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못 쳐도 골프차를 탑니다.
운전대를 처음 잡은 건 수능 끝난 직후였다. 성인이 된다는 설렘과 동시에 성인임을 인증하는 과제가 운전 면허증 취득하기가 아닌가 싶다.
마치 암호화를 누르면 ‘인증되었습니다.’라고 나올 것만 같은 면허증 취득은 수능 끝난 직후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운전 학원을 호황으로 만들어버렸다.
물들어 올 때 노를 저야 하는 말처럼 단기속성, 단기 패스가 주된 목표였던 운전학원!!
그 당시 운전학원비 60만 원을 내고 필기시험부터 도로주행까지 하는 프리패스권이 인기였다. 단서는 붙을 때까지 시험을 볼 수 있는 특혜(?)를 제공한다는 어마 무시한 현수막 광고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는 광고에 현혹된 호구였는지도 모른다. 지인 분 중 여러 명은 학원을 다니지 않고 곧바로 시험장 가서 운전시험을 봤다는 분들도 태반였다. 호구였든 아니든 나는 거금 60만 원으로 프리패스 통과를 하여 한 달 만에 면허증을 취득했다. 난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면허증을 따면 바로 운전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열심히 배워 딴 면허증을 15년 만에 깊숙한 장롱 속에서 꺼냈다. 운전도 못 할걸 알면서도 극구 운전학원은 왜 보내달라고 했을까?? 성인인증??
15년 동안 묵혀둔 운전 면허증은 10년 무사고라고 2종 보통이 1종 업그레이드가 되어 신분상승(?)이 되어 돌아왔다. 음하하하하하하 이럴 수가!!!
2년 동안 부모님 차를 번갈아 타며 조금씩 익힌 운전 배움은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게 알맞게 운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난 뿌듯하고 좋았다. 그리고 3년 차가 되는 올 초에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찬스가 생겼고 놓치고 싶지 않아 차를 고르기 시작했다.
나의 최애애애애 사이트 ‘다나와’가 빛을 보는 순간이다. 눈 뜨자마자 아침은 먹지 않아도 ‘다나와’는 꼭 들려 자동차를 보았다. 신규차가 나오면 한참 동안 바라보며 시승하는 상상을 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했을 정도였으니 얼마나 차를 사고 싶었으면 말이다.
자동차 브랜드조차 몰랐던 난 지금은 자동차 덕후가 되었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번갈아 보며 ‘오늘은 어떤 차를 타볼까?’ 선택과 집중을 하며 날씨 좋은 날엔 아주 비싼 스포츠카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고,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엔 세단을 타며 재즈 음악과 함께 떠나도 보고, 여행을 가고 싶을 땐 SUV를 타고 신나게 달려보는 상상을 하곤 했다. 징글징글하도록 차에 푹 빠져 헤어 나올 수 없었을 때 마침내 차를 살 수 있게 되었다.
금액과 브랜드를 절충하여 선택한 차는 골프 8!!!! 처음 본 순간은 망설였다. 해치백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세단도 SUV도 아닌 애매모호하게 생겨서 꽤 불편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골프 8이 내 차임을 직감하고 있었을까?? 그때부터 영상도 많이 보고 사진도 보면서 익숙해지도록 만들었다.
드디어 7개월 만에 내 품으로 오게 된 내 생애 첫차! 아직은 모든 게 익숙지 않아서 서툰 운전을 하면서 출퇴근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그 출퇴근 거리도 집에서 10분 정도라 사실 처음 새 차를 사면 장거리 주행을 해야 한다는데 아직 바빠서 못 나가고 있다.
잘 빠진 기어와 버튼식 파킹이 제법 세련되게 디자인되어 여성 운전자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고 또 선루프가 있어 제법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골프 8!!
가끔 자동차 전용도로를 지나갈 때가 있다. 그럴 때 부아아아아아앙 하고 밟아주면 내가 분노의 질주에 나오는 주인공인 마냥 스릴 넘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중하고 안전거리 확보하며 조심스럽게 다니는 중이다.
운전을 하면서 배운 건 운전 실력이 아닌 나를 항상 보호하는 습관을 배운 것 같다. 아무리 운전 실력이 뛰어나도 누군가 내 차를 쿵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 운전대에 앉으면 익숙함보단 긴장감과 집중력을 더 장착해야 함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잘 부탁해. 사이좋게 지내자
초보운전이지만 괜찮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