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을 벗어나야 더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만...
낮에는 먹이를 구하러 가두리로 들어간다.
그곳엔 매 시간마다 먹이도 주고 적정 온도도 맞춰준다.
생존하기에 그만한 곳이 없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찾아오면 가두리를 벗어나 바다로 향한다.
바다 아래 사는 바다거북도 만나고, 좋아하는 해초들도 마음껏 뜯어먹는다
바닷속 깊이 내려가면 가두리에서는 볼 수 없는 친구들이 많다
결코 우리처럼 나약하지만은 않은 생존력 강한 친구들이다.
(바다에 나가면 만날 수 있는 자연산 물고기들)
나도 저렇게 바다를 유유히 다니며 살 수 있을까?
나는 아직 바다의 거센 파도도 무섭고, 해파리도 무섭고, 떼로 달려오는 물고기 떼도 무섭다.
그래서 안전한 가두리로 다시 돌아간다.
아침식사 시간이 되자 주인이 나타나 맛없는 먹이를 배불리 준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오늘 하루를 가두리에서 보낸다.
내가 하려는 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속에서 나는 항상 바쁘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 걸까?
가두리 안에서의 나는 주인을 먹여 살려 주기 위해 살아간다.
가두리에 사는 나는 오늘도 수많은 물고기들과 의미 없는 경쟁을 하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먹이로 배를 채운다.
언제쯤 가두리를 벗어날 수 있을까?
언제쯤 혼자의 힘으로 바다에 나가 살아갈 수 있을까?
바다에 나가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어떤 일은 우리가 의도한 대로 결과를 맺지만 어떤 것은 마음대로 안 되는 것도 있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도 있지만 흥미가 생겨 좋아하는 일도 있다.
그렇다면 나를 가두고 있고, 제한적인 곳이 어디일까?
나의 삶이 향하고 싶은 나의 바다는 어디일까?
(생각하기) 최근에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있어 속상한 적이 있었는가?
(녹여내기) 내가 가두리 물고기라면 지금 나한테 바다는 어디일까?
그곳은 어떤 곳인지 구체적으로 그림으로 그려보자.
(찾아내기1) 바다로 나가기 위해 내가 두려워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찾아내기2) 내일부터 내가 당장 시작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기적이진 않지만 틈틈히 이어가고 있는 그림책 모임(다 큰 어른들이 모여 그림책을 나눠 읽고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그런 모임)에서 내 차례가 왔다. 서로 돌아가며 함께 볼 그림책을 추천하고 진행을 맡는다.
추천해주는 그림책을 볼 줄만 알았지, 그림책을 직접 추천하라니 알고 있는 그림책이 없다. 갑자기 어디서 그림책을 만들어낼 수 도 없고, 서점이라도 들려야 하는 건가...
그러나 문득 떠오른 생각 "직접 한번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일도 바다, 때마침 하고 있던 활동도 바다와 관련된 것들이라 우리가 놓인 상황. 우리의 현실을 바다의 물고기에 비유해보자 했다. 평소에도 다시 태어나면 물고기로 태어나서 찬란한 바다 속에서 살고 싶다는 나의 막연한 상상을 한 자 한 자 글로 써보았다.
물고기... 하지만 가두리 양식장에 살고 있는 물고기. 우연히 찾은 틈새로 나가 넓고 깊은 바다에서 자유를 만끽하지만 결국 거센파도와 야생 물고기떼들을 만나 다시 안전한 가두리로 돌아온 물고기.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고민하지만 마냥 바다로 나가기엔 두려운 물고기. 정말 딱 내 모습 같았다.
내 안에 꿈틀대는 무언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어떻게 세상 밖으로 가지고 나올 수 있을까?
이런 고민들이 결코 나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현실 가두리와 꿈꾸는 바다가 있다.
우린 현실 가두리를 찾아보고 각자가 꿈꾸는 바다를 그리며 자신만의 그림책을 써내려갔다.
나는 가두리 물고기 이야기를 브런치에 옮겨 적는 것부터 시작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