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등원한 아이가 걱정되어서 바로 가지 않고 교실 창문 밑에 서서 어떤 소리가 나는지 들어본 적이 있다.
2. 현장체험 날, 차타고 몰래 근처를 맴돌며 멀리서 아이를 지켜본 적이 있다.
3. 하원 후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우리 아이 대신에 이러쿵저러쿵 말 잘하는 친구의 엄마에게 내 아이의 유치원생활을 물어봐 달라고 해본 적이 있다.
4. 떼쟁이, 어리광쟁이가 유치원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가슴에 카메라를 달아주고 싶다.
위 문항을 읽고 해당되는 사람은 손을 들자. 몇 번이나 들었는가? 나는 4번. 위의 4가지 예시 문항은 실제 나의 이야기이다. 처음 기관에 간 아이가 걱정되어 손을 흔들며 잘 다녀오라 해놓고는 교실 창문 밑으로 가서 아이 목소리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처음 소풍가는 날, 뛰어다니다 다칠까 봐 차를 타고 주위를 뱅뱅 돌았다. 비밀요원처럼 숨어서 놀고 있는 아이를 지켜본 적 있다. 유치원 등원 후 몇 달이 지나도 친구 이름 하나 말해주지 않는 아이 때문에 말 잘하는 여자 친구를 수소문해서 그 엄마에게 물어봐달라고 한 적도 있다. (덕분에 담임선생님이 어떤 옷을 입고 온 지도 들을 수 있었다.) 저렇게 울고 떼쓰는 애가 과연 친구들이랑 교구를 나눠 쓰고 선생님 말을 잘 들으며 생활할 수 있을까 걱정되어서 가슴에 카메라를 달아주고 싶었던 적도 있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유치원으로 출근하는 나도 내 아이의 유치원 생활이 궁금했다. 울며불며 등원해도 친구들을 만나면 눈물을 그치고 자신도 무리에 합류해 신나게 노는 걸 보면서도 그랬다. 야외활동이 있는 날 선생님이 부상자가 생길까 얼마나 노심초사 하는지 알면서도 그랬다. 집에 가면 함께 놀았던 친구 이름이 기억나지 않지만 교실 문 열고 친구 얼굴 보면 크게 이름 불러주는 걸 들으면서 그랬다. 나도 엄마가 되면 불안하고 궁금한 유치원 생활 그것이 알고 싶다.
그래서 유치원에는 공개 수업이 있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걱정 마시라, 잘하고 있다 안심시켜주는 시간이다. 유치원마다 수업하는 형태도 다르다. 평일 오전에 잠깐 하는 곳, 아침 등원부터 오후 하원까지 하루 종일 원에서 아이들과 생활하며 지켜보는 곳, 주말 이벤트로 하는 곳, 부모님 퇴근 후 저녁 시간에 하는 곳 등이 있다. 위의 네 가지 형태는 이제껏 내가 해봤던 수업이다. 요즘은 하루 종일 체험학습을 함께 하는 경우도 있고 줌으로 수업하는 모습을 실시간 보여주는 곳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수업을 보여주기 위해서 유치원 선생님들은 물 위의 백조가 된다. 부모님이 오시기 전 교실을 꾸미고 당일 날 함께 만들 꾸러미도 준비한다. 아이들과 사랑고백도 연습해서 당일에 부모님 얼굴을 보며 외치기도 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모르고 있다. 이 날은 부모 참여 수업이자 부모 관찰 수업도 된다. 선생님은 아이와 함께 온 부모님의 행동과 말투를 볼 수 있는 날이다. 다정하고 상냥하게 말해서 모든 선생님의 마음을 사로잡은 친구의 부모님과 인사하자마자 알았다. 유전학을 배우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 스윗함은 대를 이어왔다는 것을. 친구에게 박수 잘 쳐주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긍정적인 친구의 부모님도 참여 수업 내내 제일 박수를 많이 쳐주며 호응도 잘해주셨다. 교실에서 목소리가 제일 큰 친구의 부모님이 자기 소개할 때는 마이크를 어디에 숨겨 오셨나 싶었다. 옆 반까지 다 들리는 목소리는 집안내력이었다.
그리고 산만하고 분주해서 10분 수업하기도 힘든 친구의 부모님은 전화를 받으러 자주 복도로 나갔다. 아이 뒤에 앉아서도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옆에 앉은 사람과 이야기하기 바빴다.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면 같이 해보잔 말 대신 아이만 나무랬다. 다른 친구는 다 잘 하는데 왜 너만 그러냐고 똑 닮은 아이에게 짜증을 냈다.
참여수업이 끝나고 부모님 손을 참고 유치원을 나서는 친구들을 보며 선생님들이 한 마디씩 했다.
“**이 말투가 진짜 엄마랑 똑같네요.”
“@@이는 아빠랑 뒷모습도 판박이에요.”
“00이 엄마 들어오자마자 바로 알아봤잖아요.”
“##이 아빠랑 앉아 있는데 쌍둥이 인줄요.”
부모 참여 수업 기록, 아니 부모 관찰 수업 기록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