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수련은 개인 매트를 사면서부터 진짜 시작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요가원에서 지도하에 수련하는 것을 넘어서 스스로 자기 몸을 들여다보고 필요한 수련을 하는 시간이기에 혼자서 하는 수련도 중요한 과정이다.
올해 초 요가원에 등록하고 지난여름에서야 개인 매트를 장만했다. 배송되어온 매트를 받자마자 넓은 자리에 펴고 앉았다. 누군가의 가르침이 없는 혼자만의 작은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나만의 작은 세상이 펼쳐지자 무엇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요가를 이제 막 시작한 햇병아리여서 스스로 몸을 들여다볼 능력도, 필요한 수련이 무엇인지도 알 능력도 없었다. 그래도 이렇게 나의 세상을 펼친 김에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 일단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가로 60센티미터, 세로 180센티미터. 그 작은 공간에 나는 고요히 앉아있었고 지그시 감은 눈 안으로 깊고 짙은 나만의 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고요함이 평온함으로 바뀌고 나는 천천히 숨을 쉬었다. 이제는 나의 에너지를 밖으로 꺼내 올 시간이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내면의 에너지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무엇도 필요하지 않은 호흡으로 이 작은 공간을 메우기로 했다.
“등이 부풀어질 정도로 깊이 들이마시고, 배가 홀쭉해질 정도로 깊게 내쉬고.”
선생님의 가르침을 생각하며 한 숨 한 숨 정성스럽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작은 나의 공간이 숨으로 가득 찼다. 들이쉬는 숨에 걸리는 것은 무엇인가를 바라보며 숨을 크게 마셨다. 앞으로 굽은 어깨 때문인지 숨이 가득 차는 것이 쉽지 않았고 몸이 더 뒤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 느껴졌다. 고민과 엉켜있는 생각들이 명치 위에서 똘똘 뭉쳐있는 것 같았다.
‘아, 이 무거운 것들을 밑으로 내려야겠구나. 이것들을 내리려면 등 뒤로 좀 더 보내서 내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깨를 조금 더 내리고 가슴을 들어 올려 숨을 쉬자 묶여있던 고민들이 조금은 헐거워진 듯 움직이는 것 같았다.
후우. 작은 파도소리를 내며 숨이 코 속을 통과했다. 길게 내뱉어진 숨은 잔잔하지만 길고 깊은 파도의 잔상처럼 오래 빠져나왔다. 그때 어깨는 더 편안히 내려가고 명치에서 헐거워졌던 나의 고민들도 아래로 조금씩 내려갔다.
무엇이 가슴에서 통과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었을까. 천천히 돌아보게 된다. 피곤함, 배부름, 욕심, 불안함, 심지어 반가웠던 사람들, 놀고 싶은 마음, 해야 하지만 할 수 없는 것들, 할 수 없지만 하고 싶은 것들 등등 온통 버리지 못한 생각들이었다. 가슴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무르는 욕망들, 호흡 속에서 천천히 옅어지고 길게 내뱉는 나의 파도 속에서 아래로 아래로 쓸려 내려갔다.
첫 매트를 깔고 나만의 수련을 시작한 날. 나는 그저 숨을 쉬었다. 그러나 그 단순하고도 쉬운 숨 하나에는 단단하게 쥐고 있던 욕심과 미련을 서서히 버리는 수련이 담겨있었다. 마음 하나 내 뜻대로 비우지 못하는 작은 인간에게 생명을 주는 첫 단추, 숨. 숨만 잘 쉬어도 잘 사는 것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수련이었다.
내 안에 철썩이는 파도가 있다. 거칠게 내뱉을지, 조용하지만 힘 있게 내뱉을지는 나의 마음에 달려있다. 뭉친 고민을 천천히 달래며 또 길고 조용히 그리고 깨끗하게 숨을 내쉬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