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시작한 지, 거의 일 년이 되었다. 초반에는 주 5회 수업 중 2~3번 가다 오전에 두 시간씩 꼬박꼬박 나가게 되었다. 힘들기도 했지만 만성적으로 달고 살았던 통증이 줄어들면서 요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요가의 맛에 흠뻑 빠져있던 어느 날 남편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엔 허리 아프다는 말을 통 못 들어본 것 같아.”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등이야” 이 말을 쉴 새 없이 달고 살았던 나였는데 언제 마지막으로 말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더욱 신기한 일도 있었다. 몸이 예민하여 베개의 높이가 달라지거나 바닥이 많이 딱딱하면 통증이 심해져서 집이 아닌 곳에서 자는 것을 많이 꺼렸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아무데서나 잘 잘 수 있게 된 것이다. 맨바닥에서도 잘 잤고 캠핑을 해도 끄떡없었다. 통증이 줄어드니 삶의 질이 훨씬 높아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게 되었다.
몸이 좋아지는 걸 느끼자 남편에게도 권하고 싶었다. 나를 돌보고 책방 일을 하느라 자기 몸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에 아프지 않더라도 몸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을 갖길 원했다. 남편은 요가로 인한 몸의 변화를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목격하였으니 운동의 효과를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남편이 스스로 몸이 더 나아지기를 원하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좀처럼 함께 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요가나 필라테스는 여자들이 더 많이 하는 운동으로 인식되어 있어 그 장벽을 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았다. 건강한 삶을 위해서 요가원에 찾는 것인데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중요할까. 막상 발을 들이고 나면 그곳에서는 경쟁도 없고 주변 사람에 대한 의식도 없고 오직 나와의 싸움만 존재한다는 것을 금방 배울 텐데 말이다.
그런데 얼마 전 예상치 못한 곳에서 행운이 찾아왔다. 요가원에 새벽 수업이 생겼고 그 수업시간에 남자 도반님이 등록하셨다는 것이었다. 이 희소식에 먼저 반응한 건 남편이 아니라 건너편에 살고 있는 친구들이었다. 평소 서핑을 즐겨하는 친구들인데 유연성을 조그만 더 키우면 서핑을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때마침 새벽 요가 수업이 생겼고 심지어 남자 도반님이 계시단 소식에 단번에 등록을 하고 왔다고 했다. 그 후로 친구들마저 요가로 인해 날로 몸이 가뿐해진다는 이야기를 전하자 남편이 조심스레 저녁에 한번 같이 가보겠다고 말을 건넸다. 그렇게 남편은 요가원에 첫 발을 내디뎠다.
첫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소감을 물어보니 ‘내 몸에 이런 근육이 있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매일 사용하면서도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몰랐던 작은 부분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여성분들이 많아 부담스러운지 물으니 한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했다. 한 번도 몸을 챙기지 못해 많이 망가져있던 몸의 구석구석이 보일 뿐이었다. 그 후로 열흘째 남편은 나와 함께 요가원에 가고 있다. 이렇게 힘든 걸 해도 되냐고 투덜거리면서도 끝나고 나오면 요가하길 진짜 잘했다고 말한다. 아직은 서툴고 모르는 것이 많아 아픔이 더 크게 느껴지겠지만 적어도 나를 돌볼 줄 아는 사람으로 살게 된 것 같아 뿌듯하다.
요가든 달리기든 무엇이든 간에 몸을 위해 하는 운동은 더 건강한 삶을 살겠다는 의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나 혼자 잘 살면 무슨 소용 있겠는가. 결혼을 하고 나면 건강은 의무라는 이야기가 있다. 가족을 위해, 가정을 오래도록 지켜낼 힘을 위해,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갈 나를 위해, 오늘도 건강한 삶을 다짐한다. 함께 오래오래 건강하게 좋은 것을 많이 보며 살고 싶다. 작지만 절실한 나의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