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이 흩날리는 한국의 겨울은 평안한지요?
저는 지구 반대편 뉴질랜드에서 따가운 햇빛을 맞으며 끝나가는 여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2011년 끝 자락, 저는 뉴질랜드에 처음 발을 디뎠습니다.
워킹홀리데이(Working holiday)라는 비자로 막연히 뉴질랜드에 도착 해 1년만 살다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주어진 기회를 저울질 하며 덜 후회할 선택을 하다보니 2019년, 지금은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Wellington) 어느 한 동네에서 잡초를 뽑으며 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만족하지 못해 많은 분들이 해외 취업과 이민을 꿈 꿉니다. 예전에는 ‘한국이 싫어서’ 떠나고 싶다고 답변 하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말에는 취업난, 경제난, 자녀 교육, 정치 등 많은 요인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이민을 가고 싶다는, 얼마 전에 아기 엄마가 된 친구는 ‘뉴질랜드 공기는 깨끗하겠다.’ 라며 아이를 데리고 나가고 싶어도 미세먼지 때문에 창문도 열 수 없다고 했습니다.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저를 부러워 하는 듯한 뉘앙스의 말에 왠지 미안 하면서도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 했습니다. 왜냐하면 어렸을 때 부모님 따라 이민 왔다 한국도, 뉴질랜드도 둘 다 적응하지 못하고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이방인으로 사는 1.5세대 한국인, 가족을 위해 희생 해 가며 적성과 관련이 없는 일을 하는 사람, 언어 때문에 사회와 고립되어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들의 경우를 보며 단지 공기만 좋다고 해서 이민의 좋은 면만 보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해외 취업도 마찬가지 입니다. 확실히 뉴질랜드의 워라벨은 한국보다 훨씬 좋은 것에는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7년 넘게 이 곳에 살면서도 아직까지 영어 때문에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가끔씩 회의 참석자 명단에 제 이름이 껴 있지 않으면 내 영어 실력이 모자라서 빠진 것은 아닌가 하고 열등감에 사로 잡히기도 합니다. 이직 하고 싶은 적도 있지만, 영어 때문에 이직에 실패 할 것 같은 불안감 때문에 함부로 이직하기가 겁이 납니다.
뉴질랜드가 한국보다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상점들은 6시도 채 안되서 문을 다 닫고 이것저것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이 왜 이리 많은지요. 밤 늦게까지 하는 배달 음식들, 빠른 택배, 보고 싶은 가족들.. 하지만, 이런 불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뉴질랜드에 살고 있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말하기는 아직도 어렵습니다. 맨 발로 흙을 밟고 다니는 것, 새 소리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는 것,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것... 이런 것들 때문 일까요?
성공과는 거리가 매우 먼 삶이지만,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상쾌한 공기를 한 숨 들이마시는 것에도 감사해 하고 여유로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것들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이라고 하던데, 아마 뉴질랜드는 이런 소확행에 어울리는 나라인 것 같습니다.
위의 글은 올해 발간 된 책 <나는 뉴질랜드에서 일한다>에서 발췌, 편집하고 수정한 글입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 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