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Tech의 위협에 대한 은행의 바람직한(?) 대응방안은?-
FinTech 열풍으로 전 세계 뜨거운 요즘, American Banker가 BAI(Bank Administration Institute)와 collaboration을 통해서 "fintech forward"라는 소책자를 발간했다.
소책자의 첫 번째 꼭지의 제목은 "The Great Rebundling of Financial Service"로 산탄데르의 혁신 책임자(Head of Innovation)인 Bradley Leimer와의 대담 내용이다.
이 대담의 첫머리에 Leimer는 1980년대 이후 대형은행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해 조직 내 경쟁 촉발을 목적으로 도입한 사업부제 등 다양한 "Unbundling" 시도가 현재 FinTech의 공격(?)이 은행을 위협하게 만든 근본적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다.
'고객'의 관점이 아닌 '수익'의 관점에서 조직과 상품을 쪼개다 보니 내부에 균열(Silo)이 생기기 시작했고 19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던 시기에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 강화와 함께 은행의 수익이 줄고, Technology에 기반한 Start-up들이 쪼개진 은행의 business portfolio를 공략하면서 Business Model로서 은행업의 위기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래의 그림은 책자에 실린 것으로 미국의 대형 상업은행인 Chase의 홈페이지의 상품 메뉴와 해당 메뉴에 해당하는 FinTech 기업을 열거한 것인데, Leimer는 이처럼 은행의 "Unbundling"이 혁신적 외부 경쟁자로부터의 공격에 취약점을 노출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Everybody wants a piece : There's not a single business unit in a bank that is not being challenged in some form or fashion by a startup from outside. Just look at all the challengers in the business lines listed on Chase's homepage
Leimer는 특히 은행의 복잡한 조직구조, 의사결정체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통렬한 비판을 하고 있는데, 더 높은 수준의 인력과 예산을 가지고도 은행들이 FinTech startup에 경쟁력이 밀리는 이유는 상품개발 이후, 목표를 조정하고 타 사업본부와 마케팅 협의를 하고 다양한 리스크 리뷰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하는 의사결정 체계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작년 초(5월 9일 자)에 Economist에서 발간한 "International Banking" special report의 내용 중에서 가장 의미심장하게 기억에 남는 부분은 은행업에서 혁신이 힘든 이유를 설명하면서 덴마크의 Danske 은행의 소비자금융 대표인 Tonny Thierry Anderson이라는 사람이 사용한 다음과 같은 "비유"였다.
당신이 Fintech Startup이라면, 50개의 벤처캐피털을 돌아다니다가 당신의 사업 아이디어에 동의하는 오직 한명의 벤처캐피털리스트를 발견한다면 아이디어는 사업화될 수 있지만, 은행에서 새로운 혁신적 상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때면, 당신은 언제나 당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50명의 사람을 바로 맞닥뜨리게 된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와중에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나가는 은행 중 하나라고 하는 산탄데르의 혁신 책임자인 Leimer가 주장하는 은행의 대응방안은 뭔가?
그는 "Great Rebundling"을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사업부제의 환원, 의사결정체계의 간소화와 같은 은행 내부의 교통정리를 넘어서 기존 금융업이 FinTech startup을 적극적으로 포용하는 형태의 재구성을 말하고 있다.
'고객'이라는 뚜렷한 지향점을 기준으로 그들의 'Lifetime Value'에 집중하여 최고/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그것이 은행 자체 상품이든 제휴/인수한 FinTech의 것이든 상관없이)이 Leimer가 주장하는 "Great Rebundling"의 요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적으로 판단해 볼 때, Leimer의 주장은 몇 가지 고민해 볼 구체적인 시사점을 던져준다.
먼저, 현재 사업부제를 비롯한 SBU중심의 은행 조직구조에 대한 고민이다. 평화로운 시기, 바다에 낚시만 드리우면 물고기가 끝도 없이 올라오던 시기에 최종 조업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시스템이 바다에 풍랑이 불고 물고기도 씨가 말라 가는 지금의 상황에 최적화된 것이냐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다음으로 다시 한 번, '제조'와 '유통'의 분리를 고민할 때가 아닌가 하는 것. 은행이 '제조'와 '유통'의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유통', 즉 Platform의 중심에 서는 쪽으로 장기적인 상상력을 확장해 볼 필요가 있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사용 용이성'과 '거래비용'의 관점에서 미국과 확연히 구분되는 '한국적' 상황에서 Rebundling 할만한 유의미한 FinTech들이 시장에 존재하는가의 문제도 있다고 하겠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파이낸셜타임스를 보면 2016년에도 FinTech Hype은 전 세계적으로 지속될 듯 싶다. 인터넷 전문은행이 본격화될 한국도 예외는 아닐 터.
하지만 남이 장에 간다고 거름 지고 나설 수는 없는 법. 외부의 혁신을 끌어안을 수 있는 내부의 큰 품을 만드는 일이 2016년 은행업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