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손님과 유대감을 갖기는 쉽지 않다. 혼자 천천히 책을 보고 싶은 분에게 다가가 책 이야기를 할 수도 있고, 모든 분들에게 다 말을 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책방은 책과 연결된 공간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상업공간이어서 손님과 주인 사이에 유대감이 없으면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늘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약한 연결고리들을 찾기 바쁘다.
나의 경우, 책방을 둘러보고 책을 살펴보고 있는 손님에게는 먼저 다가가 말을 걸진 않는다. 대신 간간히 눈과 귀를 기울인다. 그래서 필요한 정보를 적당한 때에 주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손님이 친구에게 “이건 안 파는 건가 봐?”라고 말을 하는 게 들리면 “판매도 가능해요!”라고 답하면 적당한 연결고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계산을 할 때 유대감을 많이 가지려 애쓴다. 책 가격, 봉투 사용 유무, 책갈피나 책방 도장 있다는 얘기 등 형식적인 계산과정을 마치고 나면 슬그머니 고른 책에 대한 얘기를 하는 등 손님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이야기를 나눈다. 이때 술술 이야기 꽃이 피는 경우가 많다.
오늘은 책을 선물하기 위해 구매하신 분이 앞 페이지에 짧은 메시지를 쓴 것을 보았다. 글씨가 너무 예뻐 말을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캘리그래피를 하는 분이셨고 나의 작은 칭찬에 몹시 기뻐하셨다. 선물을 하신다기에 간단히 포장을 해드리겠다고 했더니 더 좋아하셨다. 뒤를 돌아 몇 번을 인사하고 나가시는 모습을 보니 나 역시 책방이 열 배는 더 좋아지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설렘도 느껴졌다.
작은 말 한마디에 마음이 오고 간다. 별 것 아닌 작은 대화에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그 둘이 서있던 작은 책방이 따뜻한 추억으로 가득 차게 된다. 몸이 힘들고 지쳐도 따뜻한 인사, 말 한마디 건네는 것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손님을 단순히 책을 사러 온 소비자가 아니라 이 먼 곳의 책방까지 애써 발걸음 해준 고마운 친구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바로 그 짧은 대화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많은 분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눴고, 기분 좋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오늘의 책방 모습이 오래도록 아름답게 간직되고 우리 책방에서 만난 책 역시 오래오래 좋은 책으로 인생에 남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