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사바 아사나

by 박진희

요가의 마지막은 항상 사바아사나 (송장 자세)로 끝난다. 사바는 송장(시체)이라는 의미로, 죽은 듯이 모든 긴장을 내려놓는 자세이다. 수련을 하며 애써 힘썼던 근육들에 힘을 풀고, 깊게 내쉬었던 호흡도 잔잔하게 잦아들게 하고, 머릿속을 움켜쥐고 있던 잡념들도 서서히 사라지게 힘을 빼야 한다. 그렇게 모든 긴장을 내려놓고 있다 보면 의식이 있어 잠이 든 것도 아닌데 마치 잠을 자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오래 수련하신 우리 선생님은 사바 아사나를 몇 시간 동안 하기도 한다고 했다. 잠을 자는 것이 아닌 마치 정신의 무중력 상태에서 몇 시간이고 머무는 게 아직은 생소하기만 하다.

이 자세는 가만히 힘을 빼고 누워있으니 무척이나 쉬워 보인다. 그런데 깊게 들여다보면 그리 쉽지만은 않다. 처음에는 팔다리를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요가원에서는 길어야 10분 정도 하는데, 10분 동안 꼼짝을 안 하고 누워있는 게 어색했다. 어깨의 힘이 다 빠지지 않아서 축 늘여놓은 팔이 불편했고, 팔을 들어 다른 자리에 옮기고 싶었다. 그래서 수련 초반에는 꽤 부스럭거렸던 것 같다. 이렇게 힘이 빠지지 않는 날 아니면 정말 깊게 잠이 들어버리는 날도 있었다. 의식은 살아있되 생각을 스쳐 지나가듯 흘려보내야 하는데 그냥 잠이 드는 것이다. 또 몸에는 온전히 힘을 뺐지만 정신은 생생히 살아있어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기도 했다. 머릿속을 비우라는데 그 방법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특히나 미움이나 두려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이 요가 수련 중에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있다 사바아사나 때 스멀스멀 깨어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버리려고 요가를 하려는 것인데 정작 그 감정에 사로잡힌 내 모습을 보면 그날 수련은 완성되지 못했다고 생각되었다.

몸이나 생각의 힘을 버리지 못할 때에는 사로잡혀 있던 생각을 잠시 버리고 ‘나는 지금 송장이다’라고 생각했다. 죽음 이후의 어떤 공간을 떠다니는 기분이라고 상상해보았다. 그러면 몸에는 당연히 한 줌의 힘도 들어가지 않을 테고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있어도 할 수 없다고 내려놓을 수 있었다. 또한 미움 같은 감정이 꼬리를 물면 이제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미워해봤자 소용이 없다고 주문을 외듯 되뇌었다. 그러면 오히려 편안해지면서 어떤 빈 공간을 유유히 헤엄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몇 년 전 병을 얻고 난 이후, 나는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을 한다. 나의 죽음 후에 남겨질 것들과 마지막 순간에 가장 소중하게 여기며 깊이 간직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자주 생각한다. 그러면 내가 끊임없이 고뇌하고 있는 이 미움과 후회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때로 덧없게 느껴지고, 나를 진심으로 사랑해주는 사람들과의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게 여겨진다. 나쁜 것은 빨리 떨쳐내고 소중한 것을 더 많이 자주 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작은 수술을 앞두고 또 죽음을 생각해본다. 죽을 것 같아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얼마나 소중하고 간절한지를 인지하기 위해 생각한다. 내가 없는 남편, 나의 부모님, 그리고 많은 친구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상상해본다. 그러니 나는 더 살아야 하는 것이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건강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질병이 찾아오는 것이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멀리서 다가오게 노력할 수 있을 것이다.


혹여나하는 아주 희박한 불행에 사로잡히지 않게 눈을 감고 온 몸에 긴장을 풀어본다. 머릿속에 사로잡혀 있는 불안이 꼬리를 물지 않게 털어내며 내가 죽음이 아닌 삶을 더 사랑해야 하는 이유들을 찾아본다. 곁에 소중한 것이 너무나 많다. 아직 더 사랑해야 하는 것이 많다. 더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해 오늘은 더 많은 긴장을 풀어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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