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진현 Apr 04. 2016

생각보다 암울하지 않은  은행의 미래

- Citi의 Digital Disruption 분석

지난 주 수요일에 Reelease되어 WSJ, FT, NYT에 인용되었던 Citi의 "Digital Disruption" 보고서를 일독했다. 의례 그렇듯이, 국내 언론들은 보고서의 내용 중 하나인 은행 Job의 감소 예상을 Headline으로 해서 은행원의 직업적 안정성 하락이 이 보고서의 메인 Theme인 듯, 매우 선정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실어 날랐다.

더욱 문제인 것은, 외신을 그대로 받아쓰는 국내 언론(특히 경제/산업 부문)이 예의 그렇듯이 보고서의 내용에 대한 상세한 Sketch없이 주요 외신의 헤드라인 카피와 바로 밑의 5~6줄의 내용을 직역한 것에 그쳤다는 점이다.


사실 이 보고서 내용 중 은행관련 Job이 줄어든다는 것은 10년 동안 주구장창 모든 은행관련 미래 예측 보고서가 언급했던 내용과 크게 다름이 없다. 다만, 미국과 유럽의 은행관련 Job을 실제로 추정하여 2025년까지 현재대비 30~40%의 Job이 줄어든다고 할 때, 그 숫자가 얼마나 되는가에 대한 "산수"를 추가하였을 뿐.


한국에 있는 필부인 은행원도 몇십분의 googling을 통해 찾을 수 있었던 보고서 원본을, 구할 수 없었는지, 구하고도 읽지 않았는지, 뉴욕특파원발로 쓰여진 기사들조차 WSJ나 FT 기사의 앞단락을 그대로 번역한 것에 그치고 있다. 특히 국내 언론의 금융관련 기사에 드러나는 평균적인 '전문성' 부족은 논외로 하더라도 '부지런함' 부족 또는 '성의 부족'은 특히 해외 관련 보도를 볼 때마다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각설하고, 개인적으로 꽤 잘 쓰여진, 그리고 비교적 '현실감'에 근거해 쓰여졌다고 생각되는 112페이지의 "Digital Disruption" 보고서의 내용을 정리해 보자


FinTech의 Focus가 점차 은행업의 '본질'에 가까워지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FinTech관련 투자금액의 약 73%가 개인과 SME 부문(여기서는 소규모 자영업자를 주로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됨)에 집중되고 있으며 분야로 보면, 대출에 46%, 지급결제에 23%가 투자되는 등, FinTech 기업의 관심이 점차 은행업의 본질인 Retail과 대출 및 지급결제로 집중되는 모양세이다. 특히 지급결제 부문이 기존업체, 신규진입자의 등장으로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은행업의 본령인 "Lending"을 사업모델로 하는 FinTech기업들이 시장의 주요 Player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 Citi는 이러한 상황을 "Disruption Tipping Point"라는 말로 묘사하며 과거 여행예약, 비디오 대여, 음반산업이 각각 Expedia, Netflix, iTunes에 의해 Disrupt되는데 평균 10년이 걸렸듯이 금융업의 Disuption도 임박했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의 그림은 Citi가 제시한 각 금융 영역별 Digital Disruption 영향도인데, 그림에서 보듯이 중소기업대출, 개인신용대출, 지급결제, Wealth Management, 예금 부문이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을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하지만 FinTech는 아직도 증명해야할 Hurdle이 많다

Citi는 최근의 FinTech fever가 어느정도 합리적인 미래 예측에 근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 미래를 확신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것들이 증명되지 않은 모호한 상태임을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Citi의 Global Head of Digital strategy를 맡고 있는 전직 Booz 파트너 컨설턴트 출신인 Greaf Baxter의 입을 통해, 현재 유행하고 있는 "lending platform"들이 다음의 세가지 concern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1. 금리 인상시, 어려운 경영상황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가?
2. 지속되는 경쟁자 유입으로 인한 경쟁격화와 그에 따른 수익성 및 건전성 영향
3. 규제당국의 높아지는 관심으로 인한 규제 Risk

그 외에도 요즘 떠오르고 있는 Blockchain의 경우, 아직 경쟁자인 Visa, SWIFT 등에 비해 부족한 scale, 대량 거래 처리를 위한 기술적 완성도 부족, 중앙통제 시스템에 비해 상대적으로 Computing power가 많이 소요되는 문제 등의 현안이 존재하며, Robo-advisor의 경우에도 현재 기능이 기본적인 ETF 설계 추천에 머무는 등 Main stream이 되기에는 아직도 넘어야 할 많은 huedle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다.


