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청에게 고마워서 쓰는 글
최근 도서 <역행자>가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를 유지하며 이 책을 쓴 자청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자청을 봐온 지는 3~4년 정도 됐는데 사적으로도 비즈니스적으로도 가깝게 지낸 탓에 사실 지금의 인기가 그리 놀랍지는 않다. 오히려 예상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을 얼마나 오래 썼는지 안다. 출간 1년 전 본 초본과 내용이 꽤 다른데, 그만큼 많은 공을 들였음이 눈에 훤했다. (책의 한 페이지에는 내 얘기가 실리기도 했다.)
그런 자청이 마케팅 부트캠프를 열었다. 사실 그는 작가 이전에 이상한마케팅이라는 기업을 이끄는 대표이사로 이 캠프를 통해 마케팅의 핵심 기술과 전략을 전수하며 여러 성공사례를 만들어낸 바 있다.
5회째를 맞은 마케팅 부트캠프,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커리큘럼은 사진과 같이 8교시로 짜여 있었다. 약 12시간 동안 수업과 미션이 이어지는 강행군으로 일요일을 온전히 반납해야 했다. 사실 나 역시 마케팅사를 운영하고 있기에 수업에서 다루는 매체나 노하우에 큰 흥미를 느끼진 못했으나 이 친구가 하는 방식이 궁금해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아침 일찍 강의실로 향했다.
수강인원은 총 50명으로 100만원짜리 수업이었다. 선착순 모집인데 조기 종료됐다고 한다. 5회차인 만큼 구조적인 짜임과 체계가 확실했고, 자청을 포함한 7명의 스태프가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늘은 12시간의 수업을 완주하며 내가 배운 것들에 대해 공유하려 한다.
마케팅은 단순 매체의 영역이 아니다. 개인의 역량과 더불어 비즈니스운영, 네트워킹까지 다양한 관점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기본이 되는 게 글쓰기고 여기서부터 확장되는데, 우리나라 말에는 추상적이거나 감정적인 단어가 많아 이게 마케팅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좋다, 잘한다, 최고다 등 기준점 없이 감정에 따른 마케팅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수업에서는 비즈니스에 대한 명확함을 배울 수 있다. 내 비즈니스를 객관화하고 정량화하며 어느 정도 상대적 우위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직관적인 걸 원한다. 그래서 소비자 언어로 마케팅 언어를 쓰면 먹히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 부분은 모든 사업자와 관련되며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단순히 “난 뷰티에 진심이다”, “내가 뷰티 마케팅을 제일 많이 했다”, “어떤 걸 했다” 등을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10년 동안 뷰티 마케팅 1632개를 했습니다”라는 한 줄로 설명될 수 있는 거다. 좋아, 나쁘다의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지 내가 할 부분은 아니란 걸 명확히 배웠다.
부트캠프의 2교시는 글쓰기다. 사실 난 자청의 영향으로 작년부터 꾸준히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올해 3월에는 브런치 작가로 데뷔해 지금껏 약 70개 정도의 글을 연재하고 있다. 하여 타이머가 50분으로 설정된 이 수업이 어렵진 않았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첫 글자를 적는 것부터 힘들어했다. 가득 찬 열의와 달리 고민이 큰 게 느껴졌다.
이후 글쓰기에 대한 피드백이 이뤄졌다. 사람들은 단톡방에 자신이 쓴 글을 올렸고, 자청이 즉각적으로 피드백하는 시간이었다. 글쓰기라는 게 어느 정도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이드라인이 있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수치화와 강력한 설득 포인트만 만들어진다면 누구든 따라올 수 있다.
자신의 비즈니스에 대한 메타인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앞서 이야기한 자청의 즉각적인 글쓰기 피드백도 중요하지만, 유튜브 수업도 인상 깊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유튜브는 정말 냉정한 플랫폼이다. 소비자의 시간을 사는 게 유튜버의 일이기 때문이다. 자청은 우리에게 미션을 줬다. 2시간 안에 자기 비즈니스에 대한 유튜브 영상을 찍으라고.
