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포지션이다

〈줄 서지만 망하는 가게〉 시즌 2-4화

by 잇쭌


인테리어 도면이 확정됐다.


18석.
2인 테이블 6개.
4인 테이블 3개.


저녁 체류 중심 구조.


이제 마지막 남은 질문.


가격.


김도윤은 노트북을 열었다.


엑셀 파일 이름은 단순했다.


price_simulation_v3


윤태진이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얼마에 팔 겁니까?”


“비슷한 상권 평균이 14,000원입니다.”


“그럼?”


“저희는 17,000원.”


잠깐의 침묵.


“왜죠?”


김도윤은 화면을 돌렸다.


상권 B 경쟁 가게 분석.


평균 단가 13,500원.
회전 중심.
빠른 식사.


하지만 그들의 체류 시간은 45분 이하.


김도윤은 말했다.


“우린 회전이 아니라 체류입니다.”


“그래서 가격을 올립니까?”


“아니요.”


그는 고개를 저었다.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포지션을 바꿉니다.”


화이트보드에 세 개의 구간이 그려졌다.


저가 구간
중가 구간
프리미엄 구간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좌표입니다.”


윤태진이 말했다.


“14,000원은 이 상권에서 ‘빠른 저녁’의 가격입니다.”


“17,000원은?”


“‘조금 더 머무는 저녁’의 가격입니다.”


BETA가 데이터를 띄웠다.


[단가 14,000원 설정 시]


세트 전환율 38%

객단가 16,200원 예상

회전 압박 발생


[단가 17,000원 설정 시]


세트 전환율 61%

객단가 19,400원 예상

체류 시간 증가


윤태진이 말했다.


“낮은 가격은 손님을 늘립니다.”


“높은 가격은 기준을 만듭니다.”


김도윤은 잠시 생각했다.


“그럼 19,000원은 어떻습니까?”


윤태진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이 골목의 온도보다 높습니다.”


가격도 상권의 공기와 닮아야 한다.


너무 낮으면 가벼워지고,
너무 높으면 튄다.


17,000원.


이 골목의 저녁과 비슷한 밀도.


그는 메뉴판 시안을 다시 봤다.


단품 17,000원.
세트 22,000원.


세트 구성은 음료 + 사이드.


윤태진이 말했다.


“가격은 설득하는 게 아닙니다.”


“그럼요?”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메뉴판을 봤을 때
비싸다고 느껴지지 않는 대신
싸다고 느껴지지도 않게.


BETA가 추가 예측을 띄웠다.


[가격 17,000원 구조 시]


월 BEP 도달 매출 3,400만원

좌석 회전율 1.8회 기준 달성 가능

임대료 부담률 13.6%


김도윤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시즌1은 싸게 팔아서 버티려 했습니다.”


“그래서 힘들었죠.”


“네.”


“이번엔?”


“처음부터 남기겠습니다.”


저녁 8시.


골목은 여전히 따뜻했다.


가로등 불빛 아래
사람들은 천천히 걷고 있었다.


그 속도에 맞춘 가격.


빠르게 먹고 나가는 가게가 아니라
조금 더 앉아 있게 만드는 가게.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앉아 있는 시간의 값’이었다.


윤태진이 마지막으로 물었다.


“만약 손님이 적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김도윤은 웃었다.


“가격을 내리지 않습니다.”


“왜죠?”


“포지션을 흔들면 구조가 무너집니다.”


BXD 로그 시즌2-4


경쟁 평균 단가 분석

체류 중심 포지션 설정

단품 17,000원 확정

세트 전환율 구조 설계

가격 인하 금지 원칙 수립


BETA가 마지막 문장을 남겼다.


[가격은 매출을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정체성을 고정하는 장치입니다.]


간판은 아직 제작 중이다.


하지만 숫자는 이미 자리를 잡았다.


이번 시즌의 가게는
싼 가게도, 비싼 가게도 아니다.


이 골목의 저녁과
같은 온도의 가게다.



시즌2-4. 가격은 숫자가 아니라 포지션이다


핵심 인사이트


가격은 매출 도구가 아니라 정체성 고정 장치다.

낮은 가격은 수요를 늘리고, 높은 가격은 기준을 만든다.

가격 인하는 전략이 아니라 흔들림일 가능성이 높다.


실무 적용 질문


우리의 가격은 어떤 시간을 팔고 있는가?

가격을 설명하지 않고도 설득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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