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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책방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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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진희 Dec 16. 2020

책방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마음들

책방 문을 닫은 지 보름이 지났다. 초반에는 공지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헛걸음을 하는 분들이 많아 걱정이었는데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분들이 늘어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다. 금능해변이나 금오름 등의 관광지와 가깝기는 하지만 굳이 지나가야 하거나 더 깊숙이 찾아들어와야 해서 문을 닫는 날 찾아오면 여간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굳이 이 시골마을까지 찾아주신 귀한 발걸음을 헛되이 만드는 것이 죄송스러워 정해진 휴일 외에는 문 닫는 일이 없도록 애써왔다. 그래도 이번엔 내 인생에서도 중대한 기로에 있으니 죄송스러운 마음 삼키며 휴업에 들어갔다.


사실 보름 동안 “찾아왔는데 문을 닫았다니 괘씸하군”, 또는 “여기 아니어도 갈데 많으니 앞으로 안 갈래”하는 분들이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한 달 동안 잊힐까 걱정되었고 실망감만 안겨드릴까 불안했다. 우리가 얼마나 애정을 쏟고 많은 분들에게 좋은 책과 좋은 공간을 소개하기 위해 애쓰는지 더 많이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 사이 이런 마음이 전달되지 않을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 책방은 쉬어가고 있지만 SNS나 블로그에서는 책방 후기가 이어졌다. 얼마 전에 다녀간 분들도 있었고, 오래전에 다녀간 기억을 추억하는 분들도 있었다. 하나같이 좋은 추억을 간직하고 계신 것 같아 뿌듯했다. 나의 노동과 노력이 누군가에게 좋은 기억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며칠 전, 눈 소식과 함께 우리의 안부를 전하는 짧은 포스팅을 했다. 건강하게 돌아오라고, 언제든 기다리겠다고, 좋은 얼굴로 다시 보자고 하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감사한 마음에 답글을 쓰다 울어버렸다. 나는 이토록 따뜻한 마음을 보낸 적이 있던가. 이렇게 진심을 다해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준 적이 있던가. 생면부지의 나를, 그저 작은 책방을 하는 나를 위해 이렇게 따뜻한 배려의 말을 건네는 분들은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들일까. 세상이 각박해지고 보이지 않는 벽들이 넘쳐나는 때이지만 그 세상 안에는 뜨겁게 사랑할 줄 아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다. 책방 하나로 이어진 이 아름다운 마음의 행렬들을 보며, 진정으로 가치 있는 것들 예컨대 사랑, 우정, 행복, 아름다움, 예술, 진정성 같은 가치들은 아무리 힘든 세상이어도 끈끈하게 살아남으리라 생각했다. 사람이 있어 사랑이 있고 그것을 담을 예술이 생겨나고 그 많은 것이 책에 흡수된다. 책방은 이 모든 아름다운 가치를 함축해 놓은 작은 우주인 것이다. 힘든 세상에서 아름다운 마음이 조용히 건넨 말들 덕분에 오늘도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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