 봐주겠다.
어제도 뭐?
오빠가 맛있는 거 사 줄 테니 아무 때고 전화하라고? 오/빠/가?
"이봐, 쪼꼬미. 지루하면 덮어놓고 집에 가든가 해. 옆에서 펄럭거리지 말고. 그게 부채니?"
"온지 두 시간이나 지난 거 알고 있어?"
"어."
"언제 갈건대?"
"너 가고 나면 한 시간 뒤."
"치이."
누나는 차암 쌀쌀맞다.
같은 말이라도 피곤할 테니 너 먼저 가 하면 참 예쁠 텐데.
친구들이랑 공 차고 싶은 맘도 꾹 참고 여기까지 따라온 것도 모르고.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지만 누난 맨날 독서만 하잖아. 사계절 내내.
"꽁시랑 거리지 말고 먼저 가라니까. 밥 때 놓쳐도 난 모른다?"
배가 고픈 것도 사실이고
책벌레 누나가 한 시간 이내로 움직이지 않을 거라는 것도 불 보듯 뻔한 일이지만
좀 있으면 깜깜 해질 테니까 주린 배를 쥐고 조금 더 버텨봐야겠다.
어휴, 누난 이런 내 맘을 알까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