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3학년이었던 딸은 3월에 학교에서 돌아와서 울었다. 다들 스마트폰이 있다며, 키즈폰은 나만 쓴다며 엉엉 울었다. '3학년이 다 스마트폰이 있다고?'나는 믿기 힘들었지만 눈물까지 흘리며 친구들 폰의 스마트함을 부러워하는 딸을 달래야 했다. 겨우 진정되었던 딸은 퇴근하고 온 아빠를 붙잡고 다시 한번 울었다.
"친구들은 다 스마트폰이야. 나 키즈폰 싫어. 바꿔줘. 엉엉엉"
"내일 가서 엄마랑 사. 울지 마. 아빠가 엄마보고 사주라고 할게."
아빠에게 구매확정을 듣고 나서야 딸은 웃으며 저녁을 먹었다.
"얼마 한다고. 그냥 사주면 되지 애를 울리냐?"
남편은 내가 돈 아까워 안 사준다고 생각한 듯 혼자서 좋은 아빠 코스프레에 빠졌다.
'아, 이게 아닌데... 내일 선생님이랑 통화해 보고 정말 아이들이 다 스마트폰을 쓰는지, 키즈폰은 안 되는 건지 물어보려 했는데 말이야.' 하던 내 속마음은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라하는 딸의 얼굴을 보며 말하지 못했다.
스마트폰을 사주니 딸은 엄마 아빠 사랑한다 소리를 10번도 더 하며 좋아했다. 좋은 아빠 코스프레에 빠진 남편은 자기가 새 폰을 산 것도 아니면서 더 좋아했다. 기능은 이렇고 사용법은 저렇다며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스마폰을 두 손으로 모셔드리고 우러러보며 웃고 떠들었다.
그날 이후, 딸은 스마트폰과 사랑에 빠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달려가서 보고, 밥을 먹고 나면 뛰어가서 만졌다. 잠자기 전까지 꼭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했다. 며칠 뒤 담인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아직 키즈폰도 없는 친구도 몇 명 있다는 말을 들었다. 폰이 있는 친구들도 스마트폰 반, 키즈 폰 반정도라 했다.
"아마, 진아가 스마트폰 갖고 싶어서 그랬나 봐요. 다 스마트폰은 아니에요. 없는 친구도 있으니까요. 같이 노는 친구가 스마폰을 쓰면 그게 부러우니까 그렇게 말했겠죠. 호호호"
친구들은 스마트폰 다 있다는 거짓말!
그 말에 속았던 나는 5학년에나 사주려 했던 스마트폰을 2년이나 일찍 사주고 말았다. 그리고 스마트폰과 사랑에 빠진 딸은 책을 버렸다. 거들떠도 안 봤다. 겨우 책을 가지고 와서 앉아도 읽는 시늉만 하며 마음은 스마트폰에 가 있었다.
책을 잘 읽던 아이가, 일주일에 5권도 읽던 아이가 일주일에 1권도 안 읽었다. 스마트폰은 아이를 언스마트하게 만들고 있었다.
뭐라도 해야 했다. 책 읽기 학원에 보내자니 명색이 작가 엄마라 눈치가 보였다. 저 집 엄마는 작가라면서 아이가 책도 안 읽어서 저런데 보내나 보다 소리는 듣기 싫었다.
주말에 도서관도 가고, 많이 읽으면 용돈을 줘도 소용없었다. 잠깐 반짝하고 잘 읽다가는 다시 스마트폰의 품으로 돌아갔다. 딸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멀어진 책과 다시 가깝게 할 수 있을까?
어린이 독서모임!!! 학원대신 모임을 만들어줬다. 책은 우리 집 아이만 안 읽는 게 아니라 다른 집 엄마들의 걱정도 대단했다. 그런 엄마들을 찾아다녔다. 즐똑이(즐겁고 똑똑하게 독서하는 아이들)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올해 4학년인 딸은 11월에 학교에서 돌아와서 자랑했다. 선생님은 늘 자기가 쓴 글이 좋다고 하신다며 진아는 책을 많이 읽어서 글을 잘 쓰나보다 하셨단다. '누구 덕이니?'
즐똑이가 어떻게 책을 읽고 얼마나 잘 쓰는지 조금씩 알려드리리다. 댁의 아이도 책을 안 읽지 않습니까? 우리 아이는 책을 안 읽었습니다. 지금은 억지로 읽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연재를 눈여겨보세요. 즐똑이가 되는 노하우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