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차가운 정적을 깨고 휴대폰 액정이 번쩍였다.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내용을 알 것 같았다.
[사장님, 이번 달 월세… 입금 기한이 이틀 지났습니다.]
강민준은 마른세수를 했다. 그의 모든 것이 담긴 치킨집 '써니치킨'의 홀에는, 그를 제외하고는 개미 한 마리 없었다. 기름 냄새 대신 싸늘한 공기가 폐부를 찔렀다.
"어째서… 대체 어째서지?"
불과 1년 전, 강남역 뒷골목에서 운영하던 첫 번째 가게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역시 상권이 중요해!’ 그는 성공에 취해 자신만만하게 홍대 메인 상권에 2호점을 냈다. 권리금과 보증금에 전 재산은 물론, 영혼까지 끌어모아 넣었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
"자리가 좋으면 뭐해. 운이 없었던 거야. 아니, 내가 장사 수완이 부족한 건가…"
자책과 원망이 뒤섞인 독백이 텅 빈 가게 안을 떠돌았다. 성공은 ‘자리 탓’, 실패는 ‘내 탓’과 ‘운 탓’. 그 세 가지 변덕스러운 신에게 모든 걸 맡긴 채, 그는 그저 가라앉고 있었다.
그때였다.
딸랑-
적막을 깨고 출입문이 열렸다. 칼같이 다려진 검은색 슈트를 입은 중년의 남자가 들어섰다. 언뜻 봐도 이런 허름한 치킨집에 올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가게를 한 바퀴 휙 둘러보더니, 민준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사장님."
나지막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힘이 담긴 목소리였다.
"이 가게는, 시작부터 망할 운명이었습니다."
"…네? 지금 뭐라고…."
"운? 점주의 수완? 그건 패배자들이 늘어놓는 자기 위안일 뿐입니다."''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와 민준의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는 마치 오랫동안 민준을 지켜본 사람처럼 말을 이었다.
"사장님은 지금, 정밀 유도 미사일이 오가는 전쟁터 한가운데서 눈을 감고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겁니다. ‘감’이라는 낡아빠진 무기 하나만 들고서."
민준은 할 말을 잃었다. 정곡을 찔린 아픔과 정체 모를 남자에 대한 경계심이 뒤섞였다.
"누구…신데요?"
남자는 대답 대신 서류 가방에서 검은색 태블릿 PC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화면에는 알아볼 수 없는 수많은 데이터와 그래프가 떠 있었다.
"사람들은 브랜드의 성공과 실패가 예술의 영역이라 말하지만, 저는 단언컨대 그건 과학의 영역입니다. 데이터로 증명하고, 시스템으로 실행하며, 실패 확률을 0에 가깝게 제거하는 과학."
남자의 손가락이 화면을 쓸어 넘기자, 마치 미래를 예언하듯 문장들이 나타났다.
[브랜드 제국을 건설하는 과학적 출점 전략]
[제1장. 네 안의 '성공 DNA'를 추출하여 불패의 원칙을 세워라.] [제2장.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 숨겨진 기회의 땅을 찾아라.] [제3장. 미래를 예측하는 수정구, '매출 예측 모델'을 구축하라.] [제4장. 숫자를 이야기로 바꿔 모두를 너의 편으로 만드는 법을 배워라.] [제5장. 하나의 점포가 아닌, 제국을 지배하는 거시 전략을 익혀라.]
민준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이건 단순한 창업 지식이 아니었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비밀 전략서 같았다.
"이건… 대체 뭡니까?"
"불확실성의 안개 속에서 길을 찾는 유일한 등대. 수십, 수백 개의 점포, 그리고 그 너머의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지휘관을 위한 나침반입니다."
남자의 눈이 다시 한번 민준을 향했다. 그 눈에는 경멸이 아닌, 기묘한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강민준 사장. 당신의 실패는 '운'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나침반'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제국의 첫 번째 주춧돌을 놓을 준비, 되어 있습니까?"
이것이, 대한민국 외식업계의 판도를 바꾼 전설적인 점포 개발 전문가, '상권의 신(神)'이라 불리는 남자와, 잿더미 속에서 모든 것을 잃었던 한 청년의 첫 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