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한국콜마의 친환경입니다
화제의 애플리케이션, 클럽하우스(Clubhouse)가 한창 성행하던 때에 난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각자의 사는 이야기, 지식, 고민을 나누며 비대면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내 세상은 점차 넓어졌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여럿 있지만, 많은 깨달음을 준 한국콜마 김형상 패키지스튜디오 상무를 빼놓을 수 없다. 얼굴 한번 보지 않고 오직 목소리로만 대화를 나눴음에도 그의 화장품을 향한 열정과 배움에 대한 갈망은 큰 자극을 줬다. 내가 카이스트 AIB 과정을 듣는 것도 여러 이유가 있지만, 상무님께서 서울대학교 경영최고위 과정을 수료한 사진을 보고 동기부여 받아 등록한 부분도 있다.
오늘 콜마에 대한 뉴스를 접했다. 한국콜마가 100년 된 미국 본사 상표권을 인수했다고 한다. 미국콜마는 1921년 설립된 콜마의 원조 기업으로,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의약품 업계에서 한국 기업이 글로벌 본사의 브랜드 상표권을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콜마가 대한민국 뷰티 산업에 어떤 상징성을 가졌는지는 업계인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다. 일본콜마의 기술력을 배워 한국에 도입시키고, 이젠 일본보다 더 큰 매출을 내는 것도 모자라 세계적인 회사로 거듭나게 된 한국콜마. 최근 우리나라의 1등 용기 회사인 연우의 경영권까지 인수한 걸 보면 콜마가 그리는 그림은 이게 끝이 아니다. 어쩌면 뷰티 시장의 벨류 체인을 만들려는 게 아닐까?
그렇게 궁금증을 안고 김형상 상무님을 찾아갔다. 첫 대면 만남임에도 우리의 대화에는 쉼이 없었다. 오늘 글에는 이 만남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기록하고자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가능성 이슈가 산업 전반에 주요 화두로 등장하고, 뷰티업계는 클린뷰티 바람이 한창이다. 동물실험 금지, 친환경 패키지 개발, 제로 웨이스트 등 준비해야 할 사안도 많아지고 있다.
ESG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재활용 즉 제품생산을 하지 않는 거지만, 지금은 필요성에 의해 친환경 및 종이패키지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콜마에서도 오랜 연구 끝에 훌륭한 패키지를 많이 탄생시켰으며, 지금도 지속적으로 친환경 패키지를 개발하고 있다.
물질 풍요 시대를 지나며 많은 환경 관련 회사가 사라졌다. 그때만 해도 환경이 기업의 지표가 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해당 비즈니스도 점점 모습을 잃어갔다. 하지만 현재는 오히려 환경과 관련된 융복합 사업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탄소 배출 기준 및 친환경 법률도 강화되고 있다.
여기서 포인트는 막 시작 단계라는 거다. 인더스트리가 커지는 과정을 지나고 있어 유럽의 법과 우리나라의 법 즉 세계적으로 기준이 통일돼있지 않다. 기준점이 없기에 재활용 패키지에 대한 부분은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단, 미래의 가치를 따졌을 때 무조건 준비해야 하는 시장임은 확실하다.
일반적으로 튜브는 캡과 본체로 구성되는데 종이 튜브는 본체의 안쪽 면에 얇은 방수막 합지와 종이를 겹쳐 넣어 플라스틱을 대체했다. 캡을 제외한 본체 플라스틱 사용량을 따졌을 때 기존에 비해 80%나 절감한 것이다. 여기에 편리한 분리배출을 위해 절취선까지 더한 세세함이 돋보였다. 물론 이러한 강점에도 불구하고 내구성에 의심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쉽게 찢어지진 않을까? 터지면 어떡하지?
이에 상무님은 웃으며 걱정을 불식시켰다. 50kg 이상의 하중을 견딜 만큼 내구성을 강화하는 기술을 적용해 찢어지거나 터질 염려가 없다는 것. 이게 콜마가 2년 동안 연구하고 출시한 그들만의 패키지다.
하나 재미있는 건 현재는 완벽한 100% 친환경 제품은 없다는 얘기였다. 외부에서 패키지를 봤을 때 겉면이 종이면 안에 플라스틱이 들어가도 종이류로 구분된다는 말에 솔직히 헛웃음이 나왔다. 아직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거다. 그래서 환경과 관련된 건 무조건 클린, 친환경을 외칠 게 아니라 관련 법과 기준이 어떻게 잡힐지 충분히 주시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걸 배웠다.
작년에 일어난 이니스프리 종이병 사태 역시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친환경이 맞다. 하지만 법적인 내용을 인지하지 못한 언론사가 악의적으로 뉴스를 내보냈고, 이니스프리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소비자들도 친환경의 진위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ESG 관련 준비를 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한 시각 전환이 필요한 때다.
물론 재활용을 하면 단가가 비싸진다. 이건 개당으로 계산했을 때고, 수량이 늘어나면 오너가 바로 의사 결정하기 어려운 금액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아직 기업에서는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 그러나 지금이 바로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한 순간이다.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현재는 무라벨 생수가 각광 받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사용하는 소비재뿐만이 아니라 화장품까지 확장될 확률이 높다.
김형상 상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지역은 유럽이다. 유럽은 이미 친환경 제품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지난주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시행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업계 반발로 6개월 연기됐지만, 우리나라도 곧 유럽과 마찬가지로 친환경적인 문화가 금세 자리 잡을 것이다. 이젠 상향평준화된 시장에서 우리 제품이 어떤 차별성을 가졌는지, 소비자들이 소비 외에 어떤 베네핏을 얻고 있는지가 중요한 상황이고 이게 곧 로열티다.
콜마가 연우를 인수한 이유도 이와 같다. 국내외 화장품 업계에 최대 화두로 떠오른 친환경 용기 화장품 시장의 주도권을 확실히 선점해 대비하고자 함이다. 특히 이번 인수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출신인 윤상현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지휘한 만큼 콜마가 나아갈 글로벌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제조 전문 아버지와 M&A 전문 2세의 합작이니 그 누가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나.
우리 뷰스컴퍼니는 마케팅 전문 회사다. 마케팅은 소비자와의 접점에서 활동하는 업이기 때문에 제조보다는 유통과 긴밀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ESG 친환경 그리고 클린뷰티 등의 이슈가 발생하며 이젠 유통만 신경 써서 되는 상황이 아니게 됐다. 현시점에서의 마케팅은 상품기획과 동시다발적으로 가야 하며, 유통 채널 전략 또한 여러 각도로 해석해 세워야 한다.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제조과정과 인증절차, 친환경-뷰티 융복합 콘텐츠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결국은 친환경과 AI가 결합된 융복합이 뷰티 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이다. 아직은 서로의 온도차 때문에 기준도 없고, 티도 안 나는 단계다. 그리고 피부를 이롭게 하고자 하는 화장품의 목적성 때문에 성분에 대한 기준도 많이 바뀌고, 환경적인 요소도 추가되며 시간이 지체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기여도 역시 중요 포인트이기에 생산자가 현재 어떤 단계까지 왔으며, 법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이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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