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完): 우리는 '맛집'이 아니라 '우리'입니다

by 잇쭌

'독사의 혀' 김지혁 평론가가 '소담'의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차진우는 숨이 멎는 듯했다.


홀에는 이미 '침정'을 경험하기 위해 예약한 두 팀의 손님이 조용히 식사 중이었다. 김지혁은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고, 강민준이 앉았던 가장 안쪽 테이블에 혼자 앉았다. 그는 메뉴판을 보지 않았다. 그저 진우를 불렀다.


"셰프님의 '침정'을 맛보러 왔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건조했지만, '맛집'을 찾아온 손님의 들뜬 목소리와는 무게가 달랐다. 그는 이미 '유인' 단계를 넘어, '가치'를 검증하러 온 심판이었다.

진우는 흔들리지 않으려 애썼다. 이것은 '평가'가 아니라, '증명'의 시간이었다.


그는 72시간 흑돼지 요리를 내어갈 때, 주방에서 나와 평론가의 테이블 앞에 섰다. '맛집' 사장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지만, '침정관'의 마스터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손님, 이것은 '침정 흑돼지'입니다."


진우는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그간 수백 번을 연습했던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했다. 12시간의 '침(沈)', 12시간의 '휴(休)', 그리고 48시간의 '정(定)'. 왜 이것이 '조림'이 아니라 '침정'인지, 왜 이 72시간이 '비효율'이 아니라 '본질'인지 담담하게 설명했다.


김지혁은 날카로운 눈으로 진우를 관찰하며, 한마디 말없이 요리를 입으로 가져갔다. 씹는 동작은 느리고 신중했다.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기까지의 10분은, 72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그는 음식을 다 비우고, 조용히 차를 한 잔 마셨다.


"흥미롭군요."


그가 입을 열었다.


"요즘 모두가 10초짜리 '불 쇼'에 열광할 때, 72시간짜리 '기다림'을 파는 곳이라."


그는 '맛있다'거나 '맛없다'는 평을 하지 않았다.


"잘 먹었습니다. '맛'이 아니라 '시간'을 파는 곳이라는 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지혁은 그렇게 계산을 하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 후 일주일, 지옥 같은 시간이 흘렀다. 진우는 리뷰가 두려워 인터넷 창을 열지도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강민준에게서 링크 하나가 날아왔다. 김지혁 평론가의 공식 칼럼이었다.

진우는 떨리는 손으로 링크를 클릭했다.

칼럼의 제목은, '강남역 새로운 맛집 탄생!' 같은 상투적인 것이 아니었다.


[제목: '소담'은 '맛집'이 아니라, '침정'이라는 장르다.]


진우는 숨을 멈추고 칼럼을 읽어 내려갔다.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모든 식당을 '맛집'과 '아닌 집'으로 나누는 이분법에 중독되었다. '소담'은 이 폭력적인 프레임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중략)

이 72시간의 요리는 단순히 '맛있다/맛없다'로 평가할 음식이 아니다. 이것은 '간장'이라는 재료가 아니라 '시간'이라는 재료를 다루는, 차진우라는 셰프의 고집스러운 방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만약 당신이 '맛집' 인증샷을 찍으러 간다면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대체 불가능한 경험'을 찾는다면, 이곳은 강남에서 유일한 선택지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1등 맛집'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유일한 장르'로 규정되었다.

그것은 '맛집'이라는 칭호보다 백 배는 더 영광스러운 찬사였다.


그 칼럼이 나간 뒤, '소담'은 더 이상 '강남역 맛집'으로 검색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침정'이라는 단어를 검색해서 '소담'을 찾아왔다. 예약은 두 달 치가 마감되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마감 시간이 다 된 '소담'의 문이 조용히 열렸다.


"죄송합니다. 오늘..."


진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 초췌한 모습의 백현석이 서 있었다. 맞은편 '멜트'는 '폐업 정리'라는 현수막이 붙은 채 텅 비어 있었다.


"...한 그릇, 먹을 수 있을까?"


현석은 구석 자리에 앉아, 한때 자신이 비웃었던 '72시간 흑돼지 조림'을 주문했다.

진우는 아무 말 없이, 다른 손님과 똑같이, 그에게 '침정'의 철학을 설명했다.

현석은 오랫동안 말없이 씹었다.


"맛있다, 진우야."


현석이 텅 빈 그릇을 보며 말했다.


"......"


"아니, '맛있다'는 말이 아니야."


현석이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이겼다. 나는 '최고의 15분'을 만들려고 발버둥 쳤는데, 너는 '유일한 72시간'을 만들었더라."

그가 진우를 바라봤다.


"나는... 내가 파는 '맛집'이 뭔지, 나도 몰랐어. 그냥 불 쇼가 끝나면... 뭐가 남는지 모르겠더라고."


'맛집'이라는 프레임의 정점에서 추락한 자의 고백이었다.


늦은 밤, 모든 손님이 돌아가고 진우가 홀로 주방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강민준이 와인 한 병을 들고 찾아왔다.


"축하합니다, 차 셰프. 이제 '소담'은 아무도 '맛집'이라고 부르지 않더군요."

강민준이 웃으며 잔을 채웠다.


"네."

진우도 마주 웃었다.


"이제 손님들은 저한테 '맛집이냐'고 묻지 않습니다."


"뭐라고 묻던가요?"

진우는 72시간의 기다림이 담긴 씨간장 통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오늘의 '침정'은 어떻냐고 묻습니다."

강민준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맛집'이라는 달콤하지만 위험했던 굴레, '착한 가게'라는 따뜻하지만 질식할 것 같던 감옥.

차진우는 그 모든 프레임에서 벗어나, 비로소 '차진우'라는 이름의 요리사가 되었다.

그는 '최고'가 되는 것을 포기했다.

그리고 마침내, '유일'해졌다.


내일도 그는, 자신의 72시간을 끓일 것이다.


누군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그것이 '소담'이 존재하는 유일한 이유였으니까.




(끝)






[8화 경영 인사이트: '비교'를 넘어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로] 평론가의 마지막 리뷰는 '소담'이 '맛집'이라는 '비교'의 영역에서 벗어나, '침정'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영역으로 진입했음을 선언합니다. 이것이 브랜딩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최고'가 되려는 경쟁은 나를 남과 계속 비교하게 만들지만, '유일'한 존재가 되면 비교의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습니다.


차진우는 '강남역 맛집'이 되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침정'이라는 고유한 장르 그 자체가 되었습니다. 브랜드의 완성은 '1등'이 아니라 '고유명사'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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