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은 미래도시 실사판
2년 전, 삭막한 빌딩 숲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파도 '웨이브(WAVE)'가 코엑스를 점령했다. 다소 낯설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의 이야기다.
여기서 디지털 사이니지란?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공공장소나 상업 지역 같은 옥외 공간에 네트워크로 원격제어하는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미디어를 말한다. 놀라운 사실은 국내 기업인 삼성과 LG가 세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 점유율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고 있다는 것!
요즘 같은 디지털시대에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인스타그래머블’이다. 광고로 인식되지 않고 인스타그래머블해야 발 달린 마케팅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 사이니지에 주목한다. 이젠 전통적인 모습의 옥외 광고가 아닌, 기술과 AI가 접목된 인스타그래머블 콘텐츠로 변화할 것이다.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예시가 코엑스의 LED 디스플레이다. 총 7개월의 설치 과정을 겪고 탄생한 국내 최대 규모의 옥외광고 조형물로 UHD 2배급의 7840×1952 해상도를 지원하며, 49,920Hz의 고 주사율을 기반으로 관람객이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해도 무아레나 플리커 현상 없이 선명한 화질을 담아낼 수 있는 국내 최고 사양의 스펙을 탑재했다. 파도의 물결, 동물의 움직임 등 역동적인 생동감 구현이 가능한 이유다.
특히 앞서 말한 ‘웨이브’는 높은 기술력으로 CNN, BBC, 로이터 등 외신의 집중을 받으며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는데, 이 작품을 만든 게 국내 업체라는 점이 인상 깊다.
업체의 이름은 디스트릭트. 아마 tvN ‘유퀴즈온더블럭’의 애청자라면 다들 알 것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해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디지털 디자인 회사로 2004년에 설립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기술을 선도하며 인지도를 쌓아 올렸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핵심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공공 미디어 아트 제작뿐 아니라 몰입형 미디어 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을 구축·운영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또 다른 대표작은 뉴욕의 중심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원 타임스 스퀘어’ 전광판에 올라간 높이 102.5m의 가상 폭포다. ‘워터폴’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영상에서는 거대한 물줄기가 쏟아지는데, 이를 본 디자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의 전광판 광고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엄청난 기술임에도 아직 도입 단계다 보니 직접적인 광고로 이어지고 있지 않지만, 곧 쓰임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예를 들어 닥터자르트가 시카페어 호랑이 잔디 크림을 홍보할 때 디지털 사이니지로 실물 같은 호랑이가 나온다면 얼마나 효과적이겠는가.
난 ATL의 시대가 다시 온다고 믿는다. 매번 강조하지만 결국은 정반합이다. 사람들은 계속된 디지털 광고로 피로감을 느끼며 체험형 콘텐츠를 찾고 있다. 그들의 오감을 살릴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전 글에서 글로벌 미디어테크 기업 데이블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는데, 현재 데이블은 옥외 광고판이나 디스플레이에 AI를 설치해 사람들이 얼마나 이동하고, 3초간 응시했는지 카운팅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그동안은 ATL 광고를 하면서도 데이터 측정이 불가했지만, 이젠 개선된 것이다. 즉 이러한 미디어 아트적인 요소와 카운팅적인 요소가 결합한다면 엄청난 광고 상품이 나올 것이 분명하다.
언제까지 광고판이 고정된 2D 이미지만 보여줄 거로 생각하는가. 3D의 대중화가 머지않았다. 일례로 2D 이미지를 기반으로 3D를 개발하는 네이션에이 같은 B2B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
잘 노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다. 오감이 살아있어야 한다. AI라는 용어가 지금 당장은 거리감이 들더라도 막상 경험해보면 삶이 바뀔 것이다.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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