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를 쓰기 시작하며, 나를 돌보게 되었다
뮤즈(Muse)는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이는 음악과 시, 연극 등 예술을 관장하던 고대 신화 속 아홉 명의 여신에서 비롯되었다.
브런치 스토리가 처음 생긴 2015년,
나도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하고 싶다는 마음만 품은 채
실행에 옮기지 못했고 시간은 흘렀다.
그렇게 흘러버린 시간만큼
내 안의 낭만도 점점 말라갔다.
10년 만에 로그인한 브런치 내 서랍에는
회사 생활에 몹시 지쳐 있던 그 시절의 글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서랍 속 글을 읽으며 나는 잠시 그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지금이라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 감정들.
그때의 나는 지금보다 더 미숙했고
나를 다그치기만 할 뿐 아껴주지 않았다.
이번에도 나중에 해야지 하다가는 또 미룰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무엇을 써야 할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진이, 진이에 대한 글을 쓰자!
진이에 대한 글이라면 꾸준히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결심한 그날, 세 편의 글을 써서 작가 신청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다음 날 도착한 결과는
‘합격’
오랜만에 느껴보는 성취감에 웃음이 났다.
일주일에 한 번이지만 브런치에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의 나는 우울이 깊어질 때면
그 우울에 모든 걸 빼앗긴 채 쓰러져 잠들 때까지
술을 마시곤 했는데,
요즘은 노트북을 켜고 나의 감정과 생각에 대해
짧게라도 적는다.
여전히 술은 마시고 있지만,
이제는 절제라는 걸 하면서 마실 수 있게 됐다.
삼십 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나를 돌보기 시작하다니..
조금 늦었지만 더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진이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나를 돌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진이를 만나 사랑하고,
사랑을 주고받는 법을 배우며
이제야 나 자신도 조금은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