선진시장에서 FinTech 확산은 기존 은행의 "의도적 혁신"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Citi는 특히, 미국/유럽 등 선진시장(Developed Market)에서의 FinTech 확산은 New Player들의 기존 업체 Disrupt보다는 기존 은행들이 FinTech기업 인수 혹은 Technology 적용을 통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즉, 장기적으로는 FinTech가 은행업의 '직접적 위협'이기 보다는 그동안 해결하지 못했던 이슈들(특히 비용관련)을 해결해 주는 반가운 '보완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Robo-advisor 같은 경우에도 Indepent player인 Wealthfront나 Betterment 외에 2015년 하반기부터 BlockRock의 FutureAdvisor 인수, Vanguard나 Schwab의 Robo-advisor 기술을 활용한 Hybrid 상품 출시 등이 이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으며, 한국 언론들이 너나 없이 받아쓴 은행원 170만명 감축도 수동적인 차원이 아니라, Mobile과 FinTech 기술을 기존은행이 적극적으로 수용한 "비용절감" 노력의 결과일 것이라는 것이 Citi의 주장이다. 이를 통해 은행업은 막대한 비용절감으로 Profit pool을 확대해 수익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것. 이는 물론 인력의 채용과 퇴출이 자유로운 선진시장을 기반으로 한 추정이기는 하나 '業'으로서의 은행이 'Disrupt'되는 것이 아니라 은행업의 비용구조가 효율화 되는 것이라는 Citi의 시각은 꽤 신선한 시사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It depends! 즉,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Disruption의 정도와 속도는 다를 것

Citi가 이 보고서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포인중 하나는 국가별/권역별로 FinTech에 의한 혁신의 정도와 속도가 판이하게 다를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Legacy banking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은 중국, 인도를 비롯한 emerging market의 경우, 오히려 FinTech 적용이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P2P lending의 경우 중국은 이미 미국과 유럽을 압도하는 규모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 등을 예로 들고 있다. 특히 Ping An 그룹의 인터넷금융 Platform인 Lufax를 Box case로 제시하고 있는데, 거의 모든 금융영역에서 개인의 투자를 기반으로 P2P lending 사업을 하고 있는 Lufax의 케이스는 한편으로는 중국 FinTech fever의 규모에 감탄하게 하면서도 장기적인 사업 안정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은행 인력감축에 대해서도 지점규모의 예측을 통해 각 권역별로 상이한 결과를 예상하고 있는데, 유럽은 대규모 지점 감축이 예상되는 반면, 미국은 고객 특성상 좀 더딘 감축이, 동아시아와 남미의 경우에는 2025년까지 소폭 증가가 예상된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권역별 분석 중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Case는 Nordic(덴마크, 핀란드 등)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2014년까지 이미 평균 40% 이상의 지점감축과 함께 높은 스마트폰 보급율에 기반한 과감한 FinTech 기술 도입으로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Nordic 은행의 사례(DNB, Nordea, Daske 등)는 한국 은행업에 꽤 묵직한 시사점을 주는 듯하다. 비용절감을 통해 Cost-Income-Ratio(CIR)를 45%까지 떨어뜨린 DNB 또는 Swedbank의 사례는 깊이 분석해 볼 필요가 있을 듯. 어찌보면 지금까지 Benchmarking의 중심이 되었던 미국, 유럽에서 이제 Target을 Nordic쪽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래의 그림은 Citi가 제시한 Digital Distruption의 국가별 모습이며 스마트폰 보급율과 Retail Banking 침투도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은행원들에게는 다행히도(?) 한국은 유럽국가들과 함께 Incumbent Led Evolutions(기존 Player가 혁신을 이끄는 경우)에 포함되어 있다.



은행업/금융업의 미래에 대한 예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Distophia를 예측했던 1~2년 전의 상황과 달리 점차 기존 은행업과 FinTech의 collaboration 이 End image로 제시되는 경우가 최근들어 빈번해지고 있다. 하지만, Digital Disrpution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Citi가 지적했듯이 과거의 경쟁이 Top3의 점유율이 평균 45%인데 반해 Digital화 된 산업의 경쟁은 Top3의 점유율이 평균 80%까지 올라간다는 점이다. 즉, 준비하는 자에게는 보다 큰 시장과 이익이 보장되지만 준비가 부족한 자에게는 죽음뿐이라는 것...

매거진의 이전글 아마존과 구글이 금융에 뛰어드는 각자 다른 이유와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