유튜브 데뷔? 너도나도 유튜브 시장에 뛰어드는 현시대에 고민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이유 모를 압박과 여러 가지 변명을 하느라 선뜻 하지 못했다. 내가 포브스에서 활동하고 매주 글을 쓰는 건 유튜브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한 부분도 컸다. 하지만 이번엔 진짜 해야 했다. 미션으로 주어진 만큼 50명 전원이 유튜브에 데뷔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아본 경험이 있는가? 난 지난해 스피치 수업을 통해 매주 셀프 영상을 촬영하며 엄청난 메타인지의 시간을 보냈다. 그때 깨달은 건 화면 속 내 모습이 내 예상보다 더 처참했다는 거다. 덕분에 1년여의 수련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
난 그만큼 이 시간이 얼마나 뻘쭘하고 받아들이기 힘든지 잘 안다. 아니나 다를까. 영상 속 사람들의 표정에서 뻘쭘함이 느껴졌다. 또한, 자신의 비즈니스를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아예 입조차 떼지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결국 이 과정을 통해 메타인지가 형성되고 자청의 적절한 피드백까지 받을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사람들이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가장 고민하는 건 분명 편집일 것이다. 아이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프리미어라는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기에는 배울 게 많다.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의 시대가 아닌가. 초보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다채로운 편집 툴이 생겨났다. 디자인도 몰라도 된다. 유튜브 썸네일을 만들 수 있는 툴까지 알려주니 말이다.
막상 해보니 정말 쉬웠다. 촬영물을 업로드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자막이 형성되고, 후작업을 통해 매끈하게 가다듬을 수 있다. 불필요한 말이나 장면도 손쉽게 걷어낼 수 있으니 말하는 데 영 소질이 없는 사람도 영상 안에서는 깔끔하게 말할 수 있다. 일반인도 짧은 시간 안에 손쉽게 영상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100% 구현된 것이다.
2022년은 표현하는 AI가 생겨나며 AI 업계에 변곡점이 생긴 시기다. 이제 우리는 방구석 안에서 모든 걸 할 수 있다. 본인 목소리가 듣기 싫은가? 그럼 타입캐스트 서비스를 활용해 원하는 목소리를 만들어내고 유튜브에 사용하면 된다.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AI가 지구의 멸망을 초래할 거라고 말했다. 그는 AI를 사람의 직업을 뺏는 적대적인 상대로 묘사한다. 하지만 내 의견은 다르다. 미래에는 AI를 사용하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뉠 것이며, 이들의 실력이나 빈부 격차 역시 엄청나게 벌어질 거라고 예상한다.
결론은 난 2시간 안에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해 꿈에 그리던 유튜브 데뷔를 이뤄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KVP9KYlE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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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간, 꽤 긴 시간임에도 아무도 지치지 않았다. 요즘 시대의 수업은 이런 방식이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만 원이라는 금액은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만큼 참가자들의 집중력은 엄청났고, 50명 중 질문을 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물론 실력 차이는 있겠지만, 미션 수행도 모두 완수했다. 단 12시간 만에 그동안 얻지 못한 결과물을 얻어낸 것이다.
수업의 내용을 넘어 이 수업을 이룬 사람들의 에너지에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유튜브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콘텐츠는 이미 브런치 안에 쌓아뒀으니 영상화시키면 된다.
난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 하는 걸 좋아하고 환경적인 부분을 중요시한다. 환경은 크게 인간적 환경과 물리적 환경으로 나눌 수 있다. 인간적 환경에서 자청은 지난 시간 동안 내게 많은 영감을 줬고, 나 또한 그에게 여러 인사이트를 공유하며 교류의 행복을 느꼈다. 덕분에 유튜브 데뷔까지 하게 되다니. 고맙다, 자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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