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디자인, 나 홀로 브랜딩

2021.12.28

산업디자인 학부생 시절, 지금처럼 뚜렷하게 브랜딩이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CI 디자인과 관련해서 시각디자인 쪽에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 회사 로고를 시작으로 한의원의 로고를 포함한 패키지 디자인, 공간 기획하며 디자인한 공간 네이밍과 로고 디자인 등 제품 디자인 전공자였던 내가 자연스레 시각 디자인 쪽 경험을 많이 쌓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해온 모든 전반적 디자인이 다 브랜딩에 속한 것이었다.

브랜딩은 이제 모든 기업과 모든 분야에 필수가 되었다.


브랜딩 전문 디자인 회사에 취업을 하고도 싶었지만 자연스레 나는 지인의 추천으로 UX/UI 디자인 연구원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해당 회사는 일반적인 애플리케이션과 웹이 아닌, 산업 장비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곳이었는데 산업장비의 특수성으로 인해 내가 할 수 있는 디자인이 매우 한정적이었다.

예를 들면, emergency 버튼의 강렬한 빨간색과 status 영역의 신호등 색상 등 필히 들어가야 하는 요소가 매우 촌스러워서 이걸 어찌해야 하나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지만 모두 안전과 관련된 필수 요소이므로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심지어 칼라가 아닌 흑백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 경우도...)

효율적인 생산을 고려해야 하는 하드웨어의 제한성은 소프트웨어에 영향을 주게 되며 디자인에 제약을 가져온다. 생산 중 작업의 상태 확인과 안전성을 위한 UI 기획을 해야 하며 그 UI를 기획하기 위해선 기존의 작업 방식을 내가 알아야 한다. 물론 작업 방식을 이해하기 위해선 기존 장비의 매뉴얼을 숙지해야 하며 매뉴얼 숙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체 공정을 내가 이해해야 했다......

하나의 산업장비 UI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려면 해당 산업 군의 전체적 프로세스를 내가 숙지해야 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숙지하는 게 맞나 싶었지만 내겐 디자이너가 아닌 개발자가 선임으로 배정되었기 때문에 일단 하라는 데로 열심히 함.....ㅠㅜ디자이너 동기는 있었지만 우리에게 사수가 없다는 게 제일 아쉬웠다...)


더불어 개발자 분들과의 소통 중에 내가 포기해야 하는 점들도 많았다.

개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딜레이가 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있는데 그게 하드웨어의 문제일 수도 있고 개발 중에 예상치 못한 새로운 요소가 추가가 되어 언어가 꼬이는 경우도 있는 등 딜레이의 원인은 다양하다.

마감일은 다가오는데 개발은 지연이 되고 있으니 자연스레 시각적인 부분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다.

내가 개발팀에 전달한 UI 가이드라인에서 개발하기 까다로운 요소라는 것을 전달받으면 서둘러 바삐 머리를 굴린다. 최대한 톤 앤 매너를 지킬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정말 단순한 UI를 고민하게 된다. (이 말은 곧 디자인 요소를 포기한다는 뜻 ㅋㅋㅋ)


무튼 오랜 기간 이런 식으로 디자인답지 않은 디자인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디자인적 힐링이 필요하게 된다. 눈호강이 하고 싶어 져서 디자인과 관련된 전시나 사이트를 왔다 갔다 하게 된다거나 디자인 학원을 다니며 디자인적 감각과 스킬을 계속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무엇보다 제일 도움이 된 것은 교회 청년부 모임 내에서 이벤트가 생기면 해당 포스터나 브로슈어 등 내가 디자인했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나는 내 안에 있는 디자인적 갈등을 풀 수 있었다.


그러다 예상보다 내가 빨리 결혼을 하게 되면서 (나는 내가 빨라도 30대 중반에 결혼을 할 줄 알았다.) 니트 메이커 남편이 패션 브랜드를 시작함에 따라 자연스레 나도 해당 브랜드의 디자이너로 함께하게 되었다.

남편이 생각해둔 네이밍과 뜻, 그리고 브랜드 방향성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로고 디자인 및 전체적 무드와 톤 앤 매너를 잡게 되었다.

처음부터 다 계획하며 브랜딩을 한 것은 아니다. 브랜딩이란 분야를 제대로 인식하게 되고 처음으로 작업하게 된 것이 남편의 패션 브랜드였는데 그러다 보니 놓친 것도 있었고 고민은 계속되어가는데 무언가 클리어하지 않아 애를 쓰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유튜버 원찬님의 브랜딩 특강이 라이브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1주 차부터 8주 차까지 빼먹지 않고 남편과 함께 수강했다.

덕분에 우리 브랜드 안에서도 해결하고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지금도 전체적인 브랜딩 요소와 단계 등을 차근차근 풀고 있다. (처음에 멋모르고 열심히 시작했더니 이제는 그 흐름들을 하나씩 연결하며 톤 앤 매너를 지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도 나름 처음 시도치 고는 꾸준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남편 브랜드를 함께하다 보니 슬슬 나도 전부터 하고 있었던 내 개인 브랜드를 시작하고 싶어 져서 유튜브에서 배운 점들을 생각하며 하나하나씩 작업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현생의 업무에 밀려 네이밍과 로고 완성으로 브랜딩이 끝나는가 싶어서 마음에 걸렸는데 좋은 기회로 브랜딩 스터디 두 군데에 조인하게 되어서 해당 스터디 진도에 맞추어 하나씩 진행 중인다. 스터디 덕분에 계속 미루어지게 되던 작업들이 더 이상 늦어지지 않게 진행되어 가고 있어 그 기쁨에 취해 묘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ㅋㅋㅋㅋㅋㅋ

그동안 생각하고 원하던 무드를 내 브랜드에 조금씩 적용되고 구체화되는 것이 눈에 보여서 매우 즐겁게 작업하고 있다.


조금씩 작업 일지도 여기에 작성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일단은 생각만 ㅋㅋㅋㅋㅋㅋ


무튼 참 좋은 세상이다.

유튜브에서, 또는 온라인 클래스를 통해 마음만 먹으면 내가 원하는 정보들을 알차게 들을 수 있으니...

하지만 듣고 흘리지 않고 부디 배운 모든 것들을 잘 알차게 써먹게 되면 좋겠다.


그동안 내가 배워 온 모든 것들이 경험한 모든 이력들이 분명 헛된 것이 아님을 나는 믿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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