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승재
술과 글을 좋아하는 승재는 나와 닮은 점이 많은 친구였다.
나의 이사로 우리의 거리는 코앞만큼 가까워졌고,
가까워진 거리만큼 자주 연락하고 만나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우리가 만날 때면 늘 진이도 함께였는데
셋이서 동네를 산책하고, 술을 마시며
짧은 시간 속에서 오래 기억될 장면들을 쌓아갔다.
강아지에게 관심이 없던 승재는
진이를 만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조금씩 마음을 내어주었다.
자기를 예뻐하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진이 역시
승재를 기분 좋게 따랐다.
그날은 밤새 술을 마시고 창밖이 밝아오던 시간이었다.
나는 위로라고 건넨 말이 승재에게 상처가 되었고
승재는 크게 화를 내며 다시는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
여러 번 사과했지만 그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고
나는 차갑게 돌아선 승재가 미웠다.
빈 년쯤 지났을까
산책을 하던 진이가 코를 킁킁거리며 따라오라는 듯 줄을 당겼고
진이의 바쁜 발걸음 끝에 승재가 보였다.
오랜만에 마주한 진이와 승재는 서로를 무척 반가워했다.
승재는 진이가 많이 보고 싶었다며
그때 나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요즘은 술도 끊고
신경정신과 상담을 꾸준히 다니며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승재의 사과에도 내 마음은 아직 뾰족했지만
우리는 다시 어색한 친구 사이로 돌아왔다.
그 이후 승재는 가끔 진이를 보러 왔다.
전과 달리 조금 어두워 보이는 얼굴로 찾아오곤 했지만
진이는 여전히 환하게 승재를 반겼다.
추석을 앞둔 늦은 저녁, 승재의 모습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근처 술집에 혼자 술을 마시러 간다기에
같이 갈까 잠시 고민했지만
그저 “잘 먹고 와”라고만 했다.
며칠 후, 승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믿기지 않았다.
늘 가까운 곳에 있던 친구가 이 세상에 없다니..
후에 승재의 형을 통해 들었다.
승재가 진이와 나를 참 많이 좋아하고 아꼈다고.
승재야, 잘 지내?
나는 요즘 들어 네 생각이 더 자주 난다.
진이는 아직도 너를 닮은 사람을 보면 꼬리를 흔들어.
아마 네가 다시 올까 기다리는 걸지도 몰라.
그게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그날 그렇게 널 보내지 않았을 텐데..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인데
나는 너에게 왜 그렇게 퉁명스러웠을까
많이 후회해.
네 이야기를 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승재야.
나는, 그리고 진이는
너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어.
네가 모든 마음의 짐을 훌훌 털었으면 해.
그곳에선 부디 슬프지 않기를
그리고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길 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