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호 Apr 25. 2022

키스미가 일하는 남다른 방식

뷰스컴퍼니, 키스미 최초 대행사가 되다

2017년 봄, 뷰스컴퍼니에 연락이 왔다. 그토록 갈망했던 브랜드, 바로 키스미였다. 키스미는 당시에도 독보적인 브랜드로 대체 불가능한 마스카라 상품을 가지고 있었다.


첫 미팅부터 신선했다. 일본 브랜드인 키스미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7년 정도 됐는데 그동안 마케팅사를 안 썼다는 것이다. ‘어떻게 마케팅사를 안 쓰고 한국에 이렇게까지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거지?’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여름엔 키스미라는 프로젝트를 맡기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뷰스컴퍼니는 키스미 최초 마케팅 대행사가 됐다.


(여담이지만, 우리가 키스미의 처음이자 마지막 대행사다.)


[여름엔 키스미 in 오션월드 패키지]


프로젝트 개요는 이렇다. 새롭게 출시한 브라운 마스카라를 SNS 전 영역에서 마케팅하고, 유통채널별 세일즈 전략을 짜고, 오션월드와 컬래버레이션해 인지도와 판매량을 동시에 올리는 미션이었다.


고대하던 미션 실행 첫날, 난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그들이 이미 마케팅 전략을 다 짜서 온 것이다. 시장 현황과 브랜드가 가진 자원을 잘 버무려 채널별 IMC를 성공시키는 것이 뷰스컴퍼니가 잘하는 일인데, 우리 보고 단순 수행만 하라는 뜻이었다.


수행만 하라고?


열정이 넘치던 난 팀장한테 따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키스미는 상품기획과 마케팅 전략을 한꺼번에 짭니다. 이미 짜여있는 상황이지만, 뷰스컴퍼니가 워낙 잘한다고 해 방법적으로 틀린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고 싶었습니다. 수정사항 체크 후 진행해주셨으면 합니다.”


신선했다. 보통의 회사는 브랜딩, 상품기획, 마케팅 전략이 따로따로 논다. 하지만 키스미는 확실히 차별성을 갖고 있었다. 팀장의 대답에 호기심이 생긴 난, 이후 그와 밀착해 일하며 많은 걸 배웠다. 오랜 철학 중 하나인 ‘최고가 되려면 최고 스승을 만나라’를 이렇게 또 적용한 것이다.


그들의 방식은 일반회사와 달랐다. 한 제품의 시장분석만 두 달을 한다. 한국의 트렌드는 글로벌 리서치 회사들도 따라잡기 쉽지 않다. 분석하고 해석하는 순간, 또 다른 트렌드가 시작되니 말이다. 키스미를 운영했던 한강인터트레이드(현 MP한강)는 자체적으로 영역별 시장조사를 진행했다.


우리 제품이 이 시장에서 먹힐 만한 경쟁력을 가졌는지 혹은 시장 자체를 키울 방법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것이다.


[오션월드 방문 리뷰]


자원을 200% 이상 활용하는 점도 인상 깊었다. 마케팅을 돈으로 끝내려는 습관이 없다. 당시 H&B 대표 3사인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가 키스미에 파워팩(전 매장을 한 브랜드로 꾸밈) 권한을 준 상태였다. 하여 키스미는 이를 기반으로 오션월드를 설득했고,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에게 오션월드 50% 할인권을 제공하는 혜택도 줘 바터 형태로 대규모 광고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미지를 뽑는 전략도 새로웠다. 별도의 촬영이나 비용 지급 없이 의류쇼핑몰에 헤어메이크업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협찬해 모델의 얼굴 컷과 스타일 컷을 바터로 사용했다.


한강인터트레이드 브랜드인 엘리자베스, 캔메이크, 릴리바이레드 모두 H&B 스토어에 성공적으로 완착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상품의 시장 적합성과 뷰티 에코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윈윈전략을 잘 세웠다. 가령 기존 제품인 블랙 마스카라에서 확장된 브라운 마스카라로 새로운 트렌드와 시장을 키우는 협업구조를 만든다든지 로드숍에서 유행하는 제품을 올리브영으로 가지고 온다든지 하는 전략도 이 중 하나다. 


최근 그때의 팀장과 대화를 나눴다. 지금은 사적으로 친한 사이가 돼 가볍게 물어봤다. 


누나, 그때 왜 뷰스컴퍼니에 찾아온 거야? 그리고 왜 자존심 상하게 플랜을 다 짜서 준 거야?

뷰스가 잘한다고 소문이 났길래 궁금해서 써봤지.


[성소 키스미 바이럴 영상 캡처]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당시 키스미의 스테이지상 우리가 필요했을 거다. 브랜드 코어는 잘 다져놓은 상태고 우선순위 효율전환도 마쳤으니 이젠 접점이 없는 고객들을 상대로 전환할 스테이지가 온 것이었다. 그래서 모그커뮤니케이션즈와 함께 TVC 제작, 우주소녀 성소 모델 기용, 크리에이터 활용 등 전방위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후 한강인터트레이드는 미스터피자와 M&A를 하면서 MP한강으로 사명이 바뀌었고, 대표의 은퇴와 회사체계 변경 등 여러 이슈가 있었다. 키스미가 한국 본사에 오면서 조용조용해진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다.


한강인터트레이드-키스미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뷰스컴퍼니, 좋은 기억과 추억을 남기며….






<함께 보면 좋은 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성공한 CEO들의 공통점

포브스가 선정한 파워리더가 됐습니다


박진호 대표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뷰티 자료가 필요하신 분들은 DM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