쥬메이 K뷰티 TOP10 브랜드 뒷이야기
페이스북 1세대인 난 페이스북 마케팅을 통해 성장했다. 모든 비즈니스를 페이스북 안에서 운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건 3초의 법칙이다. 3초 안에 소비자를 사로잡아야 하기에 마케팅뿐 아니라 상품에도 콘텐츠가 담겨 있어야 한다.
질리도록 해봤다. ‘코뽕’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지난 2015년, 우리나라에 코뽕 이슈를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나다. 당시 바비톡 성형시장 마케팅과 화장품 마케팅을 병행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경험을 활용해 우리나라에 코뽕을 출시했다.
쉽진 않았다. 해외에서 먼저 유행한 아이템이기에 동양인에게 맞는 사이즈를 연구할 전문 지식과 기술이 필요했다. 하여 중국에 있던 코리아성형외과 원장님을 찾아가 내가 생각하는 아이템에 대해 짧게 스피치했다. 당연히 원장님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난 확신이 있었다. 지금은 성형수술보다는 시술 시장이 더 인기 있지만, 그때만 해도 성형수술에 관한 관심이 폭발적이었다. 심지어 ‘성형 패키지 한국 여행 상품’이 중국인들에게 불티나게 팔리며 ‘성형강국’이라는 타이틀까지 생길 정도였다.
내가 생각한 코뽕은 성형과 미용의 딱 중간 지점이었다. 사실 코뽕을 착용한 채로 생활하는 건 편하지 않다. 그래서 코 성형을 하기 전 가상 시뮬레이션 형태로 사용해주길 바랐다. 성형 이후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는 기계가 도입되지 않은 시대였기에 성형외과와 함께 가고 싶었던 거다. 그러나 설득에 실패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가족과 함께 이곳저곳 뛰어다녔다. 제품기획에 무지한 내겐 이 방법밖에 없었다. 특히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만큼 소재 선택이 중요했는데, 플라스틱 중에서도 젖병을 만들 때 쓰이는 PE 소재로 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그리고 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가 가장 잘하는 페이스북 콘텐츠 마케팅에 돌입해 사업의 방아쇠를 당겼다.
결과는 놀라웠다. 제품이 미친 듯이 팔려나갔고, 스브스뉴스와 겟잇뷰티까지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내가 보유한 1,000만 페이스북 페이지와 3초 안에 콘텐츠로 설득 가능한 아이템만 있다면 대한민국에 이슈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깨달았다. 제품은 스팟성으로 발이 달린 것과 발이 달리지 않았어도 재구매를 일으키는 지속가능한 것으로 나뉜다는 것을.
내가 제작한 코뽕은 단순히 발이 달린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적토마를 연상시키며 중국 시장까지 진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일이 생겼다. 군대 후임 중 한 명이 중국 유학생이었는데, 그 친구가 재미로 여자친구와 코뽕 착용 전후 사진을 찍은 게 SNS에서 제대로 터진 것이다. 이는 삽시간에 중국 전역으로 퍼졌고, 난 덕분에 수많은 업체의 연락을 받게 됐다.
여러 업체 중 내가 선택한 건 비투링크 박현석 대표다. 지금은 비투링크가 어마어마한 회사로 성장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대표님이 직접 노트북을 들고 와 PT를 진행했다. 그의 빛나는 열정에 코뽕 총판을 맡겨도 좋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선택은 탁월했다. 중국 거대 쇼핑몰인 쥬메이에서 지속적인 발주가 들어왔고, 쥬메이 K뷰티 TOP10 브랜드에 안착했다. 직원이 5명도 안되는 회사인데 TOP10 안에 들어간다고? 계속된 성장에 솔직히 나조차 의아했다. 끝이 어디일까 마냥 설렜다. 그러나 단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분명 쥬메이에 3만 개를 납품했는데 판매량이 20만 개로 적혀있었다. 혹시 몰라 비투링크 본사에 확인해보니 쥬메이의 일방적인 거래방식과 투명하지 못한 내역이 존재했다.
난 그렇게까지 공급한 적이 없는데…. 맞다. 가품인 것이다. 너무나 황당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제품은 계속 생겨났고, 그렇게 잘 달리던 코뽕도 더이상 달릴 수 없었다. 코에 특화된 브랜드이기에 라인업을 만들고자 탄산 버블 코팩을 추가로 제작했지만, 코뽕의 뒤를 이을 순 없었다.
내가 뷰티 전문 마케팅사 뷰스컴퍼니를 운영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든 것도 사실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뒤에 있었다. SNS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은 6개월 아니 3개월도 버티기 힘들다. 소비자를 설득하려면 자극이 필요한데, 자극적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기대 수치와 제품력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콘텐츠를 조작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며 ‘믿거페(믿고 거르는 페이스북)’라는 말이 생기고, 페이스북의 신뢰도가 바닥까지 추락했다.
다시 정리해보자.
상품에는 두 가지가 있다. 미끼상품과 지속가능한 상품, 이 둘의 차이점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 난 미끼상품을 가지고 지속가능하게 만들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확실한 미끼는 맞았다. 후속 전략을 잘 짰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들 잘 아는 ‘아비브’를 예로 들어보겠다. 평소 제품이 좋아 애용하는 브랜드로, 아비브는 올리브영 초기 입점 시기에 ‘껌딱지 팩’이라는 미끼상품을 활용해 전략적으로 승부했다. 제품력을 증명한 이후에는 클린뷰티 콘셉트로 피봇팅하며 업계에 완벽히 자리 잡았다. 전략을 두 갈래 방향으로 잘 나눠 성공한 사례로 볼 수 있겠다.
누군가 브랜딩이 뭐냐고 물어보면 난 재구매라고 답한다. 미끼상품은 재구매가 없고, 재구매가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다. 수치화가 가능하기에 브랜드의 성장 척도를 재구매로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당연한 얘기지만,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성은 무엇보다도 까다롭게 봐야 한다. 코뽕을 두고 여러 가지 루머가 나왔다. 소개팅하던 여성의 코에서 코뽕이 나와 망했다는 썰,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코 뒤로 넘어갔다는 썰까지. 컴플레인이 말도 안 되게 많았지만, 난 이에 대응하는 방안조차 마련돼있지 않았다. 계속되는 신고와 부정적인 기사도 피해갈 수 없었다.
중국 시장에 대한 의심도 놓지 말자. 파파레서피의 대박 사례를 보며 너도나도 부푼 꿈을 꾸겠지만, 외교 이슈 발생 시 지속가능성에 물음표가 생긴다는 걸 염두해야 한다. 오히려 OTT 서비스가 발달한 지금은 중국만 고집할 게 아니라, K콘텐츠가 성행하는 나라를 타깃으로 두는 것이 적합하다. 이곳에서는 제품이 자연스럽게 노출돼 K뷰티가 동반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글을 마무리하며…
코뽕을 통해 큰 돈을 벌었지만, 엄청난 실패를 했다고 생각한다. 전문성, 신뢰, 지속가능성은 앞으로도 내가 사업체를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화두다. 뷰티인으로서 그리고 실패의 쓴맛을 먼저 맛본 사람으로서 업계에 꾸준히 기여해야 한다는 강한 사명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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