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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우리 Nov 01. 2022

연애하며 싸우며 정들다.

싸움 끝엔 항상 웃는다.


어느 날 봄날의 햇살이 나에게 물었다.

“힘들면 힘들다고 왜 얘기를 안 해?”

난 거기에 반문한다.

“내가 힘든 거잖아. 너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대답하고 후회가 밀려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때 봄날의 햇살과 처음으로 싸운 거 같다.

“그럼 난 뭔데.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힘들면 힘들다고 말해주면 되잖아. “


우린 그렇게 몇 날 며칠을 아무런 연락도 없이 싸움의 대가를 맛보고 있었다.

둘의 관계는 어떤 문제였을까? 며칠 뒤 봄날의 햇살은 서운했던 감정들을 나에게 털어놓는다. 힘들면 기대도 되고 서운한 거 있으면 얘기하면 될 일을 그렇게 혼자 쌓아두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로 시작하여 마지막엔 나를 위로해준다.


나도 그러고 싶다. 하지만 나는 잘 안된다. 잘 얘기를 하지 않는 나의 성격 탓도 있지만 누구에게 나의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편이다.

수다쟁이처럼 속사포 내뱉듯이 내뱉고 싶지만 그게 잘 안 되는 나도 나 자신이 너무 힘들다.


경청만이 답이란 걸 알며 지냈다. 반면 봄날의 햇살은 이야기를 다 하는 편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투거나 의견 대립으로 날이 설 때도 종종 있었다.


봄날의 햇살은 나의 장점을 먼저 봐주고 힘들 때 늘 곁에서 지켜준다. 또 같이 있으면 마음이 평화롭고 봄날의 햇살처럼 포근하다. 나에게 없는 것들이 이 사람에게는 있으니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사람을 경계하거나 오랫동안 봐야 하는 나의 징글징글한 성격이 문제인 거 같아서 더욱 경계한 거 같다.


하지만 봄날의 햇살은 내가 뭘 하든 챙겨주고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며 늘 나를 바라봐준다.

어쩌면 살아온 두 사람의 인생이 전혀 다르고 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것도 힘든 일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소중한 관계를 서로가 오래도록 이어가고 싶은 마음은 일치한다.


최근에 알게 되었다. 봄날의 햇살은 늘 내 곁에서 늘 얘기하고 날 기다렸다는 걸.. 아무리 얘기해도 나는 미동조차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알아줄 때까지 기다렸다는 걸 말이다. 소중한 관계를 맺기 위해 더 노력하고 나를 많이 아껴줬다. 반면 나는 무얼 하고 있었던 걸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 그대로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텐데…

결국 소통의 문제였다. 대화가 단절되고 서로가 침묵으로 일관했으니 말이다.


그 이후로 날 선 감정들이 눈 녹듯 사라지면서 서로가 서로를 조금씩 알아가며 나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다툼 끝에 온 힘으로 참아내고 켜켜이 쌓여있는 감정들을 속으로 삼키고 표현하지 않았는데 조금씩 밖으로 끄집어내 얘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모든 걸 봄날의 햇살이 나에게 늘 얘기하고 기다렸던 부분이기도 하다.


힘들다고 기대거나 속상한 일도 혼자서만 견뎌야 했던 지난날들이 봄날의 햇살을 만나 묵혀있던 오래전 감정들까지도 조금씩 배출되고 있는 느낌이다. 전보다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있다.


“난 너의 손을 잡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어. 너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후회 없어. 그러니깐 걱정하지 마 내가 옆에 있을게. 내가 너의 손을 잡았으니 끝까지 이 손 놓지 않을 거야. “

봄날의 햇살은 나에게 말했다.

그저 그런 하루를 살아가고 무미건조한 내 삶의

따뜻한 햇살이 들어왔다. 바로 봄날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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