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들과 코로나로 인해 바뀌어버린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집합 금지라는 살벌한 단어가 일상 용어로 쓰이고 있는 요즘, 기존의 카페나 식당들은 손님을 한 명 더 방문하게 할 전략을 세울 것이 아니라 포장 판매나 온라인 판매로 판로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 그래도 대도시에서는 배달이나 온라인 판매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여기 시골에서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커피 한 잔을 테이크아웃하기 위해 굳이 차를 타고 십 여분을 달려 올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 공간에서 얻는 위로나 즐거움을 위해 굳이 먼 곳을 방문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런 낭만은 먼 이야기가 되어버린 시대가 됐다. 이런 계기로 인해 앞으로는 더 배달이 활발해질 것 같고 오프라인 공간의 매력을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것 같다. 그래서 모인 사람들 대부분은 앞으로 이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 공간의 매력을 어필할 것이 아닌 전혀 다른 것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문제들에 대해 고민했다.
작은 책방들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이다. 책은 필수 소모품이 아니다 보니 대부분 공간의 매력을 찾아 책방을 방문하고 그곳에서 나에게 맞는 책을 고른다. 그런데 이렇게 밖을 나가기 어려운 시대에서는 공간의 매력을 어필하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다른 활로를 개척하기도 한다. 온라인 판매를 하거나 협업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도 온라인 판매를 해아하는지 고민을 해보았다. 대부분 온라인 판매를 하는 책방들은 독립출판물을 많이 다룬다. 대형서점에서는 판매를 하지 않으니 오직 그 책방에서만 살 수 있는 책이라 온라인으로도 많은 수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독립출판물을 거의 다루지 않고 출판사들의 책을 다룬다. 대형 온라인 서점에서도 판매하는 책을 굳이 제주의 작은 책방에서 사려고 할까. 더구나 제주는 택배비가 많이 든다. 택배사와 직접 거래해도 거의 4000원 정도의 택배비가 들어간다. 한 권을 사도 무료배송에 당일 배송까지 해주는 대형 온라인을 상대할 수 있을까. 이런 이유로 온라인 판매에 고민이 많다. 우리 책방에서 구매하면 무언가 특별한 것이 함께 주어진다면 구매로 이어질 것 같은데 그 특별한 것이 무엇 일지를 더 고민해야 한다.
책방을 운영하는데 많은 재능이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 운영해 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작은 엽서라도 하나 그려 만들 줄 알면 더 특별한 선물을 제공할 수 있고, 책방 곳곳에 책 소개하는 데에는 디자인 감각도 필요하다. 예쁘게 포장 잘하는 것도 필요하고, 공간을 구성하는 능력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좋은 책을 알아보는 눈이 필요하다. 그것을 또 맛깔스럽게 소개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 모두를 다 잘할 순 없다. 필요한 것이 생기면 하나하나 배워가며 엉성하고 서툴지만 조금씩 나아지면서 책방을 만들어가고 있다. 시대가 새로운 도전을 자꾸 요구한다. 나는 더 뒤처지지 않게 다른 영역에도 눈을 기울여야 하고 능력이 없어도 더 많이 배워야 할 것이다. 가장 아날로그적인 상품인 책을 다루지만 이 책을 소개하는 방법은 날이 갈수록 첨단을 향해가는 것 같다. 책방이 나를 더 젊게 만들어주려고 여전히 배우고 다듬으며 살아가게 도와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