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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쟁이지니 Jul 14. 2018

그림쟁이지니와 함께하는 추억을
담는 여행드로잉의 시작

펜과 종이 그리고 물감

아버지을 모셔둔 양산 천불사의 납골묘


2004년 10월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셨다.

요즘으로 따지면 참 젊으신 나이 67세

우리에게 좋았던 기억보다 그렇지 못한 기억을 더 많이 남기시고 세상을 떠나셨다.


그로부터 10여년 흐른 2015년 7월즈음 나는 펜과 종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디자인을 전공했던 나는 고교시절 입시미술을 한 이후 처음으로 잡아본 펜과 종이

드로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이것 저것 그려보다. 문득 어린시절 살던 시골 풍경이 떠올랐고

그 추억속으로 빠져들며 다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기로 결심하고

종이에 담기 시작했다.


주인이 떠나버린 폐가, 낡고오래된 농가, 한적한 시골마을의 풍경 그것은 나에게

지난 시절 추억을 다시 떠올리게 해주는 좋은 소재가 되어 주었다.


2017년 6월 아버지를 모셔둔 양산의 작은 사찰내 납골당

지난 10여년을 그냥 잠시 인사만 드리고 떠날때와는 다르게 그날은 펜과 종이 물감을

챙겨들고 아버지를 만나러 갔다.  차가운 유리상자속 아버지 사진을 마주하고 나와

허름한 천막이 있는 그늘 아래 테이블에 앉아 스케치북과 펜을 꺼내들고 앞에 보이는

벚나무와 납골묘를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남골당을 방문하는 사람들과 가벼운 눈인사도 나눠고 그림을 그리는

내게 다가와 잠시 이야기도 나누며 1시간여동안 나는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며 그 어떤것도 생각하지는 않아지만 그림을 그리고 나서 내 그림속을 다시

한번보니 지나간 아버지와의 추억이 무엇이 있는지 떠올리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 한참을 생각해보았지만... 좋았던 추억은 떠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그 그림속엔 아버지의 기억이 담겨있음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나는 그렇게 다시 한 번 추억을 담는 그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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