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들어 올릴 만큼의 힘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 도전기

by 박진희

사람마다 몸의 생김새와 쓰임새가 다 다르기 때문에 특별히 잘 되거나 전혀 완성되지 않는 아사나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는 후굴이 어려운 편인데, 처음에는 아주 기초적인 부장가 아사나조차 어려울 정도로 몸이 뻣뻣했다. 후굴만 잘 되지 않은 게 아니라 코어 근력도 부족했고 척추의 힘도, 팔, 다리의 힘도 부족했다. 그래서 남들보다 더 더디게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 요가원의 빈야사 시퀀스에는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가 포함되어 있다. 피하고 싶어도 일주일에 꼬박꼬박 한 두 번은 마주할 수밖에 없는 아사나였다. 우르드바 다누라는 위로 향한 활 자세라는 의미로 다누라 아사나를 거꾸로 한 자세이다. 등을 대고 누워 무릎을 세우고 양 팔은 어깨 옆에 받친다. 그리고 골반을 서서히 들어 올린다. 어느 정도 올라가면 팔을 쭉 피며 몸에 아치를 만들어준다. 사진을 봐도 어려워 보이고 설명을 들어도 어려워 보이는 아사나이다. 가끔 sns에서 아주 오래 요가 수련한 사람들 사진을 보면 꼭 이 아사나를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아사나를 스스로 별 다섯 개짜리 아사나로 정의 내리고 아주 고수가 되어서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 단정 지었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수련하는 분들을 보며 하는 방법을 눈으로 계속 익혔다. 그리고 무리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찾기로 했다. 처음에는 세투 반다 사르반가 아사나 (교각 자세)부터 시작했다. 등을 대고 누워 무릎을 세워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마치 교각을 만들듯 골반을 들어 올리는 자세이다. 어느 정도 올리면 허벅지 뒷 근육과 골반 앞이 찢어질 듯 늘어나는 게 느껴졌다. 선생님께서는 조금 더 들어 올려야 한다고 조언해주셨고, 모두들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에 집중하고 있을 때 나는 고작 몇 밀리미터만큼 골반을 들러 올릴 힘과 싸우고 있었다.

이 싸움이 조금 익숙해질 무렵, 한 번 자세라도 잡아볼까 하는 욕심이 살짝 생겼다. 그런데 팔을 어깨 옆에 두고 받치는 것조차 힘이 들었다. 늘 사용하는 힘의 방향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팔을 써야 하자 어떻게 힘을 줘야 할지도 몰랐던 것이었다. 이때부터 조금씩 팔에 힘을 주고 자세를 만들어보려고 애썼다. 시도라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감이 올 것이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팔이 조금 몸을 받쳐주는 것 같아 골반을 들어 올려 보았다. 그런데 몸이 꿈쩍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선생님께서 자세 잘 잡았으니 팔을 펴며 올라오라는데 팔이 꿈쩍을 하지 않았다. 거꾸로 누워 보니 내 팔로 지구를 들어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지구를 들어 올릴 힘이 필요한가 봐요, 몸이 꼼짝을 안 해요.”

나는 포기하며 말했다.


거의 다 다가온 것 같았는데 포기해버린 내 모습이 안타까웠다. 게다가 요가를 한 적도 없는 남편을 불러 우르드바 다누라를 시켜봤는데 어설프지만 몸을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가. 그때 몇 달을 수련해도 안된다고 포기해버렸는데 배운 적도 없는 사람도 할 수 있는 것에 다소 충격을 받았다. 그날 이후, 밤마다 이 아사나를 연습했다. 골반은 처음보다 많이 들어 올려졌지만 좀처럼 팔을 펼 수가 없었다. 내게 지구는 여전히 너무나 크고 무거웠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어느 날인가 완성되겠지 하며 마음을 비웠던 어느 날, 요가원에서 이 아사나를 수련하게 되었다. 오늘도 안 되겠지 하고 몸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크게 말을 했다.

“어, 올라갔다.”

이 날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난다. 지구가 정말 가벼웠기 때문이다. 늘 몇 억 톤은 될 것 같은 지구의 무게가 이상하게 사뿐하게 손바닥에 놓인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아프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게 벌떡 몸이 들어 올려졌다. 늘 애썼던 모습을 지켜봐 왔던 선생님께서 사진으로 남겨주시겠다며 다시 도전해보자고 했는데, 두 번째 시도에서는 실패했다. 그 후로 50%의 확률로 하루는 되고 하루는 실패하고를 반복하다 지금은 계속 지구를 번쩍 들어 올리게 되었다.

내가 거스르는 중력의 무게, 오직 내 손바닥과 발바닥에만 놓여있는 지구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지 않았다. 내 내면의 힘이 커질수록 지구의 무게는 줄어들었던 것 같다.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우르드바 다누라 아사나는 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떨쳐내는데서 시작된 것 같다. 이제 나는 지구를 들어 올릴 만큼의 힘을 갖고 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매의 눈처럼 마음의 눈을 뜨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