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하기

by 박진희

요가를 한다고 몸이 단번에 변하지는 않는다. 몸의 변화는 아주 더디게 서서히 느껴진다. 대신 단번에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혈색이다. 요가를 하고 얼굴이 훤해지고 광이 나기 시작했다. 살이 아주 많이 빠진 것은 아니지만 눈두덩이의 부기가 빠져 눈이 커 보이게 되었고 턱선이 조금 날렵해졌다. 오랜만에 만난 분들은 요새 얼굴 좋아 보인다는 말을 많이 건넨다.


나는 기미, 주근깨가 많이 생기는 편이다. 여름철에 햇빛에 피부가 노출되어도 구릿빛 건강한 피부로 태닝 되는 것이 아니라 빨갛게 화상을 입는다. 그리고 그 자리엔 어김없이 주근깨가 잔뜩 생겨나 있다. 사실 더 어렸을 적에는 피부과에서 레이저로 기미, 주근깨를 없애는 시술을 몇 번 받곤 했다. 하얗고 매끄러운 피부를 갈망하면서 그에 대한 노력은 가만 누워 받는 시술이었다. 어느 순간 해마다 받아도 이 검은 티끌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의미하게 돈을 쓰느니 화장품을 사서 가리자고 결론 내리게 되었다. 미백 기능성 화장품부터 커버력이 좋은 파운데이션까지 여러 종류의 화장품을 꼬박꼬박 챙겨 발랐다. 그런데 서른을 훌쩍 넘기고 나서부턴 한 해 한 해 갈수록 화장이 먹지 않는 것이었다. 들뜨고 갈라지는 게 부끄러워 더 좋은 화장품을 찾아 헤맸다. 어느 순간 화장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만 그래도 온전한 맨 얼굴로 밖을 나가는 게 불편했다.


요가를 처음 시작할 때도 무언가 바르고 시작했던 것 같다. 반쯤 비어있는 눈썹도 부끄럽고 얼룩덜룩하게 보이는 기미, 주근깨의 흔적도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그런데 선크림이라도 바르면 미끄러워 바닥에 얼굴을 대기가 힘들었다. 요가 매트에 화장품이 묻는 것도 불편했다. 그래서 요가에 더 집중하기 위하여 가볍게 로션만 바르고 요가원에 나서기 시작했다. 어차피 운동 후에는 땀범벅에 머리도 얼굴도 온통 흐트러져있는데 내 얼굴이 어떻든 간에 무슨 소용일까 싶어 조금은 당당해졌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쓰니 더 편하게 맨 얼굴로 다닐 수 있었다. 그렇게 외면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고 요가 수련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극적인 변화가 느껴졌다. 문득 거울을 봤는데, 볼 한가운데 꽤나 크고 진하게 자리 잡고 있던 기미가 매우 옅어진 것이었다. 혈색이 무척 밝아지고 이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렇게 피부의 광을 내고 싶어 물광 팩트라 하는 것들은 죄다 샀었는데, 화장품 없이도 빛이 날 수 있었던 것이다.

요가가 피부 속에 침착된 색소들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에 개의치 않게 해 줄 수는 있다. 아름다운 것은 외면의 미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내적인 미가 있어야 완성되는 것 같다. 나의 피부에 검게 앉은 색소들을 숨기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더 밝은 얼굴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게 더 중요했다. 나의 모습이 어떻든 간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나니 더 자신감이 생겼다. 나의 마음의 뿌리가 외적인 작은 요소들에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단단한 힘, 이것이 요가를 통해 생겨난 것이다. 여전히 나는 주근깨와 기미가 많이 있다. 그래도 전보다 훨씬 나아진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아 좋다. 그냥 이 모습 그대로가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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