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게는, 사장님이 너무 사랑해서 망했는지도 모른다

나의 ‘꿈’이 시장의 ‘현실’을 이길 거라 믿는 가장 달콤한 착각

by 잇쭌

창업을 꿈꾸는 분들의 눈은 유독 반짝입니다. 그 안에는 곧 태어날 자신의 가게에 대한 애정과 확신, 희망 같은 것들이 가득 담겨 있죠. 저는 그 빛나는 눈을 볼 때마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과 함께, 한편으론 조심스럽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토록 뜨거운 ‘사랑’이, 때로는 가장 객관적이어야 할 사장님의 눈을 가리는 콩깍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오늘, 자신의 꿈과 너무나도 뜨겁게 사랑에 빠진 나머지, 현실을 보지 못했던 한 사장님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제가 만났던 김 사장님(가명)은 자신만의 색깔이 뚜렷한, 멋진 분이셨습니다. 직접 개발한 비건 베이커리 레시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죠.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미 가게의 모든 것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통창, 따뜻한 원목 테이블,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의 빵을 맛보며 행복해하는 사람들까지.


그녀는 가게를 열고 싶은 동네도 이미 정해두었습니다. 독립서점과 작은 공방들이 자리한, 번화가에서 살짝 비켜난 조용한 동네였죠.


그녀가 제게 그 동네에 대해 설명할 때, 저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제가 가진 데이터 속 그 동네는 유동인구가 현저히 적고, 주로 저녁 시간대 주점 상권이 활성화되는 곳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녀의 세상에서 그 데이터는 다르게 번역되고 있었습니다.


“유동인구가 적다고요? 아니에요, 그건 ‘아늑하고 특별하다’는 뜻이죠.”


“근처에 요가원이 하나 있던데, 이 동네 분들은 건강에 관심이 많은 게 분명해요.”


그녀는 상권 분석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꿈이 얼마나 완벽한지를 증명할 조각들을 수집하고 있었죠. 그녀의 눈에 현실의 데이터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직 자신의 꿈을 지지하는 긍정적인 신호들만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가게는 그녀의 꿈처럼, 정말이지 완벽한 모습으로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꿈을 따라와 주지 않았습니다. 가게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내 빵은 이렇게 맛있는데, 왜 사람들이 몰라줄까?’


‘인테리어가 별로인가? 홍보가 부족한가?’


그녀는 계속해서 가게 ‘내부’에서만 원인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가게 밖에 있었습니다. 애초에 그 동네는, 그녀가 팔고 싶었던 건강하고 값비싼 비건 빵을 매일 사 먹을 고객들이 살고 있는 곳이 아니었던 거죠.


그녀의 사랑은 너무나도 견고해서, 자신의 꿈이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미처 돌아보게 만들지 못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비단 김 사장님 한 분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요? 아마 많은 예비 사장님들이 뜨끔, 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이토록 달콤한 착각에서 벗어나, 소중한 내 꿈을 진짜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첫째, 잠시 내 꿈에서 한 발짝 멀어져 보세요.


내 아이디어를 ‘내 자식’이 아닌, 검증이 필요한 ‘하나의 가설’로 대해보는 겁니다. ‘이곳에 가게를 열면 성공할 거야’가 아니라, ‘이곳에 가게를 열었을 때 성공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가설을 깨뜨릴 수 있는 위험 요소는 뭘까?’ 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거죠. 질문의 방향만 바꿔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둘째, 응원하는 친구 대신, 쓴소리해줄 멘토를 찾으세요.


가족이나 친구의 응원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지만, 사업적 판단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나를 아끼는 마음에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기 어렵기 때문이죠. 나보다 먼저 이 길을 걸어간 선배나 냉철한 조언자에게 찾아가 “제 계획의 가장 큰 약점이 뭘까요?”라고 용기 내어 물어보세요. 그 쓴소리가 당신의 꿈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겁니다.


셋째, 거창한 고백 대신, 가벼운 쪽지부터 건네보세요.


전 재산을 투자해 가게를 여는 건, 만나자마자 결혼반지를 내미는 것과 같습니다. 그 전에 팝업 스토어나 플리마켓을 통해 시장에 가볍게 말을 걸어보세요. “제가 이런 걸 준비했는데, 한번 드셔보시겠어요?” 고객이 지갑을 열어 화답하는지, 아니면 외면하는지. 그 생생한 반응이야말로 수십 장의 사업계획서보다 더 정확한 데이터입니다.


비로소 우리의 꿈은 더 이상 혼자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현실이 되어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을 테니까요.


혹시 지금, 당신도 당신의 가게와 너무 뜨거운 사랑에 빠져 있지는 않으신가요? 그 사랑이 당신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한번 조용히 돌아볼 시간입니다.




늘 깨어 있는 당신과 레스토랑을 응원합니다~

인포마이너: ikjunj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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