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서지만 망하는 가게〉시즌 1-4화
점심 피크가 끝난 오후 2시 17분.
주방은 전쟁 뒤의 들판처럼 조용했다.
도마 위에는 아보카도 껍질이 널려 있었고,
싱크대에는 그릇이 쌓여 있었다.
김도윤은 자랑스럽게 말했다.
“이 메뉴가 저희 1등입니다.”
시그니처 메뉴.
트러플 스테이크 볼.
판매 비중 34%.
리뷰 언급 빈도 1위.
SNS 사진 업로드 최다.
윤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헌이익은요?”
사장은 잠시 멈췄다.
“마진은 좀 낮습니다. 대신 많이 팔리니까…”
윤태진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았다.
“얼마죠?”
“원가율 58%입니다.”
58%.
그 숫자는 예쁜 사진 뒤에 숨은 균열이었다.
“왜 이렇게 높죠?”
“고기 퀄리티를 낮추면 안 팔릴까 봐…”
“그리고 트러플 오일.”
“그게 시그니처니까요.”
윤태진은 계산기를 꺼냈다.
판매가 16,000원.
식자재 9,280원.
플랫폼 수수료까지 포함하면 남는 돈은 더 얇아진다.
“이 메뉴 하나 팔 때마다
다른 메뉴 두 개 팔아야 균형이 맞습니다.”
사장의 눈이 흔들렸다.
윤태진은 매출 데이터를 펼쳤다.
1위 메뉴 판매량 증가 추세.
그러나 전체 이익률은 하락 중.
이상했다.
“혹시 이 메뉴 때문에 다른 메뉴 주문이 줄지 않았나요?”
사장은 모니터를 넘겼다.
실제로 그랬다.
고마진 닭가슴살 볼은 18% 감소.
사이드 메뉴 주문율 22% 감소.
윤태진이 말했다.
“이 메뉴가 고객을 빼앗고 있습니다.”
“우리 메뉴인데요?”
“가게 안에서의 잠식입니다.”
그는 주방 동선을 살폈다.
트러플 스테이크 볼은 손이 많이 갔다.
굽기 시간 7분.
플레이팅 2분.
마감 토치 작업 1분.
한 그릇에 평균 10분.
그 시간 동안 다른 메뉴는 대기했다.
피크 시간, 병목이 여기서 발생했다.
“사장님.”
윤태진이 낮게 말했다.
“이 메뉴는 스타가 아닙니다.”
“그럼요?”
“블랙홀입니다.”
매출을 끌어당긴다.
하지만 이익과 효율을 삼켜버린다.
“그럼 없애야 합니까?”
사장의 표정이 굳었다.
윤태진은 고개를 저었다.
“삭제가 아니라 재설계입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세 줄을 썼다.
1. 원가 재조정
2. 포션 축소
3. 세트 전환
“단품이 아니라 프리미엄 세트로 묶으세요.”
가격을 19,000원으로 올리고,
마진 높은 사이드를 포함시킨다.
“고객은 ‘가격’이 아니라 ‘구성’을 봅니다.”
BETA가 조용히 분석을 보냈다.
[해당 메뉴 유지 시 6개월 내 이익률 3.2% 추가 하락 예상]
[재설계 시 객단가 11% 상승 가능성]
윤태진은 말했다.
“많이 팔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럼 뭐가 중요하죠?”
“많이 남는 게 중요합니다.”
사장은 한참 동안 메뉴판을 바라봤다.
사진 속 스테이크는 여전히 근사했다.
광택, 플레이팅, 조명.
하지만 숫자는 냉정했다.
윤태진은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사장님은 지금 고객의 선택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
“하지만 경영자는
고객이 무엇을 선택하도록 설계했는지를 봐야 합니다.”
가게 문이 열렸다.
늦은 점심 손님이 들어왔다.
“트러플 스테이크 볼 하나요.”
사장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메뉴를
‘매출’이 아니라
‘구조’로 바라봤다.
BXD 로그 4일차
1. 베스트 메뉴 원가 과다
2. 내부 메뉴 잠식 발생
3. 조리 병목 유발
4. 객단가 왜곡 구조
5. 삭제 아닌 재설계 필요
BETA가 마지막 문장을 남겼다.
[가장 위험한 메뉴는 가장 사랑받는 메뉴일 확률이 높습니다.]
윤태진은 미소 짓지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가게는
경쟁자에게 무너지는 게 아니다.
가끔은
자기 손으로 만든 베스트 메뉴에
천천히 잠식된다
1. 많이 팔리는 메뉴가 가장 위험할 수 있다
2. 메뉴는 감성이 아니라 수익 단위다
3. 삭제는 전략이다
판매량 1위 메뉴의 공헌이익은?
마진이 낮은 인기 메뉴를 왜 유지하는가?
메뉴 수를 30% 줄이면 어떤 일이 생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