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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공간과 장소성

by 잇쭌

한국의 커피소비는 2017년 현재 세계 7위의 커피 수입국가라고 한다. 국민 1인당 연간 512잔을 마시고 10년 전보다 네 배 이상 소비가 늘었다. 이처럼 커피 수요가 늘면서 커피숍도 꾸준히 증가하여 서울시내 커피숍은 총 15,000개를 넘어섰다. 전국의 커피숍의 숫자는 편의점과 치킨 집을 합친 것보다 많아졌다.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전국 커피숍 중 사업기간이 5년 이상인 업체는 30% 미만에 불과할 정도다.


이처럼 커피숍이 포화상태인 국내시장에서 상권의 독특한 장소성에 맞는 콘셉트의 점포를 만들어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살아남은 작지만 강한 커피숍들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20190115_022950410_iOS.jpg 혜민서 자리의 장소성을 살린 커피한약방

장소성은 그 장소만의 고유한 정체성이다.

장소란 사람들이 행위를 하는 공간이다. 장소라는 물리적 환경에서 사람들은 목적을 가지고 행동과 경험을 한다. 장소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개인적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장소에서 경험을 통해 기억을 만들어낸다. 장소에서 주체적인 존재로 정체성을 갖게 된다.


장소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기억은 장소에 대한 정체성을 뚜렷하게 만들어낸다. 장소에 대한 정체성은 장소성이다. 사람들은 장소성에 대한 공통된 기억을 공유한다. 집단적 기억을 만들어내고 사회가 공유하는 기억을 만들어낸다.


세상의 모든 장소(place)는 독특한 물리적 환경과 그 장소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동과 심리(의미와 상징)가 더해져서 그 장소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즉, 장소성은 그 장소 고유의 정체성을 말한다.

20190115_022945048_iOS.jpg 혜민서 자리의 장소성을 살린 커피한약방

장소성은 그 장소에 내재된 가치다.

근대화 과정에서 생겨난 도시가 시대적 요구와 변화하면서 낙후된 지역이 생겨나고 있다. 많은 근대산업유산이나 전통 가옥들이 방치되고 있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가적으로 도시재생사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자체와 브랜드들은 지역의 오래되었지만 방치되었던 문화유산에 내재된 가치를 이제야 깨달아 가고 있다. 문화유산을 ‘컨버전디자인’하여 재생하거나 업사이클링하려 하고 있다. 버려졌던 공장, 조선소, 창고나 재개발 하려던 한옥마을 등을 새롭게 업사이클링해서 쇼핑몰, 카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지역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버려졌던 문화유산은 그 자체로 옛 시간을 담고 있는 물리적 공간이면서 역사적 상징이다. 공간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과거의 시간과 기억을 오롯이 담고 있는 공간이다. 아름답지 않아도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공간이다. 역사적, 사회적, 기술적, 미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보물이다.

20190208_072431108_iOS (1).jpg 항구의 옛 창고부지의 장소성을 살린 인천의 아트플랫폼

왜, 장소성을 살린 독특한 콘셉트가 중요한가?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강세인 한국의 커피 시장에서 일반적인 커피숍이 강자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에서 살아남기란 어려운 일이다. 강자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그들과는 다른 콘셉트가 필요하다. 점포가 위치한 상권이나 입지의 독특한 장소성을 살린 콘셉트와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 특유의 장소성과 콘셉트를 발휘해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고 살아남은 작지만 강한 커피숍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작지만 강한 커피숍들의 생존 비결은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들과 정면대결을 피하고 란체스터 법칙을 따른 결과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전술을 택했기 때문이다.



#브랜드경험디자이너 #진익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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