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지만 망하는 가게〉시즌 1-3화
비가 내리던 화요일 저녁이었다.
홀은 한산했다.
그런데 주방은 전쟁터였다.
프린터가 미친 듯이 울었다.
지지직, 지지직, 지지직.
배달 주문서가 쉴 새 없이 뽑혀 나왔다.
“사장님! 배달 7개 밀렸어요!”
“기사님 도착 3분 전이요!”
김도윤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그래도 매출은 올라가잖아요.”
그 말은 거의 주문처럼 들렸다.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주문.
윤태진은 벽에 붙은 배달 플랫폼 스티커를 바라봤다.
상단 노출. 리뷰 4.8. 별점은 화려했다.
“이번 달 매출은요?”
“작년 대비 18% 올랐습니다.”
“이익은요?”
사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윤태진은 매출표 대신 원가표를 요청했다.
배달 평균 주문 금액 21,000원.
플랫폼 수수료 27%.
카드 수수료 3%.
배달 포장비 2,000원.
식자재 원가율 42%.
윤태진은 계산기를 두드렸다.
21,000원
– 수수료 5,670원
– 카드 630원
– 포장 2,000원
– 식자재 8,820원
남는 돈 3,880원.
여기서 인건비와 임대료는 빠지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말했다.
“이거, 많이 팔수록 힘들어지는 구조입니다.”
주방에서 냄비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배달 주문 때문에 홀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테이블이 계산도 안 하고 나가버렸다.
“저 테이블 단골 아니었어요?”
윤태진이 물었다.
“네… 일주일에 두 번 오시던 분인데.”
“그분의 객단가는?”
“한 38,000원쯤…”
윤태진은 다시 계산기를 들었다.
방금 놓친 테이블 한 팀의 이익이
배달 5건과 비슷했다.
그는 BETA를 실행했다.
[배달 매출 비중 46%]
[홀 매출 감소 추세 4개월 연속]
[주방 병목 발생 확률 72%]
[브랜드 가치 하락 지표 감지]
BETA가 덧붙였다.
[배달은 확장 채널이 아닌 별도 사업 구조입니다.]
“사장님.”
윤태진이 말했다.
“배달은 ‘추가 매출’이 아닙니다.”
“그럼요?”
“다른 비즈니스입니다.”
홀은 경험을 판다.
배달은 속도를 판다.
홀은 공간 가치가 포함된다.
배달은 가격 비교에 노출된다.
홀은 관계가 쌓인다.
배달은 리뷰로 남는다.
완전히 다른 세계다.
“그럼 배달을 끊어야 합니까?”
“아니요.”
윤태진은 고개를 저었다.
“배달 전용 구조를 설계해야 합니다.”
“그게 무슨…”
“메뉴를 분리하고, 원가를 다시 짜고,
배달 전용 세트를 구성하세요.”
“지금 메뉴 그대로는 안 됩니다.”
그는 메뉴판을 넘겼다.
홀에서 인기 있는 시그니처 스테이크 볼.
플레이팅이 핵심인 메뉴.
“이건 배달하면 안 됩니다.”
“왜요? 잘 팔리는데…”
“사진이 팔고 있는 겁니다.”
뚜껑을 열었을 때 김이 빠진 모습은
브랜드를 깎아먹는다.
윤태진은 말했다.
“배달에서 중요한 건 ‘재현성’입니다.”
식어도 맛이 유지되는가.
30분 후에도 형태가 유지되는가.
포장 후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가.
이게 배달의 문법이다.
그때 또 프린터가 울렸다.
지지직.
윤태진은 주문서를 집어 들었다.
“지금 사장님은 매출에 중독돼 있습니다.”
“…”
“바쁜데 남는 게 없는 구조.
그게 제일 위험합니다.”
비는 계속 내렸다.
라이더 오토바이가 물살을 가르듯 지나갔다.
윤태진은 마지막으로 말했다.
“배달은 비가 올 때 매출을 올려줍니다.
하지만 맑은 날의 단골을 빼앗을 수도 있습니다.”
사장은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주방은 여전히 바빴다.
그러나 가게의 미래는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BXD 로그 3일차
배달 매출 비중 과다
공헌이익 미분석 상태
홀 고객 경험 저하
메뉴 구조 미분리
바쁨과 이익의 불일치
BETA가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현 구조 유지 시 8개월 내 브랜드 피로도 급증 예상]
윤태진은 우산을 펼쳤다.
비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중얼거렸다.
“비가 문제인 게 아니다.
우산 없이 뛰어든 구조가 문제다.”
배달의 저주는
늘 매출이라는 얼굴로 찾아온다.
1. 매출 상승이 이익 상승을 의미하지 않는다
배달은 수수료 산업이다.
2. 배달 공헌이익을 따로 계산하라
홀과 배달은 구조가 다르다.
3. 바쁨은 종종 적자의 다른 이름이다
배달 주문 1건당 순이익은 얼마인가?
배달이 주방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지는 않은가?
배달 전용 메뉴를 설